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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채 | 로담 | 2020년 03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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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384g | 128*188*18mm
ISBN13 9791156411659
ISBN10 115641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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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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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팰리스에 대단한 사람이 이사를 왔다. 지나가던 거주민을 붙잡고 ‘2동 1202호에 누가 사는지 아시나요?’ 하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활짝 웃으며 대답할 터였다.
“아, 당연히 알지! 그 잘생긴 총각이 거기에 살잖아.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더만? 몸이 참 좋아.”
2동 1-2라인 최상층에 사는 남자를 보기 위해서는 오후 아홉 시를 넘어 휘트니스 센터에 가면 됐다. 남자는 매일같이 한 시간 반을 꼬박 운동한 후에야 자리를 떴다. 남자가 아파트 내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몸 좋은 젊은이’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모든 입주민이 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데에는 2동 대표의 공이 컸다. 고상한 사모님과 거리가 먼, 2동 대표 김말숙은 집마다 방문해서 수다 떨기를 좋아했다. 왕년에 잘 나가는 성우였던 말숙은 극적인 톤으로 1202호 남자의 소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들어 댔다.
“해주 씨, 내가 말했잖아. 그 총각이 아주 괜찮다고. 지난번에 내가 주차하다가 모르고 그쪽 차를 살짝 긁었단 말이야. 근데 어머나, 전화하니까 너무 착한 거 있지?”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던 소임은 리모컨 버튼을 꾹 눌러 볼륨을 키웠다.
‘엄마가 어서 말숙 아줌마를 보냈으면 좋겠는데.’
부엌은 말숙이 떠드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 총각이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데 아우, 너무 목소리가 좋은 거야. 나 홀라당 넘어갈 뻔했지 뭐야. 우리 남편은 무슨 살진 돼지가 꿱꿱 대는 것 같은데. 어휴, 그래서 내가 우리 남편한테 전화를 잘 안 해. ‘여보세요’에서 ‘여보’, 소리만 들어도 한숨이 나온다니까? 잠깐만, 근데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맞아, 하여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더라고. 내려와서 보지도 않았어. 같은 입주민이니까 좋게 넘어간다는 거지. 이 얼마나 심성이 고운 청년이야?”
말숙은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아이고, 그런 착한 청년이 어쩌다가 파혼을 당했는지 몰라. 신혼집이라고 아주 예쁘게 꾸몄던데. 리모델링도 싹 하고. 내가 그 인테리어 전문가한테 물어봤는데 안방 침실에만 2천이 들었대, 2천! 젊은이가 참 능력도 좋아. 최근에 파혼만 안 했으면 딱 우리 둘째 딸이랑 맺어주는 건데. 아휴, 식을 2주밖에 안 남기고 파혼당하다니. 참 안됐어.”
소임은 이제 말숙이 자리를 뜰 시간이 되었음을 알았다. 1202호 남자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건 기승전결 중에 결이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나 세 시에 402호 들르기로 했는데. 아이고, 정현 엄마 기다리겠네. 나 이만 가볼게, 해주 씨. 커피 잘 마셨어.”
종종거리며 부엌을 나서던 말숙은 소파 위에 누워 있는 소임을 발견했다.
“아이고, 소임아! 아가씨가 그렇게 늘어져 있으면 못 써. 다른 아가씨들은 열심히 가꾸고 있는데 위기감이 들지 않니? 볼이 터지려고 하잖아. 예쁜 얼굴 왜 자꾸 못나게 만드니? 운동 좀 하자, 응?”
“괜찮아요. 저는 살찐 상태가 좋아요. 안녕히 가세요, 말숙 아줌마.”
본인이 행복하다는데 말해서 무엇하리. 말숙은 간지러운 입을 안고 1201호를 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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