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34쪽 \| 416g \| 15221520mm
ISBN13	9791196898205
ISBN10	119689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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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글그림 : 정재훈 이동 관심작가 알림신청

동네사람들은 우리집을 ‘고목나무집’이라고 불렀다. 집 뒤에 큰 나무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 덕분에 우리집은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곤충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 p.50

마음에 비바람이 불거나 파도가 일 때면, 나는 그 파도를 타고 굴참나무에게로 갔다. 그러면 나무는 내 마음이 잔잔해질 때까지 넓은 품을 묵묵히 내주었다.
--- p.107~108

그날은 참 이상한 날이었다. 엄마가 돌아왔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학교 가는 길에 만나는 키다리 전봇대와 수많은 계단들도 반갑고, 우리나라를 지켜줬던 이순신 장군 동상도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것 같은... 설렘 가득한 날이었다.
--- p.126

하얀 피부에 타조처럼 눈이 예뻤던 엄마는 원래 큰 병원의 간호사였다. 마음이 따뜻했던 간호사는 어느날 속이 아파 입원한 한 젊은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할머니 말씀대로라면 엄마는 ‘간이 붓고, 허파에 바람 든 녀석과 사느라 고생이 많은 ’며느리‘가 되었다. 아무래도 아빠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치료를 잘못 받았거나 또 아픈 건지도 모르겠다.
--- p.172~173

“사람은 누구나 별 하나를 품고 태어나는데 살면서 그걸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참 많거든. 나는 네가 품고 있는 그 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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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별을 품은 모든 이들에게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2019 다양성만화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인 정재훈 만화가의 『네 번째 별』은 1970년대 후반부터 난곡에 살았던 만화가의 유년시절 이야기에 만화적 상상력을 더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자 만화책이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던 ‘난곡’이 뉴타운 재개발 사업으로 옷을 갈아입는 동안 그곳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난곡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달동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 초고층아파트와 빌라들로 가득한 도시로 거듭났다. 그런데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도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며 유일하게 그 자리를 지켜낸 이가 하나 있다. 바로 난곡의 천 년 전설을 간직한 ‘굴참나무’이다. 지금도 난곡 이웃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굴참나무’는 만화가 정재훈이 유년시절 살았던 바로 집 뒤에 있던 ‘굴참나무’이기도 하다. 이 나무는 현재 그 깊이와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아마도 작가에겐 놀이터였고, 친구이자 수호신 같은 존재였기에 그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더군다나 ‘강감찬 장군의 신화’가 깃든 나무여서 더 특별한 난곡의 굴참나무는 『네 번째 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떠도는 구름처럼 척박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빠,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감당하며 현실을 살아내기에 바쁜 엄마, 그리고 철없는 동생 사이에서 주인공 지성의 유일한 소통 창구는 바로 ‘굴참나무’였다. 작가는 이 나무에 깃들인 ‘감강찬 장군’의 신화와 북두칠성의 네 번째 별인 ‘문곡성’이 떨어지던 날 강감찬 장군이 태어났다는 전설, 그리고 강감찬 장군의 이름이 원래는 ‘강은천’이었다는 사실을 토대로 ‘굴참나무’에 판타지 가루를 뿌려 ‘은천’이라는 인물로 새롭게 창조해 냈다. 그리고 은천은 지성의 친구로 존재하며 지성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지성이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걸음씩 성장해가는 지성과 주변 인물들의 심리적 변화와 성숙은 『네 번째 별』을 관통하며 하나의 맥으로 흐른다. 줄거리 자체는 현실적이며 냉혹하지만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러스함이 잘 어우러져 감동을 더하는 『네 번째 별』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나의 역사가 담긴 내가 지나온 길, 우리 동네는 안녕한가? 그 옛날 우리 동네가 그립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내가 그립다. 작가의 말 “에이, 거짓말. 당신이 나랑 몇 살이나 차이 난다고...” 내가 어릴 적 보았던 ‘넝마주이’나 ‘똥지게’를 지고 다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 아내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나를 신기하게 보다가도 이내 무슨 먼 옛날 동화속 이야기라도 듣듯이 흥미로워하며 두 눈을 반짝인다. 그러다가도 빈대가 우글거렸던 집 이야기로 넘어가면 고개를 흔들며 ‘그만!’을 외치곤 한다. 상상만 해도 몸이 간지럽고 소름끼친다나... 그러곤 내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한다. “어디 가서 그런 얘기 또 하지는 마. 알았지?” 나는 알고 있다. 그 말 안엔 ‘자랑은 아니니까…’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그런데 어쩌나, 이번엔 아예 만화책으로 소문을 냈으니! 아내의 말대로 어릴 적 난곡의 생활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창피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어디에 살던 다 나름의 사정이 있고, 사연이 있다. 주어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내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위대한 것이리라. 1976년에 난곡에 들어와서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난곡에서 보냈다. 유소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며 이사한 것만 십여 차례가 넘으니 내 부모의 삶은 또 얼마나 고달팠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으로 우리의 생활은 점점 더 나아졌고, 그 시간 동안 난곡도 변화하여 다른 별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바로 우리 집 옆에서 나의 친구이자 놀이터가 되어 주던 아름드리 ‘굴참나무’만 남아 변함없이 그 곳을 지킬 뿐이다. 이 대단한 녀석, 아니 이제 ‘분’이라고 해야 하나… ‘강감찬장군의 신화’까지 간직한 나의 ‘굴참나무’는 이제 그 세월의 깊이와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나는 지금도 난곡에서 식당을 하시는 어머니를 뵈러 갈 때면, 나의 휴식처이자 친구인 굴참나무를 만나곤 한다. 그러면 굴참나무는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하며 나 어릴 적 난곡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 놓는다. 한 개인의 삶과 역사가 모여 마을공동체를 이룬 난곡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무래도 또 그려야 할까보다. 30년 동안 ‘시사만화’를 위주로 만화를 그리다가 처음으로 ‘서사만화’로 단행본을 낸다. 과연 독자들이 내 만화를 어떻게 보고 느낄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난곡이야기-네 번째 별』이 내 작가인생의 한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옛날 함께했던 난곡의 이웃들과 현재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웃들에게, 나의 작품이 잠시나마 휴식이 되길 소망한다. 언제나 아름답고, 훌륭하고, 존경하는 나의 어머니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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