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오브라이언은 작가가 되기 전에 신문사의 특집 기사 작가와 텔레비전 평론가로 일했으나 기꺼이 일을 버리고 전도 유망한 기자와 결혼하여 엄마가 되고 소설을 쓸 기회를 갖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비극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고전 작품을 많이 읽어 온 그녀는 역경을 극복하는 강한 주인공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로맨티스트라서 작품을 해피엔딩으로 맺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보물찾기』『잊혀진 마법』『마이클의 침묵』『사라진 기억들』『미슬토우 달빛 아래서』『문버드키의 추억』『상속녀의 결혼』등이 있다.
"가지 마!" 그녀는 영상을 지워 버리려고 얼굴을 손 안에 더욱 깊이 파묻었다. 달빛 속에 보이던 언니의 금발 머리, 그 남자의 손…. 남자의 손목 안쪽에 새겨진 작은 문신.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았지만 잊을 수 없었다. 달빛이 그 무늬를 비쳤고, 글레나는 단박에 그걸 알아보았다. 전설 속의 문버드가 날개를 펼치고 무시무시하게 날개짓하는 모습을. 문버드. 딱 세 명만이 문버드 문신을 새기고 있었다. 에드거턴, 필립, 마크 코넬리. 그 새는 오랫동안 밤마다 그녀의 꿈속에서 날아다녔다. 유령같이 하얗고, 소리 없는 위협적인 새. 그 새는 날개를 위아래로 천천히 퍼득이며 육감적이면서도 위험스러운 원초적인 리듬으로 움직였다. 오, 하느님. 신디…. 우리들이 조금만 더 나이를 먹고, 조금만 더 똑똑했더라면…. 끊임없이 솟아나던 눈물이 마침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축축한 모래를 쓸고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이마를 무릎에 기댔다. 얼마나 오랫동안 울고 있었을까? 가슴이 뻐근하고 눈이 따가웠다. 수초 다발처럼 흐느적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이처럼 감정을 폭발시키는 걸 늦춰 왔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지독히도 가슴 아픈 일이었기 때문이다. 괴로운 상념에 빠져 있던 그녀는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지 못했다. 등에 서늘한 손이 와 닿자 그녀는 깜짝 놀라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들고, 부어오른 눈으로 희미한 새벽 여명 속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