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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줄 놓은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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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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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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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14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8.3만자, 약 6.1만 단어, A4 약 115쪽?
ISBN13 9788966475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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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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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백선로드(더로드&백선)
더로드와 백선이 만나 백선로드라는 이름으로
신영미디어와 로망띠끄, 별이 보이는 다락방에서 활동 중.

“인생은 나이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의 결핍으로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을 보태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에 주름이 진다.”
- 사무엘 올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중요성,
마음을 위한 몸, 몸을 위한 마음.
포기하며 세상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꿈꾸며 세상과 타협하기를 바람.
앞으로도 100퍼센트의 열정으로 작품에 임하고 싶음.

대표저서
『衙름다운 태왕 을불』
『커피 그리고 설탕 한 스푼』
『남편의 유혹』
『셰리 외 다수』
『동궁에 부는 바람』(출간예정)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똑똑.
샤워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희도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불을 켜고 문을 열었다. 파란 파자마 위에 갈색 카디건을 걸친 문석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어이쿠, 잠자려는데 방해를 했구나. 허허허.”
문석의 능청스런 웃음에 그녀도 웃음으로 답했다.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창가 쪽에 놓인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문석이 맞은편에 앉은 희도의 어깨를 살짝 쓸어주며 걱정스럽게 입을 뗐다.
“희도야…….”
“예.”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목소리를 낮추시는 걸까?’
그녀는 진지한 표정의 문석을 보자 궁금증보다 걱정이 앞섰다.
“이 아저씨는 너를 친딸처럼 생각한단다.”
“예, 저도 아저씨를 아버지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아주 좋은 혼처가 있어서 말이다. 이번 주 토요일 날 시간 괜찮으냐?”
“네?”
희도는 문석의 말이 퍼뜩 이해되지 않았다.
“저, 그, 그 말씀은 설마…….”
‘맞선은 아니겠죠?’
“그 설마가 맞을게다. 너만 괜찮다면 오는 토요일에 맞선을 봤으면 한다.”
“!”
희도는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맞선을 본다던 혜정을 보며 조건으로 결혼을 선택하려는 그녀의 부정적인 면을 얼마나 질타했었던가. 그런 한편 그렇게 해서라도 딸을 좋은 곳으로 보내려는 부모의 사랑이 부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지문석의 입에서 맞선이라는 말을 들으니 사형선고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묵직하기만 하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녀는 멀어져만 가는 이성을 가까스로 붙들어 맨 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아저씨……. 꼭 선을 봐야 하나요? 전 아직…….”
그녀의 말에 문석은 눈에 힘을 주며 더욱더 진지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희도야, 이 아저씨를 위해서 이번 한 번만 나가주면 안 되겠니?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 그런단다. 혹시 이번에 나갔는데도 마음에 안 든다면 두 번 다시 맞선 얘기는 꺼내지 않으마.”
“…….”
‘아…… 이를 어쩌지? 아저씨는 진짜 나를 딸처럼 생각하시나봐. 난 아저씨 아들이랑 키스까지 해버렸는데…….’
한차례 태풍이 지나간 듯 어지러워진 마음을 깊은 한숨으로 덮어보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아저씨의 진지한 표정이 자꾸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방금 전의 제안을 받아들이라 말했다.
이 상황에서도 왜 자꾸 환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할수록 자꾸만 머릿속을 파고들어 마음을 흔들어댔다.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을 기다리는 문석 아저씨의 표정이 그의 얼굴과 자꾸만 겹쳐졌다.
더 이상 망설이다간 큰 오해를 사고 말 것이다. 일단 아저씨의 바람대로 따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딱 한 번이라고 단언했으니 눈감고 그깟 맞선, 보면 그만인 것이다.
“알겠어요, 아저씨. 아저씨가 저를 위해 준비해주신 만남이니 이번만 갈게요. 하지만 정말 이번만이에요. 이것만큼은 확실히 약속해주셔야 해요.”
“아이쿠, 희도야! 고맙다! 내 두 번은 이런 자리 만들지 않을 테니 안심해라. 하하하하.”
문석은 자신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자 왠지 모를 성취감과 기쁨에 한껏 고조되었다.
확실하게 토요일로 약속을 잡은 뒤, 문석은 그녀에게 잘 자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희도는 고맙지만 거절하고 싶은 문석의 제안을 떠올리며 힘없이 침대에 몸을 뉘였다.
‘에휴…… 내가 맞선 보는 거 환이 오빠는 알까?’
그녀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잠깐! 내가 맞선 보는 거랑 환이 오빠가 그 사실을 아는 거랑 무슨 상관이지? 나도 참, 요즘 왜 이러는 거야? 시도 때도 없이 환이 오빠 얼굴이 떠오르질 않나, 매일 붙어 있다가 떨어져서 그런 건가?’
그녀는 얼굴을 베개에 깊게 묻으며 살아 움직이는 의식들을 무의식으로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띠리띠리띠리.
조용한 방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희도는 손을 뻗어 침대 옆 협탁에 있던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
발신자 번호를 본 희도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신병환자? 뭐야!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한 거지?’
길게 생각할 여유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 들어도 또 듣고 싶어지는 차분한 음성이 그녀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 자?
“안 자니까 전화 받았죠! 근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 …….
“여보세요?”
- 섬에서 있었던 일 안 잊었겠지.
“네? 섬이요?”
이 남자가 갑자기 섬에서의 일을 묻다니, 희도의 심장이 또다시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갑자기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섬에서의 일을 잊지 않았냐고 물으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섬, 섬이라면…….”
- 모르는 척하는 건가? 아니면 저번처럼 또 기억 못 하는 건가?
갑자기 전화해서는 섬에서의 일을 추궁하듯 물어보다니, 질문의 저의를 알 수 없었다.
그땐 분명 제정신이었다. 약간 술에 취해 있긴 했지만 기억을 못할 정도도 아니었고, 오히려 기분 좋을 정도로 적당히 취한 상태였었다. 그리고 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술을 마셔도 그녀가 더 마신 상태였기에 웬만해선 취하지 않는 그가 먼저 취할 리는 없었다.
그날 자신이 오버를 조금 하긴 했지만 둘 다 멀쩡한 상태에서 키스를 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너무나 짙고 강한. 너무나 강렬했던 그때의 일을 잊는다는 게, 아니 잊을 수 있다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무, 무슨 말이에요! 그날 우리가 키스한 건…… 앗!”
희도는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내 입으로 키스했다고 말해버리다니!’
희도는 얼떨결에 나간 말 때문에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 훗, 기억하고 있군.
“참나! 그걸 어떻게 잊어요? 그렇게 격하게…… 아우! 어쨌든 절대 못 잊어요! 어떡하실 거예요! 책임지세요! 내 순결 돌려주세요!”
그동안 부끄러워 말도 못하고 참고만 있던 생각들이 그의 짓궂은 말투에 봇물이 터진 듯 막힘없이 나왔다.
휴대전화를 통해 그의 잔잔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워낙 짧은 순간이여서 그것이 그의 웃음소리였는지 아니었는지 긴가민가할 정도였다.
잠시 후, 그가 한결 더 침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명령하듯 짧게 말했다.
- 책임질 테니 절대 잊지 마라.
“네? 뭐, 뭐라고요?”
- 그만 자.
뚜…….
“여, 여보세요? 이봐요!”
희도는 끊어진 전화에 대고 소리치듯 그를 부르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뭐야,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책임진다고? 나를? 어떻게?’
희도를 잠들지 못하게 한 환의 수수께끼 같은 말 한마디에 아침까지 그녀는 풀리지 않는 해답을 풀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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