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노벨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은 우리가 ‘언제나’가 아닌 ‘대체로’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최적의 대안이 아닌 만족스러운 대안을 선택한다고 주장한다. ‘95% 건강한 주스’와 ‘5% 건강하지 않은 주스’ 중에 반드시 골라야 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건강한’이라는 어휘가 주는 안정감이 우리를 95% 건강한 주스로 이끈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느끼며, 상황이나 변화에 다르게 반응한다. 항상 이성적이기보다는 때때로 비합리적이다.
---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팀이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역전을 당하면 즐거웠던 경험은 불쾌한 기억으로 남는다. 경험 자아는 경기 내내 즐거움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기억 자아는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정점(좋았던 때)’과 ‘종점(마지막 경험)’을 제외한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우리는 경험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기억들을 놓고 선택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경험의 잔상들이다.
--- 「경험과 기억사이」중에서
코즈는 기업의 존재 의미를 ‘거래비용’에서 찾았다. 1937년, 그는 자신의 논문 에서 조직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법무법인이라는 조직이 생겨난 원인을 따져보면 기업들이 스스로 회계 처리를 하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논리는 획기적이었다. 그간 전통 경제학에서는 물리학의 마찰과 비슷한 개념인 거래비용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 올리버 윌리엄슨은 “물리학자는 마찰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감안하지만, 경제학자는 마찰 비용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중에서
1700년대 초, 프랑스의 재무 장관을 지낸 존 로(John Law)는 종이돈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은 금세공 사인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는 금이 아닌 금 보관증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믿음을 형성하는지 알고 있었다. 종이라는 ‘믿음’이 담긴 상품이 금과 같이 가치 있는 것으로 재탄생 되는지를 말이다. 로는 돈이 생기는 규칙을 알고 있었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 리스크는 사라진다' 로가 지닌 이 문장은 1715년, 프랑스에 새로운 물결을 만들었다.
--- 「믿음이 생기는 규칙」중에서
2008년, JP 모건의 수장 제임스 다이먼(James Dimon)은 자신의 생일파티 도중에 전화를 받고 갑자기 뛰쳐나갔다. 앨런 슈워츠(베어스턴스 CEO)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파산할 위기에 놓여있었다. 제이미는 곧장 JP 모건 체이스에 연락해 인수팀을 베어스턴스로 급파했다. 연준은 베어스턴스의 부실채권 수백억 달러 규모를 인수하는 긴급 자금을 지원했고, 제이미는 베어스턴스에 인수금액을 주당 2달러로 제시했다. 이 금액은 1년 전 주당 150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 「JP 모건의 제이미」중에서
투자자는 타고나는 것일까? 월스트리트를 들뜨게 만든 투자가 리처드 데니스는 자신이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정해진 규칙을 기계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훈련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제대로 된 훈련을 받으면, 자신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데니스는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모집했다. 훈련을 통해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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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성과 위험」중에서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는 “자국보다 더 발달된 나라가 있다면, 보호관세를 통해 뒤처진 문명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했다. 보호관세는 뒤처진 문명을 동등한 입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다. 그는 산업이 충분히 성숙한 뒤에 자유무역 무대에 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 (중략) ... 리스트는 “선진국이 후진국에게 자유무역을 권하는 것은 뒷사람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차버리는 것과 같다” 라고 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그간 비축했던 힘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준비되지 않은 국가들을 상대로 자유무역을 통해 더욱 부자가 되었다.
--- 「보호무역주의」중에서
애덤 스미스는 유한책임인 주식회사를 반대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유한책임이 주어지면 회사를 감시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어 소홀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집을 빌려주면, 게스트는 그 집에서 주인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으로 여긴 것이다. 230여 년 전, 스미스가 예상한 이 문제는 오늘날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로 불린다. ‘당신은 남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묻는 것이다. 가게 주인은 직원을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거나 대리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좀 더 높은 보상을 줄지 모른다.
--- 「외부인을 믿을 수 있을까」중에서
금융에서는 리스크를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한다. 문제는 측정 가능한 영역에 중점을 두다 보면 보이지 않는 0%의 가능성에는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물이 가득 들어있는 주전자 물을 10잔이 아니라 10만 잔으로 나눠 담으면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믿는 것, 하지만 리스크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위험해졌다.’ 10만 잔에 있는 물을 주전자에 다시 부으면 사라졌다고 믿었던 리스크는 다시 살아난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리스크이다.
--- 「확률의 함정」중에서
해밀턴과 정치적 대립 각을 세웠던 토머스 제퍼슨은 작은 중앙정부를 원했다. 소수의 자본가가 세운 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여겼다. 영국에서 벗어난 미국인의 자유를 또다시 옥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퍼슨은 “민간은행에게 화폐 발행의 권한을 맡기면, 이들은 통화팽창을 우선하고 통화 긴축으로 국민의 재산을 가로챌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종이 화폐는 돈이 아니라 돈의 유령이었다. 프랑스 대사 시절 종이돈으로 프랑스를 경제 파탄으로 몰고 간 '존 로'가 미국에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 「중앙은행의 탄생」중에서
“대공황은 건강에 좋은 찬물 샤워와 같다.”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대공황’을 몸에 좋은 찬물 샤워 정도로 여겼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황은 경기순환의 일부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업가(Entrepreneur)가 마차 시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 사업가(Business Man)는 혁신을 모방하고, 혁신의 효과는 확산된다. 경제는 호황기를 거치지만, 사업가가 늘어나면 이윤 기회는 줄고 불황은 찾아온다. 불황을 벗어나는 힘은 기업가의 새로운 사고와 모험정신이다.
--- 「세상을 바꾸는 인프라」중에서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느니 그 건초 더미를 통째로 사는 게 쉽다” 인덱스 펀드의 대중화는 1976년 존 보글이 S&P 500펀드를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펀드를 진한 맛의 베이글로 비유했다. 베이글은 딱딱하지만 투자자의 건강에는 만점이라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는 ‘시장’ 그 자체를 사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은 도넛 같은 ‘유행주’보다 낫다고 언급했다. 우리의 혀만 사로잡는 달콤한 도넛은 지갑을 가볍게 만들 것이라고 말이다.
--- 「워렌버핏의 유언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