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EPUB
공주 연생
eBook

공주 연생

[ EPUB ]
김우주 | 가하 | 2013년 03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7 리뷰 83건 | 판매지수 48
정가
3,500
판매가
3,500
추가혜택
쿠폰받기
{ Html.RenderPartial("Sections/BaseInfoSection/DeliveryInfo", Model); }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3월 26일
이용안내 ?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4.9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5.3만자, 약 5만 단어, A4 약 96쪽?
ISBN13 9788966475780
KC인증

이 상품의 태그

농녀복비별태첨

농녀복비별태첨

3,000 (0%)

'농녀복비별태첨' 상세페이지 이동

용사의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용사의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3,200 (0%)

'용사의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상세페이지 이동

삼국지에 집착 남주가 왜 나와요?

삼국지에 집착 남주가 왜 나와요?

3,000 (0%)

'삼국지에 집착 남주가 왜 나와요?' 상세페이지 이동

미드나잇 스캔들

미드나잇 스캔들

3,300 (0%)

'미드나잇 스캔들' 상세페이지 이동

버그를 악용하지 마세요

버그를 악용하지 마세요

2,500 (0%)

'버그를 악용하지 마세요' 상세페이지 이동

탐화

탐화

3,300 (0%)

'탐화' 상세페이지 이동

오베르의 들판

오베르의 들판

3,000 (0%)

'오베르의 들판 ' 상세페이지 이동

(젖소 수인에게는) 유모가 천직

(젖소 수인에게는) 유모가 천직

1,100 (0%)

'(젖소 수인에게는) 유모가 천직' 상세페이지 이동

첫눈에 반했어요, 흑막님!

첫눈에 반했어요, 흑막님!

1,100 (0%)

'첫눈에 반했어요, 흑막님!' 상세페이지 이동

남주의 어장에서 탈출하겠습니다

남주의 어장에서 탈출하겠습니다

3,300 (0%)

'남주의 어장에서 탈출하겠습니다' 상세페이지 이동

버그를 악용하지 마세요 1권

버그를 악용하지 마세요 1권

2,500 (0%)

'버그를 악용하지 마세요 1권' 상세페이지 이동

덮치고 싶지 않아!

덮치고 싶지 않아!

1,200 (0%)

'덮치고 싶지 않아!' 상세페이지 이동

삼국지에 집착 남주가 왜 나와요? 1권

삼국지에 집착 남주가 왜 나와요? 1권

3,000 (0%)

'삼국지에 집착 남주가 왜 나와요? 1권' 상세페이지 이동

요망한 병아리와 위험한 장난감

요망한 병아리와 위험한 장난감

3,200 (0%)

'요망한 병아리와 위험한 장난감' 상세페이지 이동

랭킹 1위를 영혼까지 털어버림

랭킹 1위를 영혼까지 털어버림

2,900 (0%)

'랭킹 1위를 영혼까지 털어버림' 상세페이지 이동

흑막의 계약 연인은 헤어지고 싶다

흑막의 계약 연인은 헤어지고 싶다

3,000 (0%)

'흑막의 계약 연인은 헤어지고 싶다' 상세페이지 이동

미드나잇 스캔들 1권

미드나잇 스캔들 1권

3,500 (0%)

'미드나잇 스캔들 1권' 상세페이지 이동

퇴학당하는 야한 방법

퇴학당하는 야한 방법

1,000 (0%)

'퇴학당하는 야한 방법' 상세페이지 이동

내가 잠이 든 사이(feat. 나쁜 친구들)

내가 잠이 든 사이(feat. 나쁜 친구들)

1,000 (0%)

'내가 잠이 든 사이(feat. 나쁜 친구들)' 상세페이지 이동

탐화 01권

탐화 01권

3,300 (0%)

