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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애가 소꿉친구를 피하는 이유 2

그 영애가 소꿉친구를 피하는 이유 2

서가린 | 동아 | 2020년 01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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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622g | 147*210*24mm
ISBN13 9791163022978
ISBN10 1163022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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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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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피했잖아.”
그의 강력한 펀치에 쏟아져 나오려던 불만이 목 안으로 쑥 밀려들어갔다. 눈치챈 건 알았지만 그걸 직접 언급할 줄은 몰랐다. 하긴 얘 어릴 때부터 자기 피하는 거 진짜 싫어해서 그 점은 귀신같이 알아챘지.
“무슨 소리야.”
“가끔 아렌은 참 단순해.”
“나 피한 거 아닌데.”
늘 그렇듯 내게 불리한 일은 우선 부정부터 하고 봤다.
“피한 거 맞는데.”
키르는 당연히 그걸 또 부정했다. 말려들어선 안 된다. 나는 당당하게 목소리에 힘을 줬다.
“아니라니까.”
키르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화를 내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묘하게 차분해진 눈길에 조마조마해졌다.
“그러지 마. 나 섭섭해. 제국에 오면 매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매일 못 봤잖아.”
부끄럽지도 않나 봐. 키르의 변화에 정말 입이 떡 벌어진다. 애가 조금 직설적으로 변한 건 알았는데 저런 낯간지러운 말을 뻔뻔하게도 했다. 아니, 말한 사람은 당당한데 들은 사람이 부끄러운 경우는 뭐지? 얼굴로 열이 홧홧 몰렸다.
“뭘 매일 보려고 해. 어린애도 아닌데.”
“어린애가 아니니까 매일 보고 싶은 거지.”
키르는 마치 준비해 둔 것처럼 척척 답했다. 그만큼 내 손발이 오그라든다. 갈수록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어쩌면 나는 키르가 이럴 걸 알아서 무의식중에 피했던 게 아닐까? 사람이 성숙해진 게 아니라 느끼해진 것 같다. 부담스러워.
“그럼 매일 보겠다고? 나 쫓아다니기라도 하려고?”
빈정거림이 들어간 말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키르였다. 그는 굴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난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눈이 가느스름하게 휘었다. 그리고 기꺼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럴까?”
하지 마. 그러지 마. 네가 그러면 진짜로 그렇게 들린단 말이야. 나는 괜한 입방정을 떨었다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진짜 그러려고?”
내가 질색 어린 표정을 했더니 키르가 낮게 웃었다. 장난이었다는 신호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장난도 칠 사람이 쳐야 장난으로 느껴진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리고 얼른 키르에게 일을 만들어 줘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생겼다.
“이렇게 빨리 제국에 온 거면 너도 할 일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본인 일이 바쁘면 날 따라다니겠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겠지.
“아직은 괜찮아. 때 되면 움직일 거야.”
“아니야. 미리 움직여도 돼. 사람이 준비성이 철저해야지.”
“시간 많으면 널 쫓아다닐까 봐 그래?”
눈치는 빨라서. 나는 속으로 구시렁거리면서도 겉으론 나긋하게 키르를 설득했다.
“미리 준비하면 좋다, 이거지.”
“큰일이네.”
키르의 중얼거림이 의아했다.
“뭐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 격렬하게 쉬면서 널 따라다니고 싶어서.”
“날 쫓아다니면서 뭐 하려고!”
나도 모르게 펄쩍 뛰었다.
“감상? 네가 어려운 걸 공부할 땐 어떤 표정인가, 짜증날 땐 어떤 행동을 하나, 예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을 거 아니야.”
그건 감시겠지! 예전의 키르가 금붕어 똥이라면 지금의 키르는 스토커가 될 것 같단 말이다. 난 슬슬 팔에 소름이 돋아 정색했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징그럽다.”
“그렇게 싫어하다니 아쉽네.”
싫어하는 게 당연한 걸 가지고 아쉽다고 하지 말라고!
키르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으며 꼰 다리에 깍지 낀 손을 비스듬히 얹었다. 나를 바라보는 표정은 진지했고, 오만해 보였다. 그런 거로 진지해지지 마.
“그럼 아렌, 내가 널 쫓아다니지 않는 대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날 쫓아다니지 않는다면 뭐라도 해 줘야지!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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