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Nebraska Furniture Mart)를 인수하면서 로즈 블럼킨(Rose Blumkin)은 워런 버핏이 선택한 최초의 여성 경영인이 됐다. 당시 로즈는 아흔 살이 다 되었음에도 직접 가게에 나와 일주일에 60시간 이상을 일했다. 마트의 이사장이던 로즈가 소유권의 변화를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신호로 여겼으리라는 짐작도 할 법하다. 그렇지만 로즈는 일주일 내내 하루 12~14시간을 일하면서 103세가 될 때까지도 가게를 지켰다.
이 때문에 버핏은 정년퇴직 기한을 100세까지로 늘려야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런 세상에 유능한 경영인을 찾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한 살 더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인재를 내보내는 태평스러운 짓은 할 수 없죠.”
버크셔에서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를 인수할 당시 이미 로즈는 성공한 CEO였다. 1937년 마흔 셋의 나이로 오마하에 가구점을 연 다음, 그곳을 연수익 150만 달러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로즈 블럼킨(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 CEO 편)
66세의 도리스 크리스토퍼는 백발이 성성한 푸근해 보이는 할머니이면서도 항상 말쑥하게 정장을 갖춰 입는다. 가정학을 전공한 도리스가 팸퍼드 셰프를 세운 것은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직판 기업을 키워보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미취학 아동인 두 아이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얼마간의 돈이라도 벌 방법을 찾으려는 의도였다. 도리스로서는 일하는 시간을 융통성있게 조절할 수 있어야 했지만, 그런 것을 보장하는 일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단독 경영자인 덕분에 필요할 때마다 자기 시간을 조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과 기질에 딱 맞는 틈새시장을 발견했다. 자신이 바라는 목표에 영감과 열정, 행동을 더하면 대개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도리스 크리스토퍼(펨퍼드 셰프 CEO 편)
1979년 8월, 스물다섯 살이던 캐시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신문 구인광고란을 보고 비즈니스 와이어에 전화를 걸었다. 로키는 직접 캐시의 면접을 진행했다. 영어학 학사와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던 캐시는 커뮤니케이션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로키 역시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 편집자로 채용된 캐시는 전화통화 내용을 받아적고, 고객사에서 전달할 새로운 제안을 검토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손보고, 기준에 맞게 표준화된 형식으로 작성해서 배포하는 일을 했다. 고객서비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것은 물론, 세세한 내용에도 극도로 신중해야 하는 일이었다. ---캐시 배론 탐라즈(비즈니스 와이어 CEO 편)
베릴은 당시의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마치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지인 한 명이 전화로 물었어요. ‘헬즈버그 다이아몬드 경영에 관심 있어요? 워런 버핏이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사흘 뒤인 일요일 아침, 전 버핏이 있는 오마하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어요. 버핏은 공항으로 직접 마중 나왔더군요. 그 날은 특별한 날이었어요. 막판에는 CEO직을 제안받았죠. 이틀 뒤 다시 전화를 걸어 제안을 수락했어요. 전 지금도 제가 미국에서 가장 행복하고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베릴 래프(헬즈버그 다이아몬드 CEO 편)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사진은 총 12명이며, 이 중 여성은 2명이다. 여기에 포함되는 수전 데커(Susan Decker)는 49세의 나이로 최연소 이사이기도 하다. 2007년 5월부터 이사회에서 활동한 수전은 동시에 규제, 보상, 지명 위원회, 감사회에도 소속돼 있다.
수전은 버크셔의 이사로 취임할 당시 야후(Yahoo)의 사장이었다. 그녀를 추천한 것은 버크셔의 부회장인 찰리 멍거 그리고 마찬가지로 버크셔의 이사이자 워싱턴포스트 컴퍼니의 사장인 도널드 그레이엄이다.
“세 명 모두 수전에게 최고점을 주었습니다. 수전은 상당히 까다로운 시험에 통과했죠.” 버크셔의 워런 버핏 회장은 그 무렵을 회상하며, 수전이야말로 버크셔의 이사직에 ‘적격타’였다고 말했다. “적절한 선택이었습니다. 젊은 수전은 그만큼 오래 일할 수 있었으니까요. 차기 이사를 물색할 때에도 수전 같은 인재를 찾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수전 데커(야후 사장 편)
캐서린 그레이엄은 포춘(Fortune) 선정 미국 500대 기업 CEO 중 최초이자 한동안 유일한 여성 CEO였다. 그녀는 1963년부터 1991년까지 워싱턴포스트컴퍼니(Washington Post Company)의 사주이자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워싱턴포스트컴퍼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버크셔는 워싱턴 포스트의 최대 소수주주였다. 따라서 캐서린과 버크셔의 회장 워런 버핏은 사업적 동료로 친밀한 우정을 지속해 올 수 있었다.
캐서린은 이 책에서 소개된 여성 CEO들과는 확실히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버핏은 케서린의 상사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각자의 자회사들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CEO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이 중요한 인물로 이 책에 소개된 이유가 있다. 바로 그녀가 버크셔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버핏과 지속적으로 친분을 유지하면서 대기업을 이끌어 낸 뛰어난 여성 사업가였기 때문이다. 캐서린과 버핏의 관계는 특별했다. 그리고 캐서린은 경영업계에서 여성 기업가들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케서린 그레이엄(워싱턴 포스트 발행인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