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시인은 특별한 귀를 가지고 있다 합니다. 동물과 동물이 주고받는 말이나, 식물과 식물이 주고받는 말을 들을 수 있대요. 동물과 식물이 나누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하네요. 한나 시인이 이런 귀를 갖게 된 것은 동시 공부를 하면서부터랍니다. 그로부터 동시의 세계에서는 온갖 것이 말을 나눈다는 것을 알았다 합니다. 생명을 갖지 않은 물건이나, 돌멩이들도 서로 속삭인다 합니다. 한나 시인의 귀에는 그들의 말이 또렷하게 들린답니다. 재미있는 일이지요. 귀여운 동물 고양이와 예쁜 식물 괭이밥이 주고받는 말을 들어봤대요. 그것으로 한 편의 시를 빚었다 하니 살펴볼까요?
내가 좋아하는 꽃,
네 이름 괭이밥!
내 이름 고양이!
“냐아옹!”
너도 나도
귀여운 이름이야, 그치?
“냐아옹!”
길모퉁이 작은 꽃, 넌
키가 작아서 더 예뻐!
넌 괭이!
난 고양이!
얼굴을 마주 대볼까?
넌 개나리보다
더 노란빛이야.
“냐아옹!”
밤하늘엔 별이 빛나고
낮엔 네 노랑꽃이 빛나는 별이야.
“냐아옹!” (_동시 「고양이가 괭이밥에게」 전문)
‘고양이’와 ‘괭이’는 본딧말과 준말의 차이니 고양이, 괭이는 같은 이름이지요. 이름이 같으니 이 귀여운 동물과 예쁜 식물의 만남이 아주 반가웠던 것입니다.
“괭이밥아, 우린 이름이 같다. 네 이름에 밥풀 하나 더 붙었을 뿐이야. 아이 반가와. 냐아옹!”
고양이, 괭이밥이 주고받은 말의 시작이 이러했겠지요. 이것이 한 편의 시가 됐습니다.
“나도 그래. 굉장히 반가와.”
괭이밥의 대답은 이러했을 겁니다. 그러나 한나 시인은 괭이밥의 대답을 살짝 숨겨서, 시의 바탕에 나타나지 않게 했어요. 독자가 시를 읽으면서 괭이밥의 대답을 생각하게 한 것입니다. 고양이의 말 “냐아옹!”을 알맞게 세 번 배치한 걸 봐도 한나 시인이 시를 빚는 솜씨를 알 수 있지요.
한나 시인의 첫 동시집 『고양이가 괭이밥에게』는 이처럼 특별한 귀, 특별한 눈으로 빚은 시의 다발입니다. 한나 시인의 시에는 이들 동심의 향기, 시의 향기가 물씬 풍기고 있지요. 그 외에도 아주 특별한 동시들이펼쳐집니다.
아기는 나라의 꽃이요, 지구촌의 희망입니다. 아기의 모습과 행동은 그대로 한 편의 시입니다. 이런 웃음으로 이야기하는 갓난아기의 예쁜 모습을 동시 「아영이는 방글이」 등에 담아 놓았어요. 세상에서 부모님 사랑보다 큰 것이 있을까요? 우리가 잘해드려서 부모님이 우릴 사랑하시는 게 아니라, 부모님 사랑은 무조건이라 하네요. 「난 소중한 사람」 등을 읽어보세요. 할머니의 우리 사랑도 무조건이랍니다. 「열두 살 아기 보셨나요?」 등을 살펴보셔요. 「아빠도 달린다」는 소아마비 아버지의 소원을 대신 이루기 위해 계주 선수가 된 어린이가 모델입니다. 감동을 주는 건강한 작품이지요.
담쟁이를 화가에 견주어 본 「화가 담쟁이의 걸작품」은 관찰에서 얻어낸 시작품입니다. 겨울 동안 담쟁이는 앙상한 모습입니다. 이것이 밑그림이 돼, 봄 · 여름 · 가을로 계절이 바뀌면서 색깔이 다른 그림이 되지요. 가을이면 가장 화려한 그림이 된다는 것입니다. 「대왕, 세종대왕님」, 「거북선 조선을 지키다」 등은 역사를 시에 담아본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자랑스런 조상님들을 내세워 독자들에게 역사를 바로 알리자는 시인의 생각을 곁들이고 있지요.
--- 「서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