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는 처음부터 진실을 왜곡하면서 시작한다. 1인당 연간 70kg의 쇠고기를 먹는 나라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는 이유는 무려 4시간씩이나 장작불에 구워 기름을 빼내는 전통을 고집하기 때문이고, 세계 제1의 쇠고기 수출국인 호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는 다름 아닌 쇠고기 엉덩이살이라고 소개한다. ---p.16
우리나라는 한우고기를 1년에 4kg 정도밖에 먹지 않는 나라다. 따라서 만약 한우고기 속의 지방을 국민건강의 독이라고 표현하려면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한우고기를 최소한 10배 이상을 먹어야 한다. 그 정도 먹는다면 한우고기의 마블링이 국민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우고기를 적게 먹고 있는 상황에서 한우고기의 지방이 국민건강에 독이 된다는 말은 이만저만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p.19
일반적으로 육식의 반대는 채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필로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육식은 채식을 포함하지만 채식은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로는 채식이야말로 지독한 편식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채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우유를 마시면 ‘락토(lacto)’, 우유와 달걀을 먹으면 ‘락토-오보(lacto-ovo)’, 우유와 달걀에 생선까지 먹으면 ‘페스코(pesco)’, 여기에 닭고기까지 먹으면 ‘세미(semi)’ 채식주의자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채식주의자는 ‘비건(vegan)’으로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비건 중에는 식물도 생명이 있다며 줄기와 뿌리는 먹지 않고 오직 과실만 먹는 ‘푸르테리언(fruitarian)’들도 있다.---p.49
현재 대한민국은 약 14만 농가에서 약 290만두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한 농가 당 평균 약 20두의 한우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전체 한우농가 중 100두 이상 사육하는 농가의 비율은 고작 4%에 불과하다. 필로의 대학원생 중에 경남 하동에서 가장 한우를 많이 키우는 농장의 아들이 있는데, 그 농장에서 사육하는 한우의 두수는 300두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이 정도의 규모면 꽤 큰 한우농장에 속한다. ---p.92
이재향 편집장은 ‘단백질의 신화’를 신봉하여 5년 동안 최상등급의 소고기를 먹었는데 저혈압에 무기력증, 우울증, 극민감성 피부, 불면증은 기본이었다고 말한다. 그녀가 먹었던 최상등급의 소고기가 한우고기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링거를 맞아야 버텼고, 1년에 서너 번은 장염과 신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단다. 그녀는 유전자 변형된 옥수수 사료를 먹고 조직 사이사이에 기름이 얇게 끼도록, 오로지 사람의 먹이로 사육되고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최상등급’으로만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것을 먹었던 젊음의 한때를 ‘몸은 말라비틀어지고 성질은 더러운 여자’로 살았다고 말한다. 도대체 그녀는 어떤 쇠고기를 먹은 것일까? ---p.124
한우고기의 단백질은 아무리 칭찬을 해도 과하지 않다. 한우고기의 단백질은 영양학적으로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기에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다. 우리 체내에는 약 10만종의 단백질이 존재하고 있다. 몸의 골격을 만드는 구조단백질, 근육의 탄력적인 활동을 만들어내는 수축단백질, 호르몬이나 효소 또는 혈류를 따라 여러 가지 물질을 운반하는 운반단백질, 면역의 역할에 필수적인 황체나 보체의 방어단백질 등이 사람의 건강과 생명현상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혈액, 호르몬, 효소, 항체 등 이 모든 단백질들이 다 동물성 단백질들이다. 식물성 단백질이 아니라는 소리다. ---p.137
결론적으로 그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들어왔던 살벌한 경고, 즉 마블링이 많은 한우고기를 먹으면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이다. 그건 미국 사람들처럼 육류를 지나치게 많이 먹었을 때, 그래서 동물성 지방의 섭취가 과다했을 때나 적합한 말이다. 따라서 현재 한우고기를 1년에 4kg 밖에 먹지 않는 한국인들이 혈관건강에 한우고기의 마블링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은 편견이다. 한우고기의 마블링은 혈관 질환에 관한 한 원초적으로 무죄다. ---p.179
한우고기 갈비 부위는 본갈비, 꽃갈비, 참갈비, 갈비살, 마구리, 5개 소분할육으로 구분된다. 한우는 모두 13개의 갈비뼈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 제1갈비뼈~제5갈비뼈를 분리 정형한 것을 본갈비, 제6갈비뼈~제8갈비뼈를 꽃갈비, 제9갈비뼈~제13갈비뼈를 참갈비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갈비는 많은 근막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갈비에 붙어 있는 근육은 살코기와 지방이 3겹의 층을 이루는 조직으로 형성되어 있다. 겉을 감싸고 있는 질긴 근막들을 제거하고 정형한 갈비는 부드러운 듯 쫄깃한 저작감과 고소한 육향이 일품이다. 소분할육에 따라 조리의 용도가 달라 생갈비 구이, 찜갈비, 탕갈비, 육수용 등 다양한 요리에 이용할 수 있다. ---p.266
소고기를 얼리지 않고 냉장육으로 먹어야 맛이 있는 기본적인 이유는 냉동육은 조리를 위해 열을 가하면 많은 양의 육즙이 밖으로 삼출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즉, 소고기를 얼리면 세포 내의 수분이 얼음 결정으로 변하면서 부피가 커지고, 그 결과 세포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조직이 파괴된다. 따라서 소고기가 동결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조리를 위해 해동시키거나 열처리를 가하면 세포 안에 있는 수분이 자유롭게 밖으로 나오고, 그 결과 고기가 퍽퍽해지고 맛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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