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대량 실종 사태가 연이어 일어났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음을 그때는 몰랐다. 정말로 바뀐 건 대량 실종 사태로 사라졌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였다.
돌아온 사람들은 튜토리얼 세계라는 곳에 입장했다가 졸업해 나왔다고 말했으며, 하나같이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돌아왔다. 일반인의 두세 배는 가볍게 뛰어넘는 초월적인 신체 능력, 그리고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스킬’이란 게 그거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플레이어라고 불렀다. 튜토리얼에 들어가면 레벨과 능력치를 부여받고, 레벨을 올리며 성장하는 게 게임의 플레이어 같아서 그렇다나.
튜토리얼 세계와 플레이어의 존재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기도 했고 뜻 모를 위기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곧 익숙해지게 됐으니까.
대량 실종 사태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여러 번, 그것도 연속해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이 대량으로 실종되었다가 돌아오고, 또 다른 사람들이 실종되었다 돌아오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세상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바뀌어 나가고 있었다.
나만 빼고.
“젠장! 이번에도 떨어졌어!!”
인터넷에서 1,121차 대량 실종 사태 소식을 접하고, 나는 욕설을 내질렀다.
또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기회를 얻었다. 뇌가 뜨끈뜨끈해질 정도로 강렬한 질투심이 곧장 스트레스로 환원되어 내 위장을 자글자글하니 태웠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 왜 나만 실종되지 않는 거지?
알고 있다. 제정신으로 할 소리는 아니다. 실종, 그러니까 튜토리얼 세계로의 입장이 좋은 일인 것만은 아니다. 그 세계로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이게 내게 남은 마지막 동아줄이라면? 이미 말아먹어 버리고 만 내 인생을 역전시켜 줄 유일한 티켓이라면?
나는 이미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것은 바로 튜토리얼 세계에 대한 공부였다.
그냥 인터넷을 검색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 튜토리얼 경험자인 플레이어의 강연도 다니고 유료 멤버십에도 가입했다. 플레이어즈 스터디라는 모임에 가입해 다 같이 생존 훈련도 했다.
이것 때문에 빚도 졌다. 이미 막장이라고 생각했던 내 인생에 빚까지 얹어지면서, 나는 변명의 여지 없는 진짜 이 사회의 낙오자가 되고 말았다.
내가 너무 섣불렀던 걸까? 플레이어가 너무 많아지는 바람에 희소성을 잃은 하위 플레이어들은 택배 상하차를 하며 돈을 벌고 있다는 뉴스도 떴다. 덕분에 인터넷쇼핑몰에서는 배송료 무료 이벤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도.
소비자 입장에선 좋을 일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택배 상하차를 하는 플레이어 몸값이 얼마나 싸면 배송비 무료화 이벤트까지 할까? 플레이어 지망인 내 입장에선 철렁한 일이다. 설령 플레이어가 되더라도 저 꼴이 되지 말란 법도 없는데…….
아니, 나는 저런 밑바닥 플레이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했으니까. 운동도 열심히 했고, 생존 훈련도 받았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실종당한다고 거기서 고생 끝, 성공 시작이 아니다. 오히려 고생문이 열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
튜토리얼 세계 내부에서도 플레이어들끼리 경쟁해야 한다. 그 경쟁은 노력과 능력만으로 이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행운이 더 많은 것을 가른다고 봐야 한다고 들었다.
코웃음 나오는 이야기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랑 뭐가 다른데? 운 좋게 금수저 물고 나온 새끼들과 나처럼 운 나쁘게 고아로 태어나 의무교육만 간신히 마친 놈은 인생의 스타트라인부터가 다르다.
다시 한번 주사위를 굴릴 수 있다면 굴리는 게 낫지.
그것이 내가 튜토리얼 세계로의 입장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이기도 했다.
비플레이어들, 그러니까 일반인들로 이뤄진 기존의 기득권 세력은 플레이어들을 열심히 폄하하고 있지만 성공한 플레이어들이 빛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세계 각국은 상위 플레이어들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기득권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재단, 하다못해 종교법인도 그런다. 그들의 폄하가 프로파간다에 지나지 않는다는 명확한 증거다.
현대사회에 있어 개인의 ‘전투력’이란 게 얼마나 도움이 되냐 싶겠지만 일단 강하기만 하면 손을 벌리는 곳은 많았다.
그래, 플레이어가 되기만 하면 인생 역전은 확실하다.
“이 정도 빚 따위, 플레이어로 성공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기회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잘할 자신이 있다.
문제는 튜토리얼 세계에 입장조차 못 했다는 것.
오로지 그것 하나뿐이었다.
“후…….”
긴 한숨으로 답답한 현실의 압력을 밀어내려 시도하며, 오늘도 나는 생존용품이 가득 든 배낭을 짊어진 채 침낭 안으로 기어 들어가 잠을 청했다.
집 안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이냐는 생각이 든 적도 있지만 그것도 옛날 일이다. 자주 하다 보면 다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난방비도 덜 들고 딱 좋다.
스트레스성 위염의 고통이 잦아들고, 나는 정신을 잃듯 잠에 빠져들었다.
그날이 바로 내가 ‘실종’된 날이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