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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98쪽 | 172g | 128*188*15mm
ISBN13 9788960211865
ISBN10 896021186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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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눈치 살피느라
내 그림자는 볼 수 없었다
행여 당신 다칠까 전전긍긍하는
내 마음자리에 함부로 생채기 내기 바빴고
당신 울릴까 조심스러워
매번 말갛게 웃었다

아프기 싫어 미안하다 말하면
죄인으로 몰아 짓밟던 수많은 당신

하여,

시는 당신 앞에서 쓰지 않았다
혼자서 마구 울었고
그림자와 놀았고
내 편이었고
미안해하지 않았다

이렇게 모든
당신을 떠나 보낸다

이제 자유! 이젠 완벽하게
감옥!
---시인의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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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유 시편은 마음자리 깊고 깊은 곳에 난 세상의 얼룩과 생채기들을 절망과 슬픔의 총화로 가둔 완벽한 “감옥”이다. 그 감옥은 심장에 고요가 깃드는 순간에 하루를 열고 “겹겹의 무덤”에서 죽음 한 끼를 해결해 가는 순간에 하루를 마감한다. 그 과정에서 점점 또렷해지는 비명과 거짓말들이 ‘화독’과 ‘환각’의 기억을 거느리면서 세상의 탐욕과 치욕, 재난과 불시착의 풍경들을 하나하나 불러온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썩어 가는 “기억의 벽지”가 위태롭게 감싸 안고 있다. 이처럼 세계와 주체가 철저하게 분리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시인은 “변심”이 “곧 항심”인 우리 삶의 아득한 벼랑을 만나게 해 준다. 그렇게 그녀의 시는 이 가파른 세상에의 중독과 해독을 동시에 욕망하는, ‘흉터’ 가득한 정념의 연금술이다.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지유의 시어는 ‘슬픔’과 ‘상처’의 정념을 실어 나른다. 그녀의 시는 슬픔에 대한 언어가 아니라 슬픔의 언어 그 자체, 상처에 관한 발화가 아니라 상처의 발화, 과거의 시간을 재구성하는 기억의 기호가 아니라 과거가 현재로 흘러넘침에서 비롯되는 재난의 기호이다. 그녀에게 시는 정념의 대상화가 아니라 정념 안에서 글을 쓰는 행위이다. 따라서 김지유의 시에서 언어, 발화, 기호의 주체는 시를 쓰는 의식의 소유자인 시인이 아니라 슬픔의 정념 그 자체이며, 인간의 신체와 영혼에 새겨진 채로 존재하는 상처와 과거의 시간들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녀의 시는 상처를 대상으로 거느리는 글쓰기가 아니라 상처 자체에서, 상처의 검은 구멍들을 통해 기어 나오는 상처의 글쓰기이다.
고봉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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