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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말채나무의 시간

흰 말채나무의 시간

푸른사상 시선-11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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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30g | 128*205*10mm
ISBN13 9791130815619
ISBN10 113081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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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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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마다 성에가 흰 말채나무를 키운다

한파가 몰아칠수록 창문의 말채나무는 숲을 이루고 온종일 켜놓은 화면에선 물결이 솟구치다가 순간 얼어붙는다

국경의 가시 철조망 낙화처럼 물결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소년의 맑은 눈동자에 큭! 예기치 않은 울음이 터지지만 그것은 의자를 보면 주저앉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의 말들은 고삐를 매지도 않았는데 움직임을 멈춘 채 굳어 있다 말들을 어서 달리게 해야 해 단단히 고삐를 틀어잡고 채찍을 휘둘러보지만 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마 잊혀져가는 스스로의 발굽 소리를 듣는 듯하다 다시 채찍을 들어 말들 대신 등줄기를 후려쳐 본다

턱을 괴고 앉아 흰 말채나무나 바라보는 날들이다 유리창을 꽉 채운 흰 말채나무 가지들처럼 모든 것은 얽혀버린 채 굳어 있다 서로 완강하게 소외되어 얼어붙은 눈동자와 혀가 풀릴 때까지 이 빙하기를 견뎌야 할 것이다
--- 「흰 말채나무의 시간」 중에서

키 큰 전나무 숲 군사기밀도로가 전부인 마을은
겨울이 깊을수록 흰 산이 우뚝 솟아올랐다

시렁 위 싹을 틔울 감자들 아직 눈이 깜깜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와 고모들 구부러진 못처럼
박혀
양말을 깁고 가마니를 짜고
무채와 말린 산나물을 섞어 밥을 짓는 어머니는
철산 겨울이 맞닥뜨린 범의 숨소리 같다고

마당의 빨래들 뻣뻣하게 언 채로 눈을 맞고
눈송이들이 창호지에 보푸라기처럼 달라붙는 밤
할아버지의 느릿한 옛이야기는
추녀 끝 고드름을 단단한 직선으로 내려 키운다

등불 건 툇마루까지 눈이 쌓이고
소맷부리 해진 옷을 머리맡에 두면
꿈의 장막이 열리면서
가오리연이 새하얀 꼬리를 흔들며 유영하고
눈의 아이들은 썰매를 타고 은하수를 흩뿌리며 달아났다

참새 떼가 새파란 공중을 향해
언 나뭇가지를 차고 오르는 아침
눈부신 햇살에
시리고 맑은 향의 구슬들이 챙챙챙 쏟아져 내렸다
--- 「산북 마을, 그 먼」 중에서

촛불도 구호도 이제는 그만.

이곳에
연못을 파고
노랑 어리연을 띄우면
잎사귀 아래 개구리밥들
순식간에
초록 카펫을 펼쳐놓겠지요

물결이 일 때마다
수많은 주름들 접혔다가 펴지겠지요

제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다리가 긴 물거미가 성큼 건너가면
장구애비 애벌레들 용케 알고
뽀글뽀글 진흙 물방울 일으키겠지요

지나가는 구름이 농담처럼
빗방울 몇 던지면

여기저기 푸른 동심원들 보조개 피겠지요
오고가는 사람들 순간 밝아오는 표정을
노랑 어리연 봉오리들
실눈 뜨고 물속에 반쯤 잠겨 훔쳐보겠지요

동그란 잎사귀들 겹쳐진 사이사이로
초여름 햇빛 잠깐씩 눈부시겠지요
--- 「광장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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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말을 빌리면, 말채나무의 가지는 가늘고 길어 잘 휘어지고 질긴데, 말을 몰 때 채찍으로 쓰기 좋아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고 한다. 최기순 시인은 말채나무를 들고 “움직임을 멈춘 채 굳어있”는 “말들”의 “등줄기를 후려쳐”보고 있다. “말”은 말(馬)이자 말(言)일 것이다. 얼어붙은 빙하기를 견디며 자신의 말이 달리도록 고통스럽게 싸운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서 찾아낸, 첫 시집 『음표들의 집』 이후 한층 깊어진 시인의 세계가 눈부시다.
- 고운기 (시인·한양대 교수)
최기순의 시들은 시간을 견디며 공간을 배회한다. 그 서성거림의 주변에는 버드나무가 있고 말채나무가 있고 청동거울이 있다. 시인은 그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때로는 맑은 눈으로 때로는 깊은 마음으로 내면을 들여다본다. 시인의 발걸음은 엉성한 듯해도 붙잡는 것들이 많다. 거미줄이 그렇고 “새가 날아간 자리에 나무의 진동이” 그렇다. 과장된 눈물이나 곱씹어 덧나는 상처가 없다. 오히려 그의 작업은 “무의미하게 멀리 오래” 걷는 것 같지만 멈추지 않고 늘 흐른다.
- 박홍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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