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어떤 때에는 심술궂은 목소리로, 또 어떤 부분에서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어조로 ‘커플 권하는 이 사회’가 우리를 내리누르는 무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사실, ‘사랑을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왜 아직 혼자냐고, 커플이면서 왜 이렇게 저렇게 하지 않느냐고, 주위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지쳤을 때 이 책으로 위로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윤단우 (『결혼파업, 30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저자)
‘짝을 짓는 것’은 원래 아주 열등한 삶의 형식이었다. 기껏해야 단세포나 짚신벌레보다 약간 더 고등한 형식일 따름이다. 그러나 이런벌레물학적인 사실을 드러내어 말해서는 안 된다. 이런벌말을 하는 사람은 삐딱하거나 질투를 합리화하려는 것이나, 실패를 보상받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여겨질 따름이기 때문이다. 커플들은 그들이 실제로 지독히 불행한 생활을 할지라도, 동정어린 눈빛으로 싱글 보상바라본다. 지옥과 같은 커플생활을 하면서도 때로는 자유분방한 싱글 보상은밀하게 부러워하지만,은 그도 그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잘 숨긴다. 질투죬로 꼭꼭 덮어버리며 모순된 감정을 혼자 삭여 버린다. --- p.29
사랑은 일이다. 사랑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성애 강박증에 걸린 사회에서 늘 내세워지는 점이다. 그러나 일도 사람을 약간 충전시켜주고, 최소한 약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가? 일이 되어 버린 사랑과 파트너십 분야에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활동하며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는 것을 조언하는 일로 생계비를 번다. 오늘날 파트너십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은 더 이상 교회나 국가가 아니라, 심리학과 정신의학, 그리고 언론매체다. --- pp.31-32
그러면 왜 여자들은 밤에 누릴 수 있는 휴식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자와 함께 자는 것일까? 그것은 잠자리를 함께하는 것은 파트너 관계에서의 중요한 리추얼Ritual(의식과 같은 일)이고 각방을 쓰는 것은 사랑이 식었다는 증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성들 대부분은 자신의 욕구 보다 관계의 리추얼을 더 중요시 한다. 사랑하는 것, 상대를 자신보다 더 중요시하는 것이 커플로 살아가는 여성의 의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면 연구자들은 잠 문화에 대해서는 파트너와 협상하라고 충고한다. 합의를 보지 못하면 각자 자신의 침대를 사용하는 것이 공평하다. 커플이 공동의 잠자리를 고집하면 할수록, 여자는 건강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 pp.44~45
프라이헤어 폰 크니게Freiherr Von Knigge는 1788년에 이미 싫증 난 커플 증후군Bored Cou--- ple Syndrom에 대해 경고했다. ‘중요한 것은 부부가 매일 얼굴을 마주 대하며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파악할 수밖에 없을 때, 그리하여 많은 불편을 참고 견디어야 할 때, 그럴 때일수록 서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귀찮게 하지 말고, 심심하지만 차갑지 않게, 서로 담담하게 대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역겨움과 혐오감이 느껴지기 십상이다.” --- pp.79~80
‘사랑’이 정말로 다양한 호르몬이 개입하는 신경 과정을 칭하는 말에 불과하단 말인가? 그렇다면 편의상 그런 신경 과정을 유발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일련의 실험에서 학자들은 코에 옥시토신을 뿌리는 경우 신뢰가 강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돈이 많이 드는 부부 심리치료 대신 옥시토신 코 스프레이를 구매하면 되지 않을까?
---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