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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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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30*190*20mm
ISBN13 9791159332616
ISBN10 115933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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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연밭은 폐사지 같다. 스산하다 못해 괴괴하다. 여며 싸고 친친 감아도 몸보다 마음이 체감하는 기온으로 뼈마디가 시려온다. 이따금 얼어붙은 수면을 박차고 오르는 철새들의 따뜻한 인기척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이 냉기를 견딜까.
대궁만 남은 연, 아니, 대궁조차도 말라 비틀어져 버린 연이 얼음 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수중발레를 하듯 겅중겅중 허공을 찍고 있는 저 무념의 발자국들. 물을 딛고 서 있지만 그들의 몸에서 물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삶의 끝자락에 이르러 곡기를 끊으시던 어머님처럼, 한 모금 물로 입을 다시는 일마저 부질없는 것일까. 어머님은 결국 인생의 겨울을 넘지 못하셨지만 저들은 분명 생명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잠시 휴면기에 들었을 뿐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깡마른 몸 어디에서 살아있음의 증거를 찾아야 할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 「문경희-자코메티의 계절」 중에서

이제 빗줄기도 한풀 꺾였다. 한눈팔다 잡혔다는 듯 무지개송어가 연신 꼬리지느러미를 휘갈긴다. 강태공들도 길길이 뻗대는 송어를 강물로 돌려보낸다. 한 공간에서 오래 지내다보면 닮아지는 게 부부이다. 성격과 취향이 서로 다른 남녀가 속울음을 따로 삼키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떨쳐낸다. 물고기를 잡고, 집을 짓는 행위에 연민 어린 시선을 주고받다 보면 상처는 화해를 모색하고, 삶은 여유를 찾지 않을까. 누에가 컴컴한 고치 속에 틀어박혀 변태의 과정을 거치듯 바둑의 승부수처럼 낚시의 묘미처럼 마음의 누수로 생긴 아픈 기억들이 치유되는 순간이 온다. 빗장뼈에서 울컥 치받히는 소소한 갈등을 허무는 이 공간과 시간이야말로 DMZ, 완충지대가 아닐까.
나와 당신, 그리고 텔레비전이 정물화처럼 놓여있는 한지붕 아래서 각자 방 하나씩에 안주하는 이 뜨뜻미지근한 무관심은 뭘까. 전화기조차도 우화偶話의 배경이다.
--- 「고경서-우화를 꿈꾸다」 중에서

사는 방식이 다른 저마다의 생이다. 독설과 개성이 눈길을 끄는 시대라지만 눈에 띄지 않는 거무튀튀한 몸빛으로 자신을 던져 삶을 일갈하는 그의 몸짓이 숭고하다. 온몸이 귀가 되고 눈이 되어 전방을 주시하며 소리 없이 기운을 결집하는 존재. 머리를 치켜들고 흐르는 물살을 버티며 세상을 살피는 존재. 주어진 시간이 소진될 때까지 혼신을 다해 살아있음의 발성을 멈추지 않는 생의 기척이 묵직하다. 제 몸 하나로 바닷속 길을 뚫었을 역동성이 탁본 된 액자 속에서 살아 숨 쉰다. 먹물로도 감출 수 없는 눈부신 비상이 내 가슴에 날아와 박힌다.
그냥저냥 살아온 날들이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햇살이 비치면 비쳐드는 대로 몸을 맡기면 그만이었다. 시들지 않는 조화처럼 생기나 향기 하나 없이 겉치레로만 살아왔다. 몰입할 만한 열정도 뚜렷한 의지도 품지 못했으니 건조한 일상이었다. 숨이 차도록 내달려 본 적 없는 느림보 걸음이었다. 스스로 길을 만들지 못하고 내 앞에 꽃길이 펼쳐지길 기대한 제자리 인생이었다. 다부지게 살아내지 못한 시간이 무겁게 달라붙는다.
깊어지고 가벼워져 심연에 도달하는 조피볼락처럼, 한곳에 머물며 솟구쳐 오를 수 있을까. 가라앉지도 튀어 오르지도 못해 파닥거리지나 앉을는지. 거무스름한 그림자가 아슴푸레하게 번진다.
--- 「황진숙-조피볼락」 중에서

마음을 찾아가다가 낭떠러지를 만나기도 했다. 그때마다 허겁지겁 뒷걸음쳐 도망해 왔다. 막막한 광야를 끼고 펼쳐진 모래사막에 이르기도 한다. 태풍에 마음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적도 있다. 마음이 숨을 쉬지 않았을 때는 입천장에 이끼 같은 말의 곰팡이가 핀 날도 있었다. 꿈에 엘리스의 동굴에 빠지기도 했다. 다른 크기의 정서들이 마음의 반대편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급한 물살에도 마음의 동굴에 든 것들은 시들지 않고 썩지도 않아 그대로 젊다. 이미 유통기한을 훌쩍 넘긴 날짜로 패어 있다. 기억의 고체들은 꼭 거기였던 것 같은 한나절에 멈춰 있다. 그때 듣던 노래의 가사로 부딪혀 오기도 한다. 때론 벚꽃 투성이 봄날에, 더러는 빗속에서 마음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비싼 식당의 음식 냄새로 남아 있기도 하고, 새 자동차에 싣고 온 적도 있다. 사람의 곁에 눕기도 한다. 흰 와이셔츠의 눈부심에 설레기도 한다. 목소리일 때도 있다. 마음이 멈춰 서는 걸음은 느리고 차분하다. 말의 따뜻한 감동일 때도 있으며, 전시회 벽에 걸려있던 마크 로스코 추상의 모호함과도 닮았다. 바닥에 떨어뜨린 내 머리카락처럼 마음을 흘린 날이 많다. 마음이 보관된 계절은 여름날 무더위였다가 목덜미를 감던 꽃샘추위로 바뀌기도 한다. 다리 아프게 오르내리던 새 건물의 옥상 철문에 마음이 끼어 있던 날도 있다. 마음은 변덕스럽지만 미련하여 구차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다.
--- 「김희정-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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