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90g \| 1532248mm
ISBN13	9791165121105
ISBN10	11651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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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무당벌레 · 13 버드나무사내 · 14 해가(海歌) · 16 노란 민들레 · 18 수석 · 19 새를 삼킨 유리창 · 20 저 물웅덩이는 비의 첫차다 · 21 사랑 참, 어렵죠잉? · 22 연꽃사원 · 24 자두와 국방색아버지 · 26 애기똥풀 · 27 변비의 고통은 잠시 안녕 · 28 옹산 동백꽃 · 29 목련나무 · 30 봄은, 바바리맨처럼 느닷없이 · 32 2부 나비 · 35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진 책일까 · 36 풀잎이슬 · 38 파꽃 · 40 그네 · 42 본성 · 43 변두리 · 44 스무 살 · 46 염소 · 47 쪼꼬미 · 48 매니큐어 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 49 마릴린 먼로 · 50 달빛에게서 듣는 음악 · 51 종려나무 · 52 빗방울풍금 · 54 3부 풋감 · 57 미나리아재비꽃 · 58 찹쌀떡 · 60 둥지와 동지 · 62 청도야 놀자 · 64 겨울날의 부처님 · 66 제비 · 68 접시꽃 · 70 오후 세 시 · 72 괄호란, · 74 경북여자 · 75 반성 · 76 고드름 · 78 화살나무 · 80 작두콩꽃 · 81 4부 싸락눈 · 85 울다 · 86 연밥 · 87 어머니는 여든에 물고기가 되었다 · 88 세숫물이 수탉을 키웠다 · 89 범띠 가시내 · 90 꽝꽝나무 · 92 삽자루를 손에 쥐고 · 93 봄산 · 94 저녁 무렵 · 95 자작나무 숲에서 · 96 입동(立冬) · 98 물고기 사랑 · 99 화창한 봄날 · 100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 · 102 해설 별 가까운 도라지밭으로 여행, 그 기록 / 우대식 ·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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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이가영 이동 관심작가 알림신청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교하 책향기마을에 가면
새롭게 세워진 아파트
천 년을 읽어도 다 못 읽을 도서처럼 빽빽하게 꽂혀 있다
-
한밤 둥근 달이 고고학자처럼 푸른 등불을 켜놓고
고서적 읽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까부터 줄곧 나를 읽고 있었다
-
무게만으로 알 수 없는 나여,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진 책일까
-
달이여,
무슨 마음으로 나를 읽겠다는 것인가
그대에게 쓸 만한 책이 될 수 있다면
내 몸을 탐독하도록
한적한 달맞이정거장에 오랫동안 서 있겠다
길가 코스모스도 책향기를 맡는다
-
나를 비추는 곳
삶의 고비마다 상흔이 남아 있으니
깨끗한 손으로 읽어다오
-
바람이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니었다
그날 밤, 나는
그에게 너무 많은 걸 읽혀버렸다
---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진 책일까」 중에서

겁 많은 나비 보아도 힘센 나비 본 적 없었다
살포시 어깨에 내려앉은 나비
어떻게 하면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을지
나를 정복하려는 나비의 숨소리가 조금 낯설다
꼼짝 못하게 하는 저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금색 꽃가루 흩뿌려지는 햇살 아래
순간 떠나버릴까 두려웠다
배롱나무 그늘 붉은 어느 여름날
날갯짓 작별 인사에도 노련함이 묻어 있는
어여뿐 애인이 떠나갔다
--- 「나비」 중에서

한밤중 찹쌀떡 사려어, 소리 참 듣기 좋지
옛적 어떤 재상 부인이
숯 사세요. 라고 외치는 숯장이 따라 집 뛰쳐나가듯
눈 내리는 밤, 콩나물 다듬던 나도
찹쌀떡 사내 따라 도망치고 싶어진다
탁발승 몸에 붙어살던 이(?)가
멧돼지 몸에 옮겨붙어 생명을 연명하듯
이만큼 살아주고 저만큼 살아가는
떡 파는 사내의 여자이고 싶다
그러다 사내 닮은 애 둘 낳고 살다보면
목구멍에 걸린 쥐 울음 같은 목소리가
새하얀 설원에 봇물 터지듯 나오는 날
사내 따라 함박눈 맞으며
어느 불 켜진 집 담 모퉁이 돌아나오겠지
찹쌀떡 사려어, 소리
전설처럼 들려 참 듣기 좋지
핸드백이 아니면 어때, 스티로폼 박스 어깨에 메고
경상도 사투리로 정감 있게 소리치면, 배 출출한
서울 사내들 찹쌀떡처럼 달라붙지 않겠어
올 겨울 이생에서 보냈던 모든 시간을 접고 전생 따라
슬슬 따라해볼까
찹쌀떡 사려어,

