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뾰족한 치아가 돋보이는 대머리 거인 아니면 얼굴에 이상한 가면을 쓴 기괴한 페르시아 군대가 등장한다. 이들이 정말 사람인가? 크세르크세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역사 속 크세르크세스는 이와 사뭇 다르다. 당시 찬란하게 꽃피웠던 페르시아의 문화가 영화 속에서는 변태적인 것으로 묘사되었다. (중략)
역사는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주변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을 미화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주변인들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역사를 받아들일 때는 항상 “왜?”라고 묻는 우리의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기도 하다. ---「영화 〈300〉 속 악당 페르시아?」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단 한차례의 해전으로 쇠퇴하진 않았다. 스페인은 그야말로 영국의 해군과 해적을 오락가락한 전략으로 발이 묶이고, 그토록 사랑했던 은화에 깔려 인플레이션이란 공격을 맞으면서 조금씩 쇠퇴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페인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할 때 보였던 그 민첩함을 세계 금융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썼더라면, 영국에게 유럽 최강자의 자리를 내주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이로써 스페인 무적함대에 대한 수수께끼는 풀렸지만, 이젠 이 많은 이야기를 반 페이지도 되지 않는 양으로 단순명료하게 정리한 역사 교과서의 심플함이 수수께끼로 남는다. ---「잘못된 무적함대의 역사, 교과서에서 배웠다?」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는 그 역사에 대해 우리가 적어도 함께 아파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선입견을 갖고 시작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세계지도를 보며 아프리카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또 그들이 겪었던 지난 시간의 아픔은 우리도 겪었던 아픔이었고, 우리에게도 얼마간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기회를 가지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 그것도 힘들다면 최소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유럽 사관으로 세계를 보지 않았는지, 그래서 우리가 겪은 아픔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우리도 같은 과오를 범했는지 한 번쯤이라도 생각해보기를……. ---「가진 것이 너무 많아 피곤한 아프리카?」
콜럼버스의 신대륙을 항한 가열찬 발걸음은 ‘콜럼버스데이’가 국경일로 남느냐 퇴출되느냐의 단순한 문제를 넘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질병이 지구의 모든 땅에 자유롭게 넘나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물론 그의 행보가 인류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듯, 먹는 즐거움도 안겨주었다.
어찌 보면 콜럼버스를 옹호하는 세력이나, 비난하는 세력은 자신들도 모르게 콜럼버스 항해의 영향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은 낮에 콜럼버스를 비난하는 시위를 하고 돌아와서 토마토 스파게티와 인도 카레로 저녁 식사를 했을지 모른다. 그러면서 식탁에서 또 한 번 콜럼버스가 저지른 만행에 부르르 떨지도 모른다. ---「콜럼버스가 가져온 비극과 기쁨?」
그녀를 둘러싼 루머 중 상당 부분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면이 없지 않다. 아이들에게 헌신적이라고 알려진 그녀가 아들과 근친상간을 맺었다는 허무맹랑한 소문은 진상 파악이 되지 않았고, 오스트리아와 공모하여 반혁명을 도모하였다는 점 역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내뱉지도 않은 ‘빵 대신 과자 발언은 아직도 그녀에 대한 진실을 왜곡시키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다? 앙투아네트에 대한 오해」
아프리카가 발전이 없는 곳이고, 문명의 진화가 없기 때문에 역사가 없는 땅이라고 말하는 것은 누구의 생각일까? 무엇을 기준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거창한 문명이 시작되고, 문자로 역사를 기록하고, 중앙 집권 국가가 발생하고, 계급이 생겨나고, 다른 지역을 점령하고 착취하고, 기계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 이것이 역사와 진화라면 아프리카에는 역사와 진화가 없다. 그리고 그런 기준으로 아프리카를 본다면 아프리카 역사에선 단 한 줄도 배울 것이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전혀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아프리카 사람들은‘지배’를 위한 발전이 역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뼈아픈 충고를 한다. ---「아프리카엔 역사가 없다?」
이렇게 베를린 장벽은 한 대변인의 어설픈 기자 회견 때문에 어이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헝가리의 국경이 뚫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4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완전한 통일이 이뤄지기까지는 약 1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략)
다른 중요한 사안들을 검토하느라 주의 사항을 읽지 않았던 의회 의원들의 실수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본인의 역할에 충실한 나머지 정책을 술술 읽어 내린 대변인의 실수로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기막힌 우연들의 조화가 놀라울 따름이다. ---「모든 것은 우연이었다?」
만약 비스마르크가 황제에 대한 충성을 버리고 입헌 민주제로 통일 독일을 완성했다면 역사는 조금 달라졌을까? 또 빌헬름 2세가 조금 더 신중하고 결단력 있는 인물이라서 오스트리아의 응징에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면 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벨기에를 점령하지 않아 영국이 참전하지 않고, 보이는 건 무조건 침몰시키겠다는 무제한 잠수함 작전 같은 건 아예 처음부터 없어서 미국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빌헬름 2세의 운명과 독일의 역사는 조금 달라졌을까? 불행히도 역사는 ‘만약’이라는 조건을 허락하지 않는다. 한 번뿐인 선택에 미래를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빌헬름 2세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거나(경솔한 황제 Vs 철혈 재상)」
‘모든 것을 비밀로 하면 아무것도 지켜지는 것은 없다! 케네디 행정부와 존슨 행정부에서 대통령 국가 안보 보좌관을 지낸 맥조지 번디는 미국이 잠금장치를 풀지 않는 수많은 비밀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략)
도대체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얼마나 많다는 말인가? 이 모든 것을 모른 채 우리는 진실을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호기심에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진범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진범을 궁금해하는 것은 진실이 그것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음모론에 눈을 돌리는 것, 그리고 정부의 발표와 언론의 정보보다 음모론을 더 믿는 것은 세상에 널려진 진실이 모두 1백 퍼센트 진짜가 아니기 때문은 아닐까? ---「단연 최고! NO.1 음모론」
수에즈운하는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이 수에즈운하를 국영화시킬 때까지 81년 동안 영국이 주도권을 장악했다. 영국은 재빠르게 부동산 투기에 나서면서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이것이 〈뉴욕타임즈〉지가 지난 1천 년을 통틀어 수에즈운하의 주식 매각을 최고의 부동산 거래로 뽑은 이유다. 기회 면에서, 속도 면에서, 이익 면에서 영국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였던 수에즈운하를 둘러싼 부동산 거래는 정말 어디를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더불어 이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로스차일드가 엄청난 이윤을 남겼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개인의 부당한 부동산 투기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국가가 앞장서서 땅장사에 혈안이 됐던 이 사건들. 우리 시대에도 이렇게 대단한국제적 부동산 투기 사건을 만날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대담한 부동산 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