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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당신 아버지

그리운 당신 아버지

한창욱 | 다연 | 2013년 05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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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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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58g | 153*224*20mm
ISBN13 9788992441353
ISBN10 899244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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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사랑은 구르는 눈덩이 같다. 그토록 작고 초라했던 마음이건만 자식을 꼭 끌어안고 구르고 구르다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을 때 산산이 부서져 자식 곁을 떠나간다. 부모를 향한 자식 사랑은 추수가 끝난 들판을 달려가는 겨울바람 같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는 이 없고 아무리 불러도 안아줄 이 없건만 멈출 수 없는 그리움에 오늘도 빈 들판을 서성인다. ---p.11

나무문을 슬며시 밀면 정겹게 삐거덕대는 소리, 눈에 익은 꽃나무와 연못……. 반듯하게 서 있는 건물을 돌아서 뒤란으로 가면 한창 밤을 털고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손바닥에 밤 세 톨을 올려놓고서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까르르 웃고 있는 어머니,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왕밤을 줍기에 여념이 없는 세 자매를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진다. ---p.31

무거운 연탄 지게를 지고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던 아버지……. 연탄 한 장, 글자 한 자……. 달빛을 불빛 삼아 층계를 오르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쳤다. 모든 걸 다 잃고 남은 거라곤 빈손뿐일지라도 다시 시작할 용기가 났고, 그 어떤 고난일지라도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쓰러지고 싶어도 결코 쓰러질 수 없다. 아버지의 자식이니까……. 47

사람들은 아버지의 인생을 동정한다. 세무 공무원으로 평생을 일했으면서도 주변머리가 없어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했다며……. 아버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피식 웃고 만다. 아버지의 짧은 미소 속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내가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식들 앞에서 당당하고, 세상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거야!’ ---p.103

창밖에는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었다. 서편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사그라지는 노을을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아버지의 낮은 휘파람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이 마치 아버지의 손길처럼 나의 앞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내 가슴은 안타까움과 그리움으로 미어터질 것만 같았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빠, 정말 미안해.” 괘종시계가 여섯 시를 알렸다.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했던, 남편과 아버지를 내 가족에게 돌려줄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pp.164~165

오랫동안 아버지를 미워했어요. 내게 닥친 모든 불행은 다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영원히 용서하지 않겠노라 수없이 다짐했는데, 병상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보자 마음이 흔들렸어요. 모르겠어요! 혈육의 정이라는 건 이성으론 설명할 수 없는 절대 감정인가 봐요. ---p.168

나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제화점 앞을 지날 때면 습관적으로 발걸음을 멈춘다. 휘황찬란한 진열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서 구두를 만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인다. 나일론실을 꿴 송곳으로 구두를 깁던 아버지가 고개를 돌린다. 허공에서 눈이 마주치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는다. “내 아들, 최고다!”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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