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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의 꽃

정토의 꽃

: 제7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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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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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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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2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42g | 140*210*17mm
ISBN13 9791190526074
ISBN10 1190526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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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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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화상이 입적하신 지가 이태 해가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스승의 유업이었던 부처의 최상의 깨달은 생각이요, 선의 요체로서 중생에게 죽비소리처럼 전해질 직지심체요절 주자본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으니 제자로서 스승에게 할 도리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자책해 오고 있었던 참인데. 혹여 이배가 전복 되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스승의 뼈를 깎는 탁마수행으로 얻어진 직지 원본이 못쓰게 될 터, 젊은 승은 강 한가운데에서 자맥질만 치고 있는 배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본다. 역풍은 더욱 거세지고, 낡은 목선은 방향을 잡지 못한다. 젊은 승이 입술을 달싹거려 주문을 염송하기 시작한다. 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었다.

묘덕이 수자를 나무란다. 왠지 모르게 수자는 만질이라면 고양이 쥐 잡듯했다. 부목처사 만질도 비록 말 못하는 벙어리이지만 이제 나이가 드니 머리 밑에서 억새 뿌리 같은 흰머리가 주뼛주뼛 올라오는 게 보여 묘덕은 연민의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수자는 같은 천민 처지에 만만한 만질에게 자신의 열등감을 투영시키려는 마음이라는 걸 묘덕이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다. 묘덕은 수자 공양주의 그런 언행이 눈에 거슬러 야단을 쳐도 소귀에 경 읽기였다. 명운스님 말이라야 좀 먹혀들지. 그럴 때도 부목처사 만질은 얼굴에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질 않는다. 말을 못하는 벙어리에다 귀도 잘 안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소처럼 묵묵히 굼뜨지만 성실하게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 흥덕사 절 뒷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아궁이마다 장작바리를 안고 다니면서 불을 지핀다. 여름이면 석공스님과 함께 마당을 온통 덮고 있는 잡풀을 뽑고 꽃을 심어 가꾼다. 그도 젊었을 적에는 무심강에서 뱃사공 일을 했다. 그러다 얼마 전에, 남의집 일에 품팔아 생계에 보태던 아내마저 죽자 뱃사공 일은 아들, 무길에게 맡기고 흥덕사에 들어왔다. 그는 절 허드렛일을 맡아하고 있는 부목처사다. 가을이면 묘덕보살이 그 품삯으로 곡식과 말려놓은 채소 따위를 지게에 지워 사가로 보내 주곤 한다.

“직지라면 ‘바로 가리킨다’인데 다시 화상께서 민중에게 글로든 음성으로든 무리 없이 전해질 수 있도록 그 오묘한 이치를 쉽게 풀어서 화상의 어록으로 집필해보시오. 더군다나 글을 모르는 민중에게 그 가리킴의 대상인 부처의 깨달음의 중심 사상이 명징하게 드러나게 더 강화시켜 보시오. 반상이, 양반과 민초가 함께 이해하고 함께 지니고 함께 실천하도록 해야 합니다. 석찬스님, 가뜩이나 나라안팎이 흉흉한 이 시기에 민중의 동요나 폭거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귀족이나 양반이 아니에요. 제도권에서 소외되어있는 민초들이라고요. 석찬 이해하시겠어요.”

명운이 나가고 방 안에 홀로 남은 석찬은 마음이 무척이나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일이 진행되어가는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거라는 불안한 예감이 짙게 마음에 깔렸다. 그렇더라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성취로 가는 길에 어찌 장애가 없을 손가. 지그시 눈을 감고 기억 속에서 스승의 가르침 한마디와 만난다.
‘세상사 일을 도모함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마라. 장애 속에서 이루는 일이야말로 금강석보다 강하고 빛날 테니라.’ 무구하고 순백한 스승의 모습을 떠올렸다. 새롭고 굳은 결의가 솟아올랐다. 스승님의 숭고한 사상이요 직지의 중심사상인 직지인심견성불, 즉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실체가 곧 부처이니라. 스승님, 숭고하신 그 사상을 꼭 널리 펼치오리다. 소승이 기어이 이루어 내리다.

