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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채 | 로담 | 2020년 03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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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382g | 128*188*19mm
ISBN13 9791156411666
ISBN10 115641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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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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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하얀 천장을 바라봤지만 명료해지지 않았다. 소임은 빙글 돌아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웠다. 동그라미와 네모, 세모가 박힌 분홍색 베개를 노려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또 옆으로 돌아 누워 고민에 잠겼다.
공포 영화는 제 취향이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1202호를 빠져 나왔을 때, 선호가 왠지 실망하는 것처럼 보였던 건 과연 기분 탓일까.
‘아무래도 날 좋아하는 것 같은데.’
더욱 알쏭달쏭했다. 생각해 볼수록 선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는데, 사실 그게 이해가 안 갔다.
‘날 좋아하고 말고 할 건덕지가 있던가?’
그간 선호와 자신 사이의 일을 되짚어 봤을 때 딱히 설렐 만한 일이 없었다.
대체 어느 부분에 호감을 느낀 걸까? 막 누군가를 좋아하는 애틋한 감정이 대체 어디서 피어난 걸까? 차라리 이쪽을 저주한다는 소리가 더 납득할 만한데.
‘설마 나한테 첫눈에 반한 건가?’
소임은 벌떡 상체를 일으켜 화장대를 쳐다봤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절세 미녀라고 부르기엔 애매했다. 파마기가 풀린 단발머리 아래 얼굴은 본인이 생각했을 때 몹시 귀여웠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의 주관적인 의견이다.
‘뭐, 이 정도면…….’
소임은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선호가 제게 호감을 느낀 원인을 외모로 미루기에는 약간 양심이 찔렸다. 전적이라도 좀 있으면 어떻게든 합리화 해 볼 텐데 여태껏 외모에 반했다며 다가온 남자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침대에 펄썩 등을 대고 누웠다. 또다시 고민의 시간이 시작됐다. 저를 좋아하는 이유는 차치하고, 과연 좋아하는 게 맞는지가 궁금했다.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껄끄러운 주제라 답답했다. 괜히 물어봤다가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오면 소임의 체면만 깎이는 셈이니까.
‘아, 이런 게 문제야. 자꾸 신경이 쓰이잖아.’
소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안 그래도 살기 바쁜 와중에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해야 하다니. 원래 주말에는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 보면서 깔깔거려야 하는데 말이다.
‘이래서 내가 남자를 안 만나는 거야. 내 소중한 여가 시간을 방해하잖아.’
그녀는 ‘날 좋아하는 것 같은 남자가 있다’라는 추측 하나에 지나치게 술렁이는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을 찡그리며 고심하다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혼자서 머리를 싸매 봤자 달라지는 게 없으니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 상황을 판단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친구에게 덥석 전화하기에는 좀 꺼려졌다. 서른한 살 먹어 놓고 ‘누가 날 좋아하는 것 같아’ 하면서 호들갑을 떨면 너무 순진해 보이지 않나. 더군다나 그 동안 줄기차게 씹어 대던 옆집 남자 때문에 가슴 떨려 하는 주책바가지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어플 어딘가에 연애 고민을 상담해 주는 익명 채팅방이 있었던 것 같은데. 메신저를 뒤적거리던 소임은 괜찮아 보이는 채팅방 하나를 발견했다.
[연애 고수가 상담해 드립니다^^ 연애에 관한 어떤 것이든지 물어보세요. 당신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 드릴게요. 사례는 5천원 상당의 기프티콘 아무거나 받습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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