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건낼 수 있는 것은 꽃다발과 눈물과 기억 뿐이다.’
- 페트라르카도 (이태리) -
많은 길을 걸어 왔다. 그리고 지금도 가고 있다. 넓은 길과 좁은 길, 참된 길인가· 아니면 허영과 오욕의 길인가· 정의의 길인가· 불의의 길인가·
이 길의 선택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도 결정될 것이다. 삶의 가치란 명예와 부와 권력을 향유하는 것보다 참되게 사는데 있지 않은가· 희생과 봉사는 구체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PU 길을 택하였다. 40여 년 간 험난했던 외길이었다. 이 길을 가다가 심신이 고달프거나, 새로운 마음을 다지고 싶어 할 때, 자주 가 보는 근교가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아름다운 경치가 있다. 정겨운 분위기가 있다. 의미 있는 역사가 있는 곳이다. 다산 정약용 생가다. 다산은 부나 권력을 추구하는 세속의 길을 버리고 세상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지식과 지혜를 추구한 위대한 철학자이며 실학자의 길을 걸었다.
흘러가는 물을 바라본다. 자연의 섭리에 어긋남이 없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흘러간다. 쉼 없이 흐른다. 그저 흘러 갈 뿐이다. 이 물에 내가 걸어 온 길을 띄워 본다.
대학을 졸업한 1966년, 그해 한국산업은행에 입행하였다. 처음부터 일한 부서가 국가 경제개발을 수립하는 부서였다. 관련 정부 기관과 밤 낮 없이 열심히 일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한 보람을 찾았다.
그 중 제1차 울산 석유화학공단을 기획하였고, 부실화된 PVC 5개사 합병 추진의 실무책임을 맡고 거대한 공룡회사 한국프라스틱(주)이 탄생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입행 후 불과 6~7년 사이의 일이다. 한국프라스틱에서 5년 여 일하는 동안 ‘플라스틱’의 매력에 빠졌다. 공장장 이하 2,000명의 인사관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국내 최초로 서구의 직무급체계로 전환키로 하고 5개 공장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일도 해 보았다.
진양이 한국프라스틱을 인수한 덕분에 (주)진양 폴리우레탄으로 옮겨 2년 간 실제로 PU공장에서 생산 관리 체험을 하였다. 1980년 부터 자유인을 택하였다. 폴리우레탄 전문 회사를 차렸다. 일본과 미국, 구라파의 PU 전문인들과 교류하여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국내에 소개하였다. 그 기술이 우리나라 산업에 접목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정진하였다.
해외 PU Conference에 초빙을 받고 한국의 PU Vision을 발표하였다. 1990년과 1993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International PU Forum Japan이었다. 협회도 없고 Media도 없이 안개 속을 해매는 우리 PU 산업을 위하여 1993년 4월 PU 전문지 「폴리우레탄 세계」를 창간하였다. 정보의 제공과 필요한 칼럼과 기획기사를 통하여 우리 업계는 눈이 떠지고 있었다. PU 환경과 안전, 화재에 경각심을 주고 UTECH, CPI 등이 주최하는 Conference와 전시회에 참석하는 등 국제화 세계화에 동참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PU의 환경문제와 국제 교류의 필요성으로 PU 분야 산업계, 학계, 연구계 모두가 참여하는 (사)한국폴리우레탄학회를 창설하고 2년 간 회장직을 맡았다. 재임기간 중 Int’l PU Forum Korea를 기획하였으며, 21세기 세계 경제를 이끌 인도와 중국 PU 협회와 교류회를 가져 우리 PU 산업의 미래화와 국제화를 위해 뛰었다.
세계 PU 산업은 오존층 파괴, 온난화 문제 등 지구 환경 보호 문제와 각국에서 발생한 PU로 인한 화재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어 미국의 CPI, EU의 ISOPA 사무총장과 한국, 일본, 중국, 인도, 태국 등의 PU 단체장들이 참여하는 Global PU Meeting의 발기인으로 참석하였다. 매년 UTECH, CPI와 PUTECH India가 열릴 때 이 회의가 열리고 매년 참석하여 대책을 논의하며 국제적 우의를 다져왔다.
이제 내 주위에서 같이 일한 내···외국인이 은퇴를 하고 있다. 지난 해에 PU Magazine Int’l을 발행한 Dr. Frank Anata Gupta가 암으로 쓰러지더니, 올해에는 ISOPA 사무총장 Dr. Wolfram Frank, UTECH 사무총장 Mr. Paul Mitchel과 Urethane Technology Int’l 편집장 Ms.Liz White도 은퇴하였다. 내 주위에서 같이 일한 분들이 자유인으로 돌아가고 있다.
나도 신문을 후진에게 물려주고, 2~3년 간 Min PU Service로 봉사하고 은퇴를 하고자 한다.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어느 회사라도 요청하면 봉사하겠다. 지난 해 1년 간 일본의 PU 대기업 회장의 Consultant로 우의를 맺었다. 45년 간의 플라스틱, 37년 간의 폴리우레탄, 20년 간의 신문, 그리고 글 쓰는 동안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쓴 약과 같은 글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 과학과 문화, 기술과 문학이 융합하여 빛을 발할 수 있는 아름다운 소재 폴리우레탄에 관한 Essay다. 이 책이 우리나라 PU의 밝은 미래를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랑하는 가족의 힘으로 세번의 암을 극복할 수 있었다. 폴리우레탄 생활을 하면 암도 극복할 수 있는 것 같다. 43년 힘든 시간을 동행한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 전한다. 이제 꿈꾸어 온 둘만의 마지막 사랑의 길을 가야겠다. 여행가이더가 되어 온 누리를 누비면서…….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