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영을 연결하는 한 가지 결정적 요소는 문화적 가치의 조성과 유지다. 과거의 인문학 교육은 해당 문명사회에서 도덕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고 여겨지는(즉 선하거나 옳은 것) 신념과 행동 방식, 의견을 기르는 것을 중시했다. 드러커의 말처럼 경영이 인문학이라면, 조직 역시 조직 내부에서 공유할 수 있는 행위와 신념 규범을 발전시켜야 한다. 경영을 인문학으로 생각하는 관점은 오늘날의 조직에서 대단히 광범위한 의미를 지니며, 어쩌면 추락한 주식회사 미국의 평판을 되살릴 새로운 청사진이 돼줄지도 모른다.---p.12
드러커가 생각한 경영의 기본 목표는 개인의 자유와 기회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목표를 넘어, 드러커가 구상한 기능적 사회와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요소이다. 1980년대에 이르러 드러커는 시민 의식과 사회에서의 경제 외적인 지위를 제공하는 장소가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90년과 이후의 저서 대부분에서 그는 비영리 조직이나 사회적 부문도 개인에게 지위와 의미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p.46
경영자는 더 이상 조직에 충성심을 느끼지 않았다. 대신에 경영자들은 인간관계를 완전히 배제한 채 시장만을 중시하는 삭막한 업무로써 경영을 바라보게 됐다. 드러커의 말을 빌리면, 기업 세계는 정글이 됐고, “자기가 쓸 칼은 알아서 가져와야 한다.” 기업 다운사이징이라고 하든 아니면 적정 규모화나 리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르든,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미국 경제에 불어닥친 대규모 구조조정은 조직에서의 업무가 본질적으로 일시적인 것이며 인간관계와 공동체 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대리인 이론의 개념을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지위와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직장인이 거대한 노동 시장에서 경쟁했고, “과거에는 피라미드처럼 오래가기 위해 세워졌던 기업들이 이제는 텐트에 더 가까워졌다.”---p.115
인문학의 쇠락을 부추기는 힘은 무엇인가? 금전적인 이유도 상당하다.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돌았기 때문에 대학 교육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돈이 많이 든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위를 따기 위해 별도로 대출을 받고 있으며, 재학생들은 불어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서라도 졸업하고 최대한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취업에 필요한 기술 습득이 대학 교육의 목표라면 경영학이 인문학 전공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UCLA의 알렉산더 W. 아스틴 명예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대학 신입생들의 80퍼센트가 ‘의미 있는 삶의 철학을 발전시키는 것’을 대학 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꼽았다. 하지만 2001년에는 신입생들의 70퍼센트 이상이 ‘금전적으로 아주 유복해지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꼽았다.---p.126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은 사람과 가람 사이의 갈등을 없애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에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은 갈등이 본연적인 인간 조건의 한 부분임을 인정한다. 우리는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을 실천에 옮겨 인간 본성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비전과 지적 성취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조직 모든 구성원의, 특히 중책을 맡고 있거나 그런 자리에 오르기를 바라는 구성원들의 도덕적 능력을 올리고자 노력한다.
인문 교육이나 경영의 실제가 질환을 치료해줄 마법의 약은 아닐지라도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은 권한을 지닌 사람들로 하여금 가치와 윤리를, 그리고 인격과 관련한 질문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게 해준다. 어쩌면 인문학으로서의 경영은 과거에 존재했던 인문학과 경영의 접점을 복구시켜 학계와 경영계 모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줄지도 모른다.---p.169
드러커는 개인으로서의 인간 실존과 사회 내에서의 인간 실존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완화해줄 방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바쳤다. 자유로운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공통의 이익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대규모 조직으로 이뤄진 현대 산업사회가 개인에게 성장과 발전을 위한 자유를 제공하고 동시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의미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드러커는 적절하게 관리되는 조직사회에서 답을 구했고, 연방주의는 효과적인 조직 경영으로 이르게 해주는 현명하고 현실적인 통로였다.---p.181
드러커는 인간의 영적 측면은 물론이고, 인간 실존의 생리적, 물질적, 심리적 측면에도 관심이 있었다. 이런 영역들 모두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서로 결합돼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혀 있기 때문에 한 측면에서 취한 행동이 다른 측면들에도 파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작업자는 평균적인 작업 실적을 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족 중 하나가 죽은 경영자는 직장 생활에서도 어쩔 수 없이 감정적 트라우마의 영향에 시달린다. 따라서 작업의 객관적 측면과 주관적 측면을 관리하는 데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작업의 객관적 측면은 생산적인 작업이 진행되도록 기준을 마련해 통솔해야 하지만, 주관적 측면을 관리하기 위해 경영자는 직원들이 성취감과 충족감, 발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p.239
드러커의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십을 충족하기 위한 두 번째 요건은, 진정한 리더십이란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의 사명과 ‘지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리더십은 본래 ‘지위’와 ‘힘’이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는 직원이나 동료의 강점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런 강점을 적극 찾아다닌다.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는 강점이 있는 부하에게서 강력한 결과가 창출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는 강점이 있는 부하를 지원하고 도와주고 장려하고 칭찬해주며, 그들이 일을 잘하면 기탄없이 인정해준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는 자신이 명령해서 나오는 결과에 책임을 진다. (중략) 이것은 리더를 서번트(하인)로 정의한 그린리프의 서번트 리더십과 아주 유사하다. 서번트 리더십에서 리더는 첫째로는 사명에 책임을 지며, 둘째로는 이런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부하직원이 노력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해주는 책임을 져야 한다.---pp.310~311
드러커는 경영과 사회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온갖 지식을 끌어들여 융합해나갔다. 그는 이런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식견이 탁월했으며, 이를 토대로 각종 아이디어를 엮어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실제로 그는 동시에 두세 권의 저술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일단 책의 초고를 작성한 다음, 가르치고 컨성팅하며 꾸준히 다듬는 과정에서 역사, 경제, 정치, 기술, 예술, 종교, 경영, 심이, 국제 관계, 수학, 기타 여러 학문에 대한 자신의 광범위한 지식에서 끌어낸 아이디어들을 한데 모아 발전시켜나갔다. 그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교육학적 실천 기법들을 적극 활용해, 순환적 방식으로 여러 주제를 모아 이야기를 풀어나갔다.---pp.410~411
드러커의 경영 사상에 영향을 끼친 지적 탐구 과정을 고려해볼 때, 그러커가 경영을 인문학이라고 생각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드러커를 이해하려면 우선 그의 ‘도덕적’ 견해를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다. 드러커에게 경영은 선을 위한 힘이며, 악을 비껴가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같은 접근이 유토피아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드러커의 사고에서 인문학의 역할을 고려해볼 때, 그의 도덕적 견해는 좀 더 명확해진다. 그 시초부터 오늘날까지 인문학의 이상은 해당 사회에 일단의 합의된 가치들을 적시에 심어주는 것이다. 만약 인문학의 역사적 목적이 바르고 옳은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인간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라면, 바르고 정당한 것을 위한 도덕적 힘이 되고자 하는 경영의 유일한 희망은 바로 경영을 인문학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pp.481~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