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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 깊은 얼룩

사려 깊은 얼룩

: 문순영 시집

문학의전당 시인선-15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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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96g | 128*188*20mm
ISBN13 9788998096243
ISBN10 8998096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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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문순영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1년 『문학공간』으로 등단하고 『월간문학』 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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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말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데
말은 침묵의 터널을 통과하지 않고는 헛것임을 알았다.

등불을 들고 비탈에서 말없이 손잡아주며 따라와 준
나의 길벗들
지금 여기쯤의 이 간이역에서,
잘 가라, 부디 잘들 가시라.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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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묻은 얼룩을 지르잡다가 문득 생각한다. 어차피 염색을 거친 옷감인데, 나는 왜 거기 반점 하나 덧칠되는 걸 가만두지 못하는 걸까. 무늬와 얼룩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늬를 원했기에 물이 들다/그만 얼룩이 되어버렸다”(「물든 바지를 입고」)라는 구절처럼, 우리는 무늬만을 원한다. 얼룩은 되어버리는 것, 우리 의사와는 무관하게 ‘묻는’ 것이다. “자신의 뜻 아닌 데서 쓰다듬어지는 날들”(「그리워하다, 분재」)을 살 때, 얼룩이란 투명한 마음에 덕지덕지 들러붙는 것들의 대명사이다. 선인들은 말한다. 상시 마음 거울이 얼룩지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문순영 시인은 이 시집에서 얼룩이 무늬가 되는 연금술을 선보인다. “상처 난 짐승의 가죽이 소파의 무늬가 되”고 “옹이 박힌 흉터가 아름다운 무늬의 책상”(「나이테에 걸린 옹이」)이 되는 진경. “뒤집어쓴 상처가 무늬가 되”고, “아프나 아름다운 이력이 되는 생”(「그리워하다, 분재」) 앞에 나는 부끄럽다. 수챗구멍으로 흘러간 얼룩들에게 미안해진다. 문순영의 시집 『사려 깊은 얼룩』이 내 마음에 남긴 엄중한 화두이다.
이현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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