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 권만으로 세계사 전체 흐름을 꿰찰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야기를 선정하는 데 많이 고심했습니다. 동양과 서양을 배합했고, 고대와 중세, 근대를 적절히 섞었습니다. 물론 ‘세계를 바꾼 역사’가 아니면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사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고려 왕조 건국 이야기도 넣었습니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입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이정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서 역사는 더욱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더불어 역사 속에서 구현된 리더십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도 자아성찰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프롤로그」 중에서
언젠가 유방이 한신에게 “내가 지휘할 수 있는 병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한신은 몇십만 명이라고 대답했다. 중국의 천하통일을 꿈꾸는 인물에게 몇십만 명의 군사밖에 거느리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한신의 용기도 참 대단하다. 유방은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자네는 몇 명의 병사를 지휘할 수 있는가?” 한신은 이번에도 거침없이 말했다. “저는 병력의 수와 관계없이 모두 지휘할 수 있습니다.” 유방이 화가 날 법하다. 그래도 화를 꾹 참고 물었다. “자네는 장수의 능력이 나보다 뛰어난데, 왜 내 밑에 있는가?” 또다시 한신은 거침없이 말했다. “주군은 황제의 능력을 갖추셨습니다. 그러니 제가 병사를 많이 지휘할 수 있다 해도 주군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옵니다.” 한신의 이 발언은 지도자의 리더십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도자 또는 상사는 작고 세세한 것에만 골똘하면 안 된다. 부하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그 자신은 더 큰 그림을 추구해야 한다. ---제3장「한 제국의 활제를 만든 겸손과 배려_유방」중에서
칭기즈칸은 개혁이란 어떤 것인지, 그 개혁을 추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칭기즈칸은 곁가지를 건드리기보다는 시스템 자체를 고치는 데 신경을 썼다.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하기 전, 많은 부족들은 각기 자신의 관습에 따라 생활했다. 당연히 부족의 독립성이 강했다. 이런 상태로는 강력한 몽골 제국을 건설할 수 없다. 황제의 권력도 보잘것없어진다. 칭기즈칸은 이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칭기즈칸은 시스템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유목민의 제왕을 넘어 세계의 제왕이 되는 것! 이 목표를 위해 부족 단위로 운영되는 몽골을 확 바꿨다. 사회 기반을 통째로 개혁하는 것이다. 당시는 정복 전쟁을 수행할 때였다. 그렇다면 국가 조직 또한 전쟁에 적합한 형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른바 비상 조직 형태다. 오늘날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세계 제국을 건설하는 데 최적의 비상조직은 어떤 형태일까? 칭기즈칸이 내린 해답은 군대였다. 국가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군대로 만들면 된다. 그는 몽골의 부족을 모두 해체해버렸다. 그 대신 95개의 ‘군단’으로 재편했다. 이 제도를 천호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