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면서 콜론을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점입니다. 가령 우리말로도 ‘우리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라고 하기보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라고 관심을 집중시킨 다음 ‘그건 바로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는 거야’라고 말하면 메시지 전달 효과가 배가되죠? 영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무언가를 말했다’는 사실을 먼저 전달한 뒤에 구체적인 내용이 이어지기 때문에 핵심이 제시되는 후반부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생기는 거죠. --- p.19~20
분사는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 역할을 하지만 일반 형용사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대상을 수식할 수 있습니다. 분사의 뿌리가 동사다 보니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와 동작의 주체인 명사를 함께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문장을 간결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 애석한 건 대다수가 영작을 할 때 분사구문을 잘 구사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 이유가 뭘까요? 아마도 우리말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다른 구조를 떠올릴 여력이 없어서였을 겁니다. 우리말 구조는 말끔히 잊고 핵심 메시지에 알맞은 영어 문형을 떠올려야 하는데, 이는 사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사고 전환 과정이죠. 반복적인 영작 훈련으로 핵심 문형을 암기하고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외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 p.35~36
미국 대학생들마저 끙끙댔던 고전 텍스트는 대체 어떤 문장 구조로 쓰인 걸까요? 도서관에서 이 고전들을 거듭해 읽다 보니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되던 난해한 문장들도 차차 편하게 느껴지더군요. ‘이래서 고전으로 평가받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왜 편하게 느껴지는 건지는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문장 구조를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 핵심은 바로 ‘문장의 균형(Balanced Sentence)’에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대다수 학생들은 글을 쓰는 데 급급해 구조를 잘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글의 핵심에는 이 ‘문장 균형의 원리’가 자리하죠. --- p.53
‘학문 언어로서의 영어’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학을 통해서였습니다. 학술서에 나오는 영어는 이전에 읽었던 영어책보다 훨씬 더 복잡해 보였죠. 문장 구조부터 잘 파악되지 않으니 문맥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뭔지 찾아볼 요량으로 텍스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 가지 특징이 보였죠. 고급 학술 영어에서는 도치, 생략, 동격과 같은 수사법을 흔히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수사학을 빌리면 자신의 주장을 매력적이면서도 간결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물론 다양한 수사법을 이미 문법책으로 배운 바 있었지만 실제로 원서에서 마주치니 책에서 배운 이론과는 차원이 달라 보였습니다. --- p.71
잘 쓴 문장의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제거한 간결함입니다. 문장이 길어진다 싶을 땐 과감하게 생략하는 게 최선이죠. 문장이 간결해지면 메시지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거든요. 의미만 통한다면 서술어, 주어, 보어, 부정사구 등 다양한 성분이 생략될 수 있습니다. --- p.78
영어 문장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퍼즐 게임처럼 정해진 자리에 조각을 끼워 넣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내는 것과 같다고 했었죠? ‘자리’는 문장의 틀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주어, 서술어, 목적어, 주격 보어, 목적격 보어 자리와 부수적인 수식어 자리로 나뉩니다. 중요한 건 필수 자리에 들어가야 할 핵심 개념이 수식어 자리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죠. 핵심 개념과 보조 개념을 분류하지 않고 글을 쓰면 논리도 사라져 버립니다. (…) 문장 성분들이 갖는 무게감을 고려하지 않고 주어에 수식어를 지나치게 많이 덧붙이면 문장의 간결성과 가독성이 떨어지게 되죠. --- p.92~93
글이 안 써지는 이유는 뭘까요? 첫째로, 문장을 만들어 내는 실력이 부족해서입니다. 자기 생각을 영어 문장으로 풀어내지 못하면 당연히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서 익힌 고급 문형 패턴을 머릿속에 저장해 뒀다가 적재적소에 영어 문장으로 풀어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죠. 언어의 달인이라면 누구든 두말없이 동의할 테지만, 영작은 오로지 부단한 노력과 지난한 반복을 통해서만 발전합니다. 둘째로, 구성력이 부족해서입니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한 방법을 모른다는 말이죠. 이를 해결하려면 서론, 본론, 결론에 어떻게 아이디어를 배치하고 단락을 연결할 것인지를 터득해야 합니다. 다행히 구성력은 문형 패턴에 비해 빨리 익힐 수 있습니다. 이 책만 열심히 읽어도 충분히 가능하죠. 셋째로, 정보력이 부족해서입니다. 쉽게 말해 주어진 주제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말이죠.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대다수는 이 배경지식 부족 때문에 글쓰기를 어렵게 느낍니다. 이는 비단 영어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죠. 우리말로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지식으로 무장돼 있다 하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확장시키거나 발전시키는 능력이 부족하면 몇 줄만 써도 할 말이 금세 바닥나게 되죠. --- p.112~113
개념은 집단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지식이나 생각을 가리키죠. 개념들 사이에는 위계가 있고, 이 위계로 인해 문장에서 차지하는 자리도 달라지기 때문에 논리적인 글을 쓰려면 개념부터 면밀히 분석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 개념의 위계를 나누는 기준은 바로 추상성과 구체성입니다. 가령 ‘사랑’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이라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개념을 ‘포옹’, ‘미소’, ‘선물’ 등의 하위 개념으로 쪼개면 만질 수 있거나 눈에 보이게 되죠. 이처럼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하위 단위로 세분화하는 과정을 ‘개념의 운용화(operationalization of concepts)’라고 부릅니다. --- p.114
에세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서론, 본론, 결론입니다. 서론에서는 글을 쓰는 이유, 즉 글쓴이의 주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죠. 주장에 해당하는 문장을 ‘논제제시문(thesis statement)’이라고 하는데, 이 제시문이 분명하지 않으면 논리적 글쓰기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본론에서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주제문(topic sentence)’을 첫 문장으로 쓰고 관련 사례와 부연 설명으로 주제문을 뒷받침합니다. 결론에서는 주장을 한 번 더 요약해서 제시하고요. 이렇게 보면 논리적인 글쓰기가 무척 간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막상 글을 써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 p.117
서론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3가지 접근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주장에 반하는 사실을 열거하면서 비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는 방법이죠. 두 번째로 ‘과연 그럴까?’라고 주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명제를 세분화해 설명하면서 본론의 내용을 미리 예고하는 방법이 있죠. (…) 본론을 한 번 더 유심히 살펴볼까요? 구체적인 어휘가 대부분이죠? 에세이에서는 구체적인 단어가 많을수록 논리적이고 잘 쓴 글로 평가합니다. 구체적인 단어는 실질적인 증명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글을 발전시키기에도 용이하고요. (…) 대체로 결론은 주장을 재차 강조하고 근거를 정리하는 흐름으로 전개하는데, 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수사적 장치가 쓰이기도 합니다. --- p.129~130
좋은 글에서는 이처럼 글쓴이의 지성이 묻어납니다. 재료가 좋아야 음식이 맛있듯 글의 재료가 좋아야 글도 훌륭해지거든요. 이 글에서 글의 재료란 글쓴이의 박식함이고, 이 박식함은 정보력을 말하죠. 잘 쓴 글인지 못 쓴 글인지 판단하려면 참고문헌을 먼저 보라고 했었던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나는군요. 일반적으로 사회과학 분야의 글은 아이디어가 10퍼센트, 사례가 9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이 사례가 바로 글쓴이가 찾아낸 정보들이죠.
--- p.133~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