부처님 법은 평등법이었고 삼생법이었다. 현생에서 비루하게 태어났어도 열심히 부처님 법을 따르고 예경 공경하고 공덕을 쌓는다면 내생에서는 높고 귀한 존재로 태어난다. 그 점이 빈자들의 응어리진 마음에 스며들었던 것이 아닐까. 혹시라도 천지가 개벽하여 천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그들은 꿈꾸었을까. 다음 생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어렵고 팍팍한 삶 속에서도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내놓은 것을 보면서 꼭 그들 앞에 직지의 탁본(주자본)을 드러내 보일 날이 오게 해야지 석찬은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이렇듯 직지의 금속활자판을 만드는 거룩한 대업에 높게는 조정에서부터 아래로는 이 나라의 민초(하층민)에 이르기까지 십시일반의 동참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각수의 기술과 끌을 거쳐 넘어온 음각으로 조각된 낱 활자들을 갯벌의 해감찰흙으로 만든 주형틀에 찍어 놓고, 흐트러지지 않게 가지쇠를 꽂아 고정시킨다. 쇳물이 흘러내리지 않게 곁가지를 꽂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주형틀 안을 해감된 찰흙으로 채워놓고 음각으로 조각된 낱 활자들을 찍어서 홈을 만들고 그 홈을 따라 녹인 쇳물을 부어 서로 흡착이 되게 해놓고 기다리면 천이백 도에 이르는 쇳물이 서서히 식으면서 응고되어 갈 것이다. 쇳물을 부을 때도 음각 활자 홈이 움직이지 않게 가지쇠를 꽂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일이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만육천여 자에 이르는 낱 활자들이 균일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모두들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보현의 손을 잡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업둥의 발걸음은 기대에 부풀어 철부지 아이처럼 가볍고 흥분되는 것 같아 보였다. 성급하게도 업둥은 ‘솔뫼도령의 화방에서 어깨 너머로 보았던 그림 공부를 자신도 하고 싶다’고 그동안 가장 하고 싶고 가장 부러웠던 소원을 보현에게 말했다. 그래, 그래 네가 하기를 원한다면 하도록 해 주마. 보현은 업둥의 잡았던 손을 꽉 쥐어 주었다. 가엾고 기특한 아이, 잘 보살피고 이끌어준다면 자신의 묻혀버린 재능을 충분히 살릴 수도 있을 것이었다. 깡충거리며 좋아하던 업둥도 흥덕사가 저만치 멀어져 가자 시무룩해지더니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언제부터인지, 왜인지도 모르는 채, 살아왔던 흥덕사. 봄이면 꽃을 따러 이 산 저 산 골짜기를 헤매고 다녔던 기억. 요사채 뒤편에 마련된 화방으로 가기 위해 공양간 뒤뜰을 분주히 오갔던 기억. 솔뫼도령을 향한 흠모와 남모르게 피어났던 수줍은 연정. 시간 너머 흥덕사 뒤란에 묻어두고 떠나는 길, 업둥은 발걸음이 자꾸만 무거워진다.

자신감을 얻은 옹구와 갈마가 다른 틀 안에서 합금활자를 꺼냈다. 작은 균열하나 없이 겉면이 매끄럽고 자명 혜전의 명필이 그대로 금속에 새겨져서 나왔다. 오호라~ 이 기쁨을 부처님과 백운화상 전에 고해야겠다. 큰스님은 무척이나 고무되어 자리를 떴다.
옹구와 갈마의 손놀림은 점점 탄력을 받아 능숙하게 움직이고, 만육천여 자에 이르는 낱 활자들을 집어내어 이물질을 벗겨내는 것만도 족히 이삼일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그러고 나면 떼어낸 활자들을 하나하나 줄로 깨끗하게 다듬어내는 일만 남았다. 예상했던 대로 사나흘에 걸려 모두 해감찰흙과 금속활자들을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

석찬이 흥덕사를 떠나는 날, 묘덕이 주먹밥 세 뭉치를 바랑 안에 넣어 주었다. 수자보살이 수수 화전 세 개를 들고 나와 먼 길 가다가 허기지면 요기나 하시라며 바랑을 열고 넣어주었다. 석공이 엮어놨던 짚신 세 죽을 바랑 끈에 매달아 주었다. 도환이 나와서 은화 너댓 냥을 바짓단 아래 댓님 속에 넣어주었다. 만질이 눈가를 훔치면서 무명천 수건을 앞섶에 걸어주었다. 자성스님이 ‘길 가는 나그네에게 나침반이 될 것이외다. 사나운 맹수를 만나거든 다라니경 주문을 외우시오’ 하면서 대다라니경전을 손에 들려주었다.
생주이멸이라, 인연 따라 모였다 인연이 다하면 머무름 없이 흩어짐을 어찌 탓하겠소. 석찬은 곧장 흥덕사 일주문을 나왔다. 그길로 곧장 보폭을 키워 걸어 나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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