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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자의 수기

망명자의 수기

: 항일의병과 러시아 사회주의 운동에 참여한 이인섭의 자전적 회상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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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0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850g | 153*224*30mm
ISBN13 9788946055469
ISBN10 8946055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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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우리들도 유형자의 자식으로서 형법 58조를 자동적으로 적용받았기 때문에, 장차 우리가 사는 동안에는 유수한 교육기관에 진학하거나 국가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었다. 아버지는 이 모든 것을 잘 깨닫고 계셨다. 그래서 우리가 지혜와 용맹, 자선, 윗사람에 대한 공경과 아랫사람에 대한 사랑, 즉 이 어려운 시기에 선과 사랑을 추구하는 형태의 모든 법률을 존중할 줄 아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셨다. ---pp. 411~412

내가 어느덧 4학년이 되었을 때 한번은 아버지가 나에게 물었다. “무슨 언어로 생각하니?” 나는 망설이지 않고 러시아어라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매우 화가 나서 어머니에게 “애들이 자기들의 모국어를 알지 못한다. 커서 무엇이 될꼬?”라고 말씀하셨다. 집 가까이에는 한인학교가 없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나에게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려고 한글 교재를 사오셨다. ---p. 436

이웃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지켜보았다. 부모님의 행동은 이웃 우즈벡인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들은 우리가 집을 사는 데 도움을 주었다. 부모님은 보다 편하게 살기 위해서 돼지를 기르고 싶어 했다. 부모님은 오랜 동안 고민했다. 우즈벡인들은 이슬람교도로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큰 죄라고 여겨서 돼지를 기르지 않는다. 냄새가 조금만 나도 이웃에게 퍼진다. 고민 끝에 우리는 돼지를 기르지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존경, 특히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관습과 신앙에 대한 존경은 가장 중요한 것이며, 잘 먹고 풍성하게 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았다. 후일 이웃 우즈벡인들은 우리 친척들을 대신하여 힘든 시절의 우리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우리는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만난다. ---p. 436

아버지는 모스크바, 하바로프스크, 옴스크, 미네랄니에 보디(Mineral’nye Vody), 레닌그라드, 극동과 다른 도시, 그리고 당과 국가기관 앞으로 편지를 썼다. 살아 있는 동지들과 통신했다. 아버지는 한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얘기했다. 자신의 작의형제에 대해서. 어떻게 세 명의 젊은 청년이 일본인들에게 쫓기며 만주로 갔는지에 대해서. 일본 사람들과 싸우기로 작의형제를 맺은 사실에 대해서. ---p. 438

아버지는 늘 말했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두려워하면 확실히 지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의 목표 달성만을 생각해야 한다. 네가 싸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맞고 집으로 와서 누군가에게 맞았다고 하소연해 봤자 집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흘끗 보고는 가치도 없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제스처를 보였다. “누군가와 맞서거나 싸우는 것은 오직 명분이 정당할 때에만 할 수 있다.”
---p.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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