--- 「찰쌀떡」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이가영 시인 데뷔 13년 만에 첫 시집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진 책일까』 출간 2008년 『시사사』(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신인상을 수상했던 이가영 시인이 데뷔 13년 만에 첫 시집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진 책일까』을 현대시세계 시인선 110번으로 출간했다. 이가영의 첫 시집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도도한 자의식의 물결이었다. 시집 제목만 보아도 나를 읽어내겠다는 강렬한 욕망을 보여준다. 사실 ‘나라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괴롭기 짝이 없는 작업이며 동시에 일상 너머의 문제이다. 시가 초월적 양식이라는 점은 이러한 부분에서 명백하다. 나에 대한 규정과 나를 읽어내는 여행은 이 시집을 큰 테마를 이루고 있다. 이가영 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떠돌이 혹은 변두리 의식 같은 것이다. 그것은 안주의 욕망과 정반대의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시에 나타나는 “비행”과 같은 의미를 띤다. 즉 일상적 욕망과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이가영의 의식 세계를 살필 수 있다. 시 「찹쌀떡」은 설화적 모티브를 빌려 떠돌이의 욕망을 그리고 있다. ‘시’라는 것이 대개 고난과 결핍을 받아들이듯 이 떠돌이로의 욕망은 시사적으로 일정한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 안주를 뿌리치고 일상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떠돌이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규정지어진 자신의 삶을 벗어버리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숯쟁이를 따라나선 재상 부인이라는 설화적 인물의 인유는 갇혀진 내면의 혹은 일상의 지루함에 대한 탈출을 상징한다. 이것은 물질적 욕망과는 거의 정반대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으로 거의 불교의 출가의 성격을 띠는 것이다. 이 떠돌이 의식에는 변두리 혹은 변방인의 인식이 아로새겨져 있다. 중심으로부터의 이탈은 시각의 변이를 불러온다. 즉 세계를 바라보는 보편적 시점과는 전혀 다른 시점에서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은 세계관의 변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이가영 시인의 기초적인 자질이며 동시에 이를 통해 정서적 보편성에 도달해야 한다는 문학적 과업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 다른 특징 하나는 ‘언어유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재치이지만 범박한 일상 속의 즐거움 혹은 깨우침 같은 것을 동반한다. 가령 마릴린 먼로의 생을 형상화한 시에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길, 길이 멀어서 서둘러 떠나버린 마릴린 먼, 路”(「마릴린 먼로」 부분)나 “역시 아재는 첫손에 꼽을 정도 花술이 뛰어나다”(「미나리아재비꽃」 부분)와 같은 시들이 언어유희를 구사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좀 더 흥미진진한 국면은 「괄호란,」과 같은 시편들이다. “시골형님은 아주버님을 괄호 밖에 내놓았다고 하신다/ 괄호 밖으로 내쫓기신 아주버님/ 어떻게 보면 ( ) 합장하신/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노시다”(「괄호란,」 부분)에서와 같이 괄호를 합장한 부처님 손으로 형상화한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발상을 보여준다. 데뷔작인 「연밥」도 이러한 발상 위에 기초해 있다. “연탄구멍에서 연꽃 향기 파렁파렁 올라왔다”(「연밥」 부분)는 시적 형상화도 연꽃 향기와 연탄가스라는 언어의 유사성에 주목한 결과이다. 이러한 부분들을 풍자의 형식으로 밀고 간다면 한층 새로운 시적 국면을 열 것이라 본다.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진 책일까』를 읽으며 한 시인의 강렬한 자의식을 만났다. 수많은 비유들이 시적 여정 혹은 시를 향한 외로운 싸움으로 읽히는 이유는 내면화된 시인으로서의 자의식의 발로일 터다. 야생의 시인으로서 더 황막한 곳, 더 울 만한 곳, 더러 무인지경에 이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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