'탐화 01권' 상세페이지 이동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건륭 44년(1779년), 북경
‘제발……. 제발!’
흔들리는 가마 안에서 조선국에서 온 공주 이연생李連生은 간절히 빌었다. 자신이 청제국 이친왕의 재취再娶로 시집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줄곧 간절히 빌었지만, 오늘은 더욱 절실하게 기도했다.
‘나를 귀애해주시기를!’
공주 연생은 용기를 그러모아 벌어진 가마 틈으로 자신과 혼례를 올릴 이국 왕의 뒷모습을 훔쳐보았다. 주변이 왁자했다. 아니, 왁자하단 말로는 부족했다. 거대한 시장 같은 큰길의 가운데에서 연생이 탄 신부의 빨간 가마는 넘실거리듯 움직이고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 있었다. 행렬의 선두에서는 이친왕과 조선국에서 온 공주의 행차를 알리는 호령이 길게 울리고 있었다. 오늘, 해가 지기 전에 연생은 새로운 저택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이친왕은 멀리서 시집오는 신부를 위해 반나절 정도 말을 타고 와 마중해주었지만, 당연히 혼례식을 하기 전에 지아비가 될 왕의 얼굴을 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공주 연생은 가마 앞쪽에서 말을 몰아 나아가는 이친왕의 뒷모습을 자세히 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뒷모습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흔들리는 가마 안이기도 했고, 마음껏 가마 덮개를 열어젖힐 수도 없었다.
‘지아비 되실 분이 무섭고 잔혹하면 어찌하지.’
고향이 가까우면 가끔 친정 나들이를 허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니 평생을 눈물로 외롭게 살다가 죽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고독한 삶을 원할 이 뉘 있으랴. 그녀는 사랑을 원했다. 아직 얼굴조차 보지 못한 이국의 지아비 사랑을.
사랑이 있다면, 어쩌면 이국에서의 외로운 생활도 조금은 견딜 만할지도 모른다. 지아비의 사랑을 받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잉태를 하겠지. 그리하면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것이다.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 고향의 가족과 헤어진 괴로움도 아주 약간은 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연생은 소원했다.
‘저를 귀애해주세요!’
간절히 기원했다.
‘저를 어여삐 보아주세요!’
연생은 흔들리는 가마 안에서 두 손을 꼭 맞잡고 발원했다.
‘제발, 제발이요!’
연생의 아비 명언군 이길 대감은 왕실의 종친으로 부족함 없는 생활을 누리면서 평생에 걸쳐 소일 삼아 즐기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유람이었다. 왕의 혈통을 이은 왕족의 신분으로 관직에 나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 명언군의 유람은 단순히 금강산이나 백두산에 다녀오는 정도가 아니었다. 청국이나 서역西域(동투르키스탄)에 다녀오거나 왜국이나 아라사, 면전緬甸(미얀마), 니박이尼泊爾(네팔), 월남 등 조선 팔도에 누구도 간 적이 없다는 멀고 먼 곳을 찾아다녔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이삼 년 정도 유람하고 어느 날 불쑥 집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진귀한 이국의 인형이나 그림책, 옷 등을 선물로 준비해서.
종친을 관리하는 종부시宗簿寺조차도 이길대감에 대해서는 아예 포기를 해버렸달까. 어차피 어떤 꿍꿍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역마役馬가 끼여 한 곳에 정착할 수는 없는 운명인 것을.
어느 날 연생의 아버지는 유람을 마치고 돌아왔고, 다른 때처럼 진귀한 선물을 안겨주는 대신, 연생을 청제국 이친왕에게 시집보내기로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3년 전 일.
“청제국 이친왕?”
연생은 그 낯선 단어를 수없이 혼자 되뇌어보았다.
아버지는 간단하게 사실을 전했을 뿐,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연생의 어머니는 아무리 물어도 딸이 갑자기 청으로 시집가야 하는 이유를 알아내지 못하자, 유람하는 이길 대감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차돌이를 다그쳤다. 하지만 차돌이마저 끝까지 입을 열지 않고 버티자 평생 동안 부리는 종복에게 모진소리 한번 한 적 없는 어머니는 차돌이를 멍석말이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연유를 말하지 못하겠느냐!”
