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의 다문화가정은 단점보다는 오히려 장점이 많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적 태도, 포용성, 다양성이 일반 한국인 가정보다 훨씬 높아 글로벌 시대에 걸맞다.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에서도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동포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한국인과 미국인이 혼합된 ‘세계인(cosmopolitan)’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미국인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든 편견이나 선입견이 그다지 없는 것이 장점이다.
--- p.27
1980년대 후반 한국사회는 빠른 속도로 다인종·다문화사회(multiracial and multicultural society)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공식적으로 개념화된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국제결혼을 통해 생겨났다.
--- p.32
금융인 짐 로저스는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번영하고 거부하는 나라는 망한다.”고 했다. 건강한 미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함께하는 생태계를 만들 때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 p.37
한국사회에서 다문화가정 아동과 청소년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차별이나 왕따 등 또래 관계, 친구관계에서 발생하는 심리적정서적 스트레스와 갈등이다. 특히 외국인 부모에게서 출생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할 경우 그들이 경험하고 극복해야 할 사회 정체성문제는 청소년기의 심리적정서적 측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 p.44
가정폭력은 다문화가정뿐만 아니라 한국인 가정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얼마 전에는 한국인 남성이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베트남 아내를 때리는 장면이 SNS에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 p.51
필자가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업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도 주변 지인들에게서 접한 자녀교육 문제 때문이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2018)에 따르면, 만 6∼24세 자녀를 양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결혼이민 여성(배우자)의 응답은 84.4%으며, 어려움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15.6%에 불과했다.
--- p.60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 다문화가정이라도 부모가 자녀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잘 양육하려 노력한다면 자녀의 심리적 안정 수준은 높아진다. 돈이 없어서 자녀와 대화하지 못하는 것 이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 자녀와 대화하지 않는 생활방식이 문제이다. 자녀가 문제를 일으키고 나서는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 p.71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낮은 자아 존중감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되도록이면 많은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인정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성취동기와 자기효능감을 자극해야 한다. 넷째, 곤란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지면 현실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 p.78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가장 큰 고민은 학업성적과 진로문제이다. 연령별로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 학령기의 가장 큰 고민은 친구관계나 우정문제라는 응답이 32.0%, 가정환경(부모의 싸움 등)이라는 응답이 15.3%, 인터넷, 모바일중독(채팅, 게임)이라는 응답이 13.9%다. 중학교 학령기인 12∼14세의 가장 큰 고민은 공부와 성적, 적성 등(58.5%)이었고, 외모(34.9%)와 부모, 형제 등 가족과의 갈등(22.2%)에 대한 고민도 컸다. 고등학교 학령기인 15∼17세 다문화가정 자녀의 가장 큰 고민은 진로, 진학 및 직업, 직업 선택, 보수 등(62.6%)이 가장 많았고, 공부, 성적, 적성 등의 고민(55.4%)이 나타났다. 18세 이상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가장 큰 고민은 진로, 진학 및 직업 문제 (66.1%)고, 학비 납부 같은 경제적 어려움(31.2%)도 비교적 높았다(최윤정 외, 2018: 572).
--- p.80
2018년 현재 다문화가구 자녀는 26만 4,733명이다. 자녀의 평균 연령은 8.32세로 학령 전기에 해당하는 6세 미만 자녀의 비율이 39.0%, 초등학령기에 해당하는 만 6∼11세 자녀의 비율이 38.2%, 중학교 학령기인 12∼14세 자녀의 비율이 8.6%, 고등학교 학령기에 해당하는 15∼17세 비율이 5.8%, 성인 연령층인 18세 이상의 비율이 8.3%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한국인 신생아의 출생률이 매년 하락하는 가운데 2017년 출생한 신생아 중 5%가 다문화가정의 자녀로 나타났다.
--- p.125
다문화가정 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자녀들이 부모의 생활습관까지 쏙 빼닮는다는 점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생활습관을 기르고 생활의 기틀을 잡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 점에 주의해서 양육해야 한다.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출석과 결석인데, 학교에 지각하지 않도록 시간 개념을 길러주어야 한다. 가정에서 생활교육이 안된 자녀는 학업성적도 좋지 않다. 생활습관과 자기주도 학습은 상호 접한 관련이 있다.
