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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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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508g | 140*210*30mm
ISBN13 9788997875290
ISBN10 899787529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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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혁의 비꼬는 말에 잠잠해진 양순이 또다시 폭발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그 말을 나 보고 믿으라고 하는가? 여자와 남자가 호텔 객실에서 그것도 스위트룸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면 누구나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을까?”
“뭐? 이, 이런 변태 사이코가 다 있어! 뭐가 어쩌고 어째? 하여튼 남자들은 다 똑같이 그런 변태 같은 생각밖에 할 줄 모르지? 그리고 나도 눈이 있지 저런 비곗덩어리랑 하룻밤 보낼 바에야 차라리 절에 들어가서 비구니가 되고 말 테야! 나도 눈이 있지 아무리 돈을 줘도 저런 비곗덩어리는 사절이야!”
옆에서 두 사람의 유치한 싸움을 지켜보던 준석 역시 두 사람을 번갈아 볼 뿐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봐 온 시혁이라면 이런 귀찮은 일이나 남의 일에는 참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시혁의 모습은 마치 재미난 장난감이라도 발견했는지 여자를 일부러 자극하는 모습이 눈에 빤히 보였다.
“그래? 비구니가 된다? 흐음, 그럼 나랑 하룻밤은 어때? 이 정도면 저 비곗덩어리보단 거물급이지 않나?”
“……!”
시혁에게 한껏 다다다 쏘아붙이고 숨을 고르던 양순의 귀에 들리는 시혁의 황당한 말에 자신이 입을 벌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멍하니 시혁을 올려다보았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날도 저물지 않은 훤한 대낮에 저 남자가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말을 하는 자체가 우스웠다.
“사장님!”
그 반응은 준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2년 동안 자신이 보좌해 온 시혁이 먼저 여자에게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는 말을 하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혁의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와 재미난 듯한 표정이 담겨져 있었다.
“미쳤죠? 지금 당신?”
양순은 손을 들어 시혁의 앞에 흔들면서 진심으로 동정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지극히 정상인 사람을 미친놈 취급하는군.”
“허,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난 그런 싸구려 여자 아니라고 말했잖아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신 미쳤어!”
양순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자신을 훑어보는 시혁의 면상에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쳐 주고 배낭을 둘러메고 시혁을 옆으로 밀어 버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여기 스위트룸 하루 숙박비가 얼마인 줄 아나?”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양순의 등 뒤로 시혁의 목소리가 들리자 양순이 울컥해 뒤돌아서서 냅다 소리쳤다.
‘저 자식이!’
“내가 그걸 알아서 뭐하게요!”
“쿡, 아니 뭐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왠지 궁금해할 거 같아서 말이야.”
“보아하니 돈이 좀 많다고 자랑하고 싶은 거 같은데 그럴 돈으로 사회단체에 기부나 해요! 꼭 돈 많은 것들은 지들 쓰기 바쁘지 남한테 쓰는 거 아까워한단 말이야. 얌체 같은 인간들!”
양순은 시혁에게 빽 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양순은 그저 시혁이 돈 많은 한량쯤으로 생각했다. 자신에게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는 둥 이 호텔 스위트룸이 얼마인 줄 아냐 라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걸로 보아 필시 돈 많은 부잣집 도련님쯤으로 생각했다. 더구나 옆에 서 있는 준석 또한 범상치 않는 인물인 걸로 보아 자신의 짐작이 맞을 거라는 확신을 했다.
‘돈 많은 것들은 다 저렇게 싸가지가 없단 말이야! 공주 말이 맞네. 좀 생긴 것들은 싸가지가 바가지라는 걸 말이야. 하여튼 생긴 것들은 얼굴값을 해요.’
양순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조금 전 자신의 마지막 말을 듣고 미친 듯이 웃는 시혁을 생각하니 분명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쿡, 하하하하!”
“사장님?”
시혁은 양순이 내려간 엘리베이터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밤톨만 한 꼬맹이 주제에 당차고 당당한 모습이 시혁의 눈에 색달라 보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눈 똑바로 뜨고 대들던 모습이 귀여워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이 뻗어 나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흐음, 밤톨만 한 게 성깔은 꽤나 있어 보이는군.’
준석은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시혁의 표정에 다시 한 번 불렀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자네 눈에도 내가 미친놈으로 보였나?”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쉬기는 틀렸군. 본사로 가지.”
“네.”
시혁은 양순과의 유쾌한 만남으로 쉬려고 했던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 자신의 피로가 그 밤톨만 한 꼬맹이로 인해서 날아가 버린 거 같았다. 준석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내내 시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혁의 얼굴은 다시 평소만 다른 점이 없었다.
‘도대체 생각을 알 수 없는 분이라 짐작이 안 가는군.’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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