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루크가 손으로 그녀의 휴대 전화를 막았다. 그는 그들의 관계를 비밀로 하고 싶어 했다. 「비밀이 아니라.」 루크가 말했다. 「사적인 일로 두자는 거야.」 「그게 그거지.」 나디아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 우리가 이 문제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것뿐이야.」 「왜?」 - --- p.48
「너는 나를 버렸어.」 나디아가 말했다. 루크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나디아를 보았고, 그가 늘 보이던 모습과 똑같다는 사실에 나디아는 깜짝 놀랐다. 누군가를 처음 봤을 때가 진실한 모습이었다면, 거짓말을 하다 들키면 달라 보여야 하지 않는가? 「저기, 젠장, 이런 건 재미있어야지.」 루크가 말했다. 「이런 빌어먹을 드라마가 아니라. 내가 너한테 돈을 줬잖아. 나한테 뭘 더 바라는 거야?」 그러더니 나디아 옆을 스쳐 사람들을 밀면서 고르지 않은 걸음으로 문을 향해 절룩절룩 걸어갔다. 진작 알았어야 했다. 루크가 6백 달러가 들어 있는 봉투를 가져왔을 때 돈이 그의 책임이라면 그 나머지는 그녀의 책임인 것을. 돈을 줬으니 이제 루크에게 나디아는 이미 처리된 문제인 것이다. --- p.54
어퍼 룸에 처음 간 날 나디아는 어리둥절해진 채 어머니의 무릎 뒤에서 그 깃털이 옆으로 지나가면서 위아래로 흔들거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흰 장갑을 팔꿈치까지 올려 낀 채 걸어갈 때 탬버린 소리가 챙챙거리자 나디아는 나이가 들면 그 소리가 나는 것인지, 언젠가 자기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칼이 세면 자신의 걸음도 음악을 만들어 낼지가 궁금해졌다. 어머니가 그 질문에 웃음을 터뜨렸다. 「오, 네 몸에서는 좋은 소리가 날 거야.」 어머니는 나디아의 손을 감싸 잡으며 말했다. --- pp.76-77
「아니, 아니야.」 빌이 말했다. 「원하는 게 그보다는 더 커야지.」 루크가 웃었다. 「어떤 거요? 대통령이나 뭐 그런 게 되고 싶어야 해요?」 「그게 너 같은 녀석들의 문제야.」 빌이 말했다. 「너희는 게을러졌어. 왜 그런 줄 아나? 너희도 저 어린 언니들이 너희가 하지 않으려는 일을 떠맡을 걸 아니까. 다 큰 남자들이 엄마와 같이 살고 아이들이 떼거지로 뛰어다니는데 직장은 구하지 않아. 그렇게 지내다 어느 시점에 우리는 여자들이 우리를 돌보도록 기꺼이 내버려 두는 족속이 된 거지.」
『나디아 이야기』의 주인공 나디아는 열일곱 살에 들어서며 뼈아픈 상처를 연이어 겪는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자살이 있은 후 상실감과 불안에 시달린다. 그러다 한때 유명 풋볼 선수였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은 후 식당에서 일하는 루크를 알게 된다. 성인인 데다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그에게 푹 빠지지만 루크는 나디아와의 연애를 비밀에 부쳐 두기를 원한다. 목사 아들인 루크는 도덕적 감시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늘 염두에 둔다. 명문 대학 입학을 앞두고 나디아는 임신 사실을 확인한다. 결국 미래를 포기할 수 없어 중절을 결심한다. 루크는 부모님에게 수술비를 얻어 나디아에게 건넨다. 돈의 출처를 모른 채 홀로 수술을 받은 나디아는 아픔을 딛고 학업에 열중하고, 로스쿨에 진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