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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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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죽었다

: 자본에 종속된 우리 종교의 민낯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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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153*224*20mm
ISBN13 9788977440449
ISBN10 897744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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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청李淸
1945년 울산에서 태어나 출가와 환속을 거듭하고, 교사, 기자, 르뽀 작가, 사사 편찬 등의 직업을 두루 거쳤으며,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30여 권의 저술을 남겼다.
특히 2002년부터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창작의욕을 불태워 왕성한 저술활동을 해왔으며, 2011년 교단을 떠난 이후 용인 수지의 집과 경주 수곡사, 지리산 문수골 등을 오가며 집필을 계속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사바행』, 『회색의 봄』, 『우리들의 초상』, 『부처님 동네』, 『사리』, 『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신의 여자』, 『대한국인 안중근』, 『은어낚시』,『우리 옆에 왔던 부처』, 『마지막 풍수』, 『대한민국 멸망』, 『죽음 연습』, 『다래』(이상 소설)과 『화두의 향기』, 『이 뭣고』, 『제3공화국 경제 비화』, 『그대, 보지 못했는가』, 『석가는 이렇게 말하였다』(이상 비소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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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죽이자. 비슬거리며 망령처럼 떠도는 귀신들을 몰아내자. 더 이상 삶의 터전을 사후세계의 망령들에게 내주지 말자. 종교의 무덤 옆에서 흘레붙어 새로운 종교의 아이를 낳자는 얘기가 아니다. 종교 없이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연습하자. 그래야 세상은 명징하고 편안해질 것이다. 명징하고 편안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공산주의 사회에서 지하 교회가 번성하듯 은밀하게 신을 만들어내고 떠받들 것이다. 그들은 그대로 놔두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자유니까.--- p.6


유교는 더욱 종교와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유교는 당당하게 종교 구실을 하고 있다. 사후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 제대로 말해주지도 못하면서, 누구의 말씀을 잘 따르고 행하면 사후에 좋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거나 죽지 않는다는 언질도 보장도 없으면서 종교 대접을 받기를 원하고 대접해 주기도 하는 것이다.--- p.11


인간 존재가 기의 응취이고 그 해체가 죽음이라면 살아 있을 때와 같은 기억과 인식능력을 지닌 동일체로서의 사후 존재는 있을 수 없다. 즉 생전의 지극한 사랑을 기억하여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귀신, 너무나 깊은 원한 때문에 저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이승 공간을 떠도는 혼백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들이다. 상상력이 빚은 허상일 뿐이라는 것이 신유가의 대체적인 생각이었다.--- p.51


길게 공자의 행적을 늘어놓은 데는 까닭이 있었다. 그는 결코 종교를 만들어 “나를 통해 영생을 얻으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이상국가 건설에 있었다. 존재 자체에 대한 고뇌를 할 때도 공자가 생각한 존재는 가족의 일원이거나 마을의 주민, 또는 그보다 큰 성읍의 백성이거나 제후국의 신민, 또는 황민皇民이었다. 이처럼 그는 어디에 소속된 일원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인仁을 비롯하여 예禮, 지智, 신信, 의義의 5상五常은 모두 인간관계에서 창출된 가치이자 덕목이었다.--- p.103~104


기독교는 구원의 종교다. 구원이 없다면 이 종교는 생명력을 잃는다. 본질적으로 한국 교회의 신도들은 모두 ‘구원파’다. 적어도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 유병언이 오리무중으로 경찰과 검찰을 놀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한국 개신교의 대부분 교파들은 믿음으로 구원을 받은 사람은 일단 천국으로 가게 돼 있으며 구원으로 중생(重生, 거듭나다)을 얻은 이후에는 죄를 지어도 구원의 약속은 이행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런 믿음이 구원파가 주장해 온 중심 교리임이 판명된 이후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교파의 지도자들은 아직 교리를 수정하지 못한 상태이고 신도들은 자신의 종래 믿음을 버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지키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살고 있다.--- p.123


가톨릭의 세속화와 권위주의가 종교개혁을 불러왔지만 양적으로 급팽창한 한국 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시장의 논리이며 상업적 직업논리일 뿐이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영성회복운동이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으나 아직은 미미한 목소리일 뿐이다. 대세는 상업화이다.--- p.136~137


여기서 우리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이는 성직놀이’에서 이제는 벗어나 솔직한 마음으로 사실을 들여다보자. 자칭 성직자라는 사람들 대부분이 월급쟁이들이고 그 중 일부는 오너이거나 CEO급이다. 그들 중 일부는 부와 권력을 세습하려다가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고, 더러는 신도들이 헌금으로 모은 돈을 사적으로 유용하다가 공금횡령죄에 걸려드는 사이비 오너, 사이비 성직자도 있었다. 어느 경우이거나 성직자들에게는 공통의 성격이 발견됐다. 먹고 살기 위해 그 길을 택했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의 성직자님들은 자신이 직업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p.140


성직자라는 직업인은 대체로 교활하다. 때로는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이중의 속임수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출처가 분명치는 않지만 미국의 개신교 목사들 중 육십 퍼센트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하니 그들은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을 남에게는 믿으라고 열심히 떠들고 있는 셈이다. 십여 년 전 세상을 떠난 대한불교 조계종 전 종정 성철 스님은 임종 때 남긴 열반송에서 “평생을 두고 남을 속여 그 죄罪가 수미산須彌山보다 높으니”하고 읊었다. 이 구절을 두고 머리 좋은 스님네들이 잘 갖다 붙이고 비틀어 엄청난 함의를 지닌 구절로 반전反轉시켰지만 무식한 나로서는 이 구절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싶다. 즉 혹시 자신이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허망虛妄한 생각은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중생을 속이지 않았을까 자괴감을 진솔하게 읊은 대목이라고 받아들였던 것이다.--- p.146~147


석가라는 사람은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옮겨다놓은 위대한 인물이었다. 그가 인도에서 태어나지 않고 그리스나 로마에 태어났더라면 인간의 역사와 문화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의 가르침을 한문투로 만들어 독점하면서 불쌍한 노인들을 겁주며 먹고 사는 그런 종교는 석가의 본래 뜻으로 된 것은 아니었다.--- p.173


불교는 종교가 아니면서도 종교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눈물이 나는 노력을 다하고 있기는 하다. 지옥과 극락의 그림을 그려 보여주면서 공포심을 조장한 뒤 어리석은 사람들로부터 돈을 거두어간다.(그런 방식으로 많은 돈을 모은 스님이나 사찰 이야기는 흔하다.) 어려울 때는 마음을 앞세우고 등 뒤에 숨기를 계속하지만 ‘마음’은 그다지 견고한 방벽은 아니다.
--- p.183~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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