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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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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계절의 런던·파리 여정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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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2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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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34쪽 | 334g | 128*188*20mm
ISBN13 9791196923006
ISBN10 119692300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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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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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유럽처럼 네 시에 퇴근하기도 하잖아요, 새벽 네 시’라는 우스갯소리를 회사 후배와 주고 받으며 집에 돌아오면 잠시라도 책을 읽었다. 이대로 잠들면 다시 출근을 해야 하니까. 깨어있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걸 하나라도 하고 싶었다.
--- 「Prologue: 작아지는 ‘나’를 바라보다가」 중에서

나조차도 아직 알 수 없는 미래의 일들에 대해 지금 당장 답을 내놓으라는 그들의 심란한 표정은 꼭 내 앞날에 대한 심란함처럼 느껴져서, 나는 그 얼굴들을 쉬이 잊지 못했고. 세 계절을 지내는 동안 그들의 잔상은 가끔씩 의외의 상황에서 불쑥 떠올라 나를 정면에서 바라보곤 했다.
--- 「지난한 입국 심사의 시간」 중에서

내가 싫은 건 다른 사람도 싫을 테니 되도록 삼가는 태도와 나는 싫어도 남에게 시킬 수는 있다는 심보 사이에는 너른 간극이 존재한다. 내가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 간극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 「Damien Rice, 그리고 5월」 중에서

볕에 반짝이는 강물을 한없이 바라보는 동안, 조금씩 빛을 잃어가던 내 눈은 다시 일렁이기 시작했다. 정해진 월급날도 보장된 미래도 없었지만 강제로 주어지는 업무도 내 이름을 빼앗은 유바바의 감시도 없었다. 이제까지 힘겹게 통과해 왔던 생의 어느 단계를 지났을 때보다도 지금이 가장 좋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하루하루가. 나는 그 안에서 길게 호흡하고 타박타박 생각을 잇고 미간 주름을 편 채 잠들었다.
--- 「나를 좋아하는 것」 중에서

어디선가 갑자기 휭-하고 바람이 불어오면 모자는 순식간에 하늘을 날았고 지나가던 이는 웃으며 모자를 주워다 주었다. 다시, 바람의 기척을 느낄 때면 떠오르는 모자가 아닌 흩어지는 마음을 부여잡으려는 듯 나는 머리 위로 휘휘 손을 저었다. 런던을 떠나는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수변, 일곱 번째: River Thames」 중에서

새벽녘 기다란 창이 있는 복층 스튜디오에서 문득 눈이 떠지면 언제나 새카만 허공이 있었다. 물끄러미 떠있는 어둠 속에서 나는 홀로 파리에 있었고, 내 곁에는 이 도시가 유일했다.
--- 「수변, 여덟 번째: La Seine」 중에서

생각해보면 익숙한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져 홀로 지내는 마음을 채워 주었던 것은 언제나 스스로 고르고 차려낸 밥상이었다. 그리고 런던, 파리의 부엌에서 보낸 세 계절의 시간들은 결국, 그토록 그리던 계란밥을 비비고 스팸을 굽는 순간들이었다.
--- 「런던, 파리의 부엌에서」 중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일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해소감으로 그 속에서 버텼던 내게 새로운 일은 아무것도 약속해 주지 않은 채로 선이 없는 공간을 덩그러니 내어 주었다.
네 가 하 고 싶 었 던 대 로 해 봐 |
흰 종이의 커서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같은 문장을 한 땀 한 땀 반복했다.
--- 「프리랜서 라이터의 실상」 중에서

삐죽삐죽 솟아나던 타인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내 상황에 대한 불만족이 누그러들자 그와 함께 스러져갔다. 뒤늦게 곁에 있는 사람들의 애정을 믿을 수 있게 되었고 이제서야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처받을 일이 두려워 멀찍이 거리를 두거나 미리 마음을 접지 않고서. 나는 이제 사랑하는 이들의 기대치가 아니라 그들의 진심을 생각하면 되었다.
--- 「사랑받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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