애가 타 속이 바짝바짝 마르는 가운데 수백 번 반복한 질문을 다시 하며 다그치자, 그제야 차돌이는 딱 한마디를 했다. 정확히는 딱 한 단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호…… 호랑이.”
“호랑이?”
차돌이는 그렇게 말하고 기절해버렸다.
‘호랑이라니? 대체 호랑이가 뭘 어쨌기에?’
혼수 준비는 차분히 진행되었다.
왕실 종친의 여식인 연생이 청제국의 세습 왕 중 하나인 이친왕에게 시집가게 되었다는 소문은 도성 안에 빠르게 퍼졌고, 결국 국왕의 귀에도 들어갔다. 조선 왕족이 외국 왕실에 시집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백 년도 전에 청나라 예친왕이 국혼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 조선 왕실에서는 국왕의 딸인 공주를 차마 외국으로 보낼 수 없어 종친인 금린군의 딸을 공주로 봉해 청국으로 시집보냈다. 하지만 그때 딱 한 번뿐이었다. 그 후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국왕은 종친인 명언군을 불렀다.
궁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궁에 다녀온 명언군은 연생에게 공주의 작위가 내려졌다고 했다. 연생을 공주로 봉하는 것은 왕의 양녀로 삼는다는 의미로, 이번 혼례가 잘 진행되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았다. 왕실에서 하사한 혼수품이 속속 연생의 집에 도착해 안마당을 꽉 채우자 공주 연생은 마침내 멀고 먼 길을 나섰다.
연생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육중한 대저택의 대문, 높디높은 문지방 앞에서 신부의 붉은 가마가 딱 멈췄다. 대륙의 것은 모두 큼직큼직했다. 연생을 호위하던 일행은 지나오면서 수없이 그 규모에 넋을 잃곤 했다. 때로는 압도당했고, 때로는 경탄했고, 때로는 신기하게 여겼다. 이제는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 싶을 정도로 대륙의 위용에 익숙해졌지만, 이 저택을 보고 생각을 바꾸지 않은 이가 없었다.
‘아, 이것이 저택이란 말인가.’
저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위압적이고 장대했다. 호화롭고 사치스러웠다.
아무리 대륙의 것이라고 하나, 이곳 역시 사람이 사는 집이거늘.
‘집? 이것이 집?’
어마어마한 높이의 대문과 붉은 기둥이 집이라는 단어에 코웃음을 치는 듯했다.
저택, 저택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했다.
대저택이라고 하면 조금 가까워진다. 하지만 대저택이라 하기에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은 일종의 궁宮. 궁이라고 해야 할까, 궐闕이라고 해야 할까.
“공주 마마! 마마의 저택이옵니다!”
조심스레 겉 휘장이 열렸다.
‘나의 저택?’
“가마로 대문을 넘을 수는 없다 합니다, 마마.”
어린 시절부터 연생과 함께 먹고 잔 시비 복비의 목소리였다.
“안쪽 휘장을 치우겠습니다.”
연생은 자신의 두 뺨을 지그시 눌러본 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입을 열었다.
“안쪽 휘장을 치워라.”
안쪽 휘장이 들리며 시야가 열리자, 연생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만주풍 예복을 입은 늙수그레한 영감이었다. 그 뒤로 저택의 사람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설마, 저 늙은이가 나의 서방님?’
연생은 급작스러운 긴장으로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재취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조선에서 출발하기 전에 그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늙은 사내를 지아비로 모시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절대로! 하지만! 하지만…….’
이도 많이 빠진 것 같았다.
‘늙었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연생은 열심히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그 작은 위로는 소용이 없었다.
얼굴에는 검버섯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했으며 백발성성한 머리가 눈길을 끌었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의 할아버지뻘이라는 사실.
최소한 비슷한 연령대의 신랑을 상상한 연생을 비웃듯 이 빠진 노인이 연생을 보며 뭐라 중얼거렸다.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연생은 북경으로 오기 전에 대국의 언어라는 한어를 배웠다. 그런데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예복을 입은 노인이 하는 말이 만주어라는 것조차 연생은 모르고 있었다.