--- p.149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는 수시전형이 훨씬 유리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그러한 점에서 수시전형준비의 핵심은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자녀인 2019학번 서울대 합격생 현일이는 1학년 때부터 어렴풋이 농어촌전형, 즉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갈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학생부 관리의 필요성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로서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현일이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사실을 약점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두 국가의 문화를 체험해보는 것은 매우 귀중하고 유용한 경험이며 사회생활에서도 강력한 무기를 갖고 출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부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자신의 강점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아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하겠죠.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 있는 상태로 미래를 향해 도전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결과로 승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했다.
--- p.277
다문화가정 자녀 중에서 학습 부적응이 가장 심각한 그룹은 중도 입국, 외국인 가정자녀들이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고 입국 초기인 중도 입국, 외국인 가정의 경우, 외국어 능력을 갖춘 대학생을 멘토로 선발해 학생의 모국어로 멘토링을 실시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한국어 학습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와 일상생활 표현 및 어휘를 정리한 교재(초등,중등)를 배포했다. 한국어가 미숙한 다문화학생이 가능한 언어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문화언어 강사의 활용, 이중 언어 교과서 편찬, 이중 언어 몰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 p.300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일반 학생에 비해 학업 중단율이 높은 상황이며, 교우관계 및 학업 등의 문제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 2015년 학업 중단율을 살펴보면 일반 학생은 0.77%인 데 비해 다문화가정 학생은 0.85%, 2015년 통계청이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업 중단 이유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공부의 어려움과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로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응답자는 38.04%로 나타났으며, 경제적 문제로 학업을 중단한 응답자는 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1.04%가 학교생활부적응과 경제적 문제로 학업을 중단했다는 것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입시경쟁 시스템에서 소외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 p.314
다문화가정 자녀의 취업 후 상태를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사회적응과 불안정성, 빈곤 세습과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015년 통계청이 다문화가족 자녀의 지난 3개월간 월평균 임금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임금 200만원 미만을 받는다고 응답한 다문화가정 자녀는 총 91.2%로 나타났다.
--- p.322
다문화교육을 연구하다 보니 저소득층 다문화가정과 그 자녀, 학습부진의 늪에 빠진 다문화가정의 자녀, 학교 부적응에 힘들어하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위해 국가가 과연 무엇을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지도 못하고, 입시정보나 교육정보도 얻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어머니가 자식의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답답한 심정이다.
--- p.330
다문화가정의 관계 증진을 위해 다문화가정의 스트레스와 역경에 대한 이해와 적응, 가족 응집력을 증진시키는 신념 체계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가족의 지지를 경험한 자녀는 가족생활 적응능력이 향상되어 학교생활과 사회에 적응하는 능력도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가족 간에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훈련, 의견을 지지하는 훈련 등을 통해 가족의 지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 p.335
다문화가정의 상대 빈곤은 한국인 가정보다 더 심한 상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문화가정의 빈곤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 사회적 불평등 현상의 부분 집 합으로, 방치할 경우 사회통합에 많은 논란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2019년에도 다문화가정의 월평균 소득 수준은 한국인 가정보다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p.343
다문화가정 부모는 자녀 방임 수준이 낮고 부모 갈등이 적을수록 자녀의 자아존중감은 높아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저소득층 다문화가정이라도 부모가 자녀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자녀의 심리적 안정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p.359
이중언어 능력은 다문화가정 자녀가 지닌 선천적 자산이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이중언어 능력을 지원하기 위해 ‘로벌 브릿지’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언어 강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다문화교육정책은 다문화가정과 학생의 약점을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추세이다. 2015년 교육부 정책 방향은 다문화인재 육성에 강조점을 두고 있으나, 다문화가정 학생의 강점과 장점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는 한국화 하는 교육에 좀 더 중점을 둔 채 약점을 지원하는 형태의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 p.369
다중언어 구사능력은 로벌 디지털 노마드시대의 능력자라는 자격증과도 마찬가지다. 이중언어 능력의 토대를 갖춘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미래사회의 자산인 이중언어를 자연스레 구사할 수 있도록 부모들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 p.372
우리와 다른 문화에는 포용과 상생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지구촌 시대를 탄력적으로 살아가려면 보다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자녀들의 놀이터는 좁디좁은 대한민국이 아니고, 광활하게 열린 신세계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글로벌리더로 성장하도록 탄탄한 기반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무 아니겠는가?
--- p.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