박지원은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사실주의적인 입장에 투철했다. 그는 문장은 누구든지 자신이 품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고 여겼다. 글을 쓰는 사람이 억지로 옛 사람이 쓴 글을 생각하고 지나치게 근엄하고 장중하게 꾸미려는 것은 마치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원래의 모습을 다듬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이렇게 되면 그 원래의 모습을 읽어버리게 되므로 아무리 훌륭한 화가라도 살아 있는 참 모습을 그리기는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을 쓸 때에는 있는 그대로를 꾸밈없이 쓰는 진실이 중요하다고 그는 늘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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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맑음. 시냇물이 조금 줄어들어서 길을 출발했다. 나는 정사의 가마에 같이 탔는데 하인 30여 명이 맨몸으로 가마를 메었다. 강 한가운데 이르러 물살이 세지자 갑자기 왼쪽으로 기울어져서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형세가 실로 위급하기 짝이 없었는데 정사와 서로 부둥켜안아 겨우 물에 빠지는 것을 면했다.
저쪽 강 언덕에 도착하여 물을 건너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사람의 목을 타고 건너오기도 하고, 좌우에서 서로 부축하여 건너오기도 하며, 나무로 떼를 엮어서 그 위에 올라탄 것을 네 사람이 어깨에 메고 건너오기도 한다. 말을 타고 떠서 건너는 사람은 모두 허리를 쳐들어서 하늘만 바라보거나 두 눈을 꼭 감기도 하고,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한다. 하인들은 모두 안장을 끌러서 어깨에 메고 오는데 행여나 젖을까 염려를 하는 모양이다. 이미 건너왔다 다시 건너가려는 사람도 무엇을 어깨에 지고 물에 들어가므로 그 이유를 물으니, "빈손으로 물을 건너가면 몸이 가벼워서 떠내려가기 쉽기 때문에 무거운 것으로 어깨를 누르는 것이랍니다." 라고 한다. 몇 번 왔다갔다한 사람은 모두 부들부들 떠는 데 산 속의 물이라 몹시 차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