연생을 빤히 보던 노인 신랑이 갑자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시비에게 빠르게 뭔가 지시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연생이 그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싶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약간 앞으로 당겨 앉았을 때, 시비들이 갑자기 연생의 머리 위로 뭔가를 씌웠다. 그러고는 황급히 가마의 휘장을 내려버렸다.
‘아악! 이게…… 대체 뭐지? 앞이 전혀 안 보이잖아!’
가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 어디로 가는 거지?’
연생은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혼례복을 갖춰 입고 족두리에 연지곤지까지 찍은 고운 신부를 보자마자 할아버지 신랑이 소박이라도 한 것인가. 영문 모를 행동에 연생은 약간 부아가 치밀었다.
“복비야! 복비야, 게 없느냐?”
연생은 절박하게 복비를 불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자주 부른 이름이 그 이름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부르면 마법처럼 달려오는 존재. 혼자라고 생각될 때 그 이름을 부르면, 연생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복비도 대답하지 않았다. 복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얼굴 위에 뭘 씌운 거야?’
연생은 눈앞을 가린 그것을 걷어내려 했지만, 도무지 매듭을 찾을 수 없었다. 연생이 앞을 보지 못해 허둥거리는 동안 가마는 다시 덜컹거리며 어딘가로 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복비야, 어디 있어?”
연생은 일단 어린 시절부터 내내 곁을 지킨 복비부터 찾았다. 하지만 가마의 휘장을 열어준 것은 복비가 아닌 만주풍 옷차림을 한 낯선 시비들이었다. 연생은 낯선 집으로 안내되었다.
저택 안에 또 집이 있다. 궁을 연상시키는 대저택 안에 수많은 별채가 있고, 여기도 그중 하나이리라. 방이 여럿 딸린 사치스러운 처소 앞.
“이것은 대대로 내려오는 만주의 안장입니다.”
연생은 만주어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자신이 배운 한어가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는 답답함을 느꼈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일단 그 안장을 밟고 저택 안에 있는 또 다른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눈치껏 알 수 있었다.
그 후 연생은 숯을 태운 재를 밟고 신방으로 들어갔다. 전통에 따른 절차였지만, 연생이나 시중드는 시비 모두 한껏 당황한 탓에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이 저택에는 이 모든 일을 관장할 신부의 어머니, 혹은 어머니 역을 대신할 만한 여주인이 없었다.
신방으로 꾸민 거대한 내실에 들어선 순간 연생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거대했다. 정말이지 거대한 방이었다. 동시에 눈이 따가울 정도로 사치스러웠다. 이토록 큰 방은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높은 지붕과 이렇게 굵은 서까래와 기둥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연생은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삶이 감히 예상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 깨달음에 그녀는 잠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래서 시비들이 뭐라고 말을 건넸을 때, 연생은 무슨 말을 하는지 궁리해볼 여유도 없이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시비들은 연생에게 만주어로 뭐라 말한 후, 다짜고짜 그녀가 입은 옷을 벗기려 들었다.
“무엄하다! 무엄하구나!”
누군가의 몸시중을 받는 일에는 이미 익숙한 연생이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이국의 시비들 앞에서 속옷마저 벗어야 하는 순간이 오자, 연생은 부끄러운 감정을 넘어 수치스러움마저 느꼈다.
‘기어이 너희가 곧 주인 될 이의 알몸을 볼 참이냐?’
지금 입은 조선의 혼례복이 이곳의 예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갈아입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안쪽에 입은 속옷까지 갈아입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새로운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국의 시비들에게 둘러싸여 알몸이 되고 싶진 않았다.
“무엄하다! 복비는 어디 갔느냐? 조선 왕실에서 보낸 궁녀들은 다들 어디 갔느냐?”
연생은 나름 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린 소녀라고 하기엔 자못 위엄이 서린 음성이었다. 보통의 소녀라면 절대 낼 수 없는 강단 있는 소리.
하지만 이국의 시비들은 알아듣지 못할 말로 뭐라 계속 말하면서, 연생의 옷 벗기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건 너무 가혹했다. 공주의 작위를 받은 이후로 그녀는 보통의 처자와는 다른 신분이었다. 이전에도 왕족의 딸이었지만, 이제는 더 특별하고 존귀한 존재가 되었다.
그 자리는 하고 싶은 일만 고집할 수 없는 자리였다. 싫은 일을 견뎌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웬만큼 거부감이 이는 일이라도 연생은 참고 견뎌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참고 싶지 않았고, 견뎌내고 싶지도 않았다.
연생은 마치 술래잡기를 하듯 필사적으로 시비들을 피해 방 안을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시비들의 손에 잡히려는 순간 어김없이 꽁무니를 뺐다.
마침내 시비들의 이마에서 또르르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시비들은 꽤나 간절하게 설득했지만 연생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공주 마마! 공주 마마!”
“아, 복비야!”
얼마간 그렇게 이국의 시비들과 술래잡기를 했을까. 드디어 낯익은 복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마!”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선 복비의 손에는 새 옷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뒤따라 청나라 시비 셋이 커다란 나무통을 들고 들어와, 그 안에 불을 붓기 시작했다. 목욕물?
“그건 뭐냐?”
“혼례복이요.”
“혼례복?”
“아, 그리고 여기선 신부가 혼롓날 저녁에 신랑에게 가장 먼저 얼굴을 보인답니다. 다른 이에게 얼굴을 보이는 건 경을 칠 일이라네요. 이곳 집안사람들이 ‘혼례복을 입었습니까?’ 하기에, 우리는 혼례복을 입었다 했지요. 그래서 가마를 열었는데 마마께서 맨얼굴을 쏙 내미시니 다들 당황했나 봅니다.”
“아.”
연생은 단지 깨달음의 탄성 비슷한 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조선에서 입고 온 옷은 모두 벗으셔야 한답니다. 청제국에서 만든 혼례복만 입으실 수 있다고. 외국의 것은 실 한 올도 걸치실 수 없답니다.”
“…….”
“마마께서는 이제 청제국의 이친왕비이십니다.”
그렇게 말하는 복비의 목소리는 자못 엄숙했다. 목이 멘 목소리 같았다면 그것은 지나친 과장일까.
외국의 것……. 외국의 것은 실 한 올도 걸칠 수 없으십니다.
이제 그녀에게 조선은 외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이별했다고 생각했다. 뼈에 사무치도록 아프게 이별했다고 생각했다. 북경까지 오는 긴 여정 동안 충분히 서글픈 이별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속옷까지 모두 벗어야 하는지 설명을 듣고 나자 연생의 어린 가슴속으로 예상치 못한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그 사실이 낯선 깨달음이 되어 연생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공주 연생

회원리뷰 (31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5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7.9점 7.9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구매후 즉시 다운로드 가능
  •  배송비 : 무료배송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