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두려운 것이냐? 너는 내가 너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 특별한 감정……. 자신 역시 그에게 그런 감정을 갖고 있다 말하면 되는데 아직 그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물론, 사람이 말을 하는 것처럼, 눈이 세상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묻고 싶었다. 정말 내가 너에게 특별한 존재냐고. 자신에게 감추는 것이 없느냐고.
“모…… 몰라. 너는 나의…….” “지기라 하지 마라. 한 번도 너는 내게 지기였던 적이 없었다. 내게 너는 여인이었으며, 함께할 반려였다.” 그의 말이 아프게 심장을 찔렀다. 문정의 온몸이 파들파들 작은 새처럼 떨렸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천천히 눈을 뜨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빈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한 문정에게 더 이상 그가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오직 그가 사내라는 것만이 그녀에게 강하게 의식되었다. 뒷걸음질하는 자신을 따라 다가오는 그를 피해 문정은 어디든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등 뒤로 딱딱한 벽이 마주 닿았다. 그리고 그의 팔이 양옆으로 뻗어 오더니 문정의 호흡과 시선을 가둬 버렸다.
“갈 수 있으면 가 보거라. 내 앞에서 사라질 수 있으면 사라져 봐. 하지만 네가 어디에 있든 난 널 찾아낼 것이다.” 순간, 그녀는 온몸을 태울 것 같은 파란 불꽃을 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