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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가 보여주는 새 이야기, 인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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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530g | 170*220*20mm
ISBN13 9788920036040
ISBN10 8920036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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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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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색깔을 호사스럽게 눈에 담거나 맑은 노랫소리에 귀를 씻기도 하며, 바다를 가로질러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기진해 죽어가는 새 때문에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때로는 생존을 위한 새들의 지혜에 감탄하기도 하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유년 시절의 소박했던 행복을 상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대의 신화세계로 돌아가기도 한다. 내게 있어서 새를 본다는 것은 결국 생명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나아가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 p.8

탐조를 하고 새 사진을 찍다 보면 대개 사람들의 첫 질문은 언제부터 새 사진을 찍었느냐, 동기는 무엇이냐이다. 이런 질문에는 서슴없이 즉각적으로 답을 한다. 새들이 시간을 거슬러 나를 어린 시절로 되돌려보냈다고. 그래서 내가 오랫동안 잊고 있어서 잃어버렸던 시간과 세계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 p.20-21

새 사진을 찍는 사람마다 각자 선호하는 새의 행동이 있다. 즉, 날아가는 모습이나 짝짓기,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멱감는 모습, 깃 다듬기 등등. 나는 깃 다듬는 모습을 가장 좋아하는데, 내 앞에서 깃을 다듬는다는 것은 새가 나를 경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새와 나 사이에 평화로운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 p.54-55

갑자기 한 사람이 그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뛴다. 그러자 모두 뛰기 시작한다. 누군가 갑자기 달려가면 뭔가 귀한 새가 있다는 증거라는 걸 새내기인 나도 알고 있었으니 덩달아 달려갈 수밖에. ‘한국동박새가 나타났다네요, 오늘 종 추가할 수 있겠어요!’ 동박새도 서천 동백정에서 겨우 한 번 보았던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갔지만 너무 늦은 바람에 결국 나뭇가지에 가려져 동박새인지 한국동박새인지 구분할 수 없는 사진 하나만 겨우 찍고 말았다.
--- p.86-87

경사가 오륙십 도 정도는 되는가 보다. 10킬로그램이 넘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메고 계단 오르듯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드디어 윌슨극락조가 나타난다는 은신처에 도착. 바나나나무와 코코넛나무 잎으로 엮어 만든 가림막 뒤로 들어가니 직경이 한 뼘이나 될까 하는 구멍들이 나 있다. 절대로 렌즈가 구멍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단다. 옆에서 셔터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리더니 곧 잠잠하다.
--- p.17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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