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1997년『창작과비평』 에 「백야」 등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시집 『살고 싶은 아침』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개 같은 신념』, 장편소설 『인간의 악보』 『카인의 정원』 『소설 김알렉산드라』, 에쎄이 및 전기『뒤집어져야 문학이다』 『소련은 살아 있다』 『김알렉산드라 평전』 『옐찐과 21세기 러시아』등이 있다.
살아가는 일은 대체로 불우(不遇)의 연속이다. 그리고 사랑 또한 대부분 상처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들의 밑바닥에까지 가닿기 위하여 기꺼이 고통과 굴욕을 감내한다. 그것은 존재의 실상이자 삶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정철훈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는 그와 부대끼고 사랑하는 모든 관계들의 어긋남과 불편함 속에 두려움 없이 몸을 던지지만 거기에는 끝없는 탈주와 불귀(不歸)의 꿈이 감춰져 있다. 그는 누가 저 자신을 이해한다고 할까봐, 혹은 사랑하게 될까봐 부정하거나 뒤집어놓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어딘가에 끝없이 치이며 사는 시인이 자신에게 던지는 야유와 연민, 그것이야말로 지울 수 없는 존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사는 이 세계에 대하여 비관적이고 비판적이며 나아가 뜨악한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역시 놓여날 수없는 이 세계의 일원으로서, 그것은 생의 중심에 가닿고자 하는 방법이자 불우를 즐기는 딴청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한사코 안주와 고착을 거부하는 치열성은 도처에 상처를 남기는데 그 상처들이 드러내는 진실은 결국 생은 고립적이며 비루하며 외롭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고통이나 슬픔마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자의 역설이자 견딤의 즐거움이다. 불편한 세계를 밀고 가는 언어의 힘과 삶의 이면과 굴곡을 깊숙이 더듬어가는 시편들에서 고투와 외로움의 뼈들이 빛난다. 이상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