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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

: 마흔 넘어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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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38g | 150*210*19mm
ISBN13 9788984059856
ISBN10 898405985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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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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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길은 험해도 진달래와 동행하였으니, 그나마도 꽃길이라면 꽃길이랄 수 있는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길은 애당초 진달래의 땅이었다. 한동안 허겁지겁 산을 오르자니, 산정이 머지않았음인지 가야 할 봉우리가 눈앞이다. 그때 울리는 휴대전화 알림음,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런데 웬걸? 119였다.
무슨 일이지? 왜 119가 내게 연락을 했을까? 내용은 나의 위치를 파악했다는 거였다. 왜 119가 내 위치를 파악하셨나? 그럴 개연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터인데…. 살짝 걱정과 의문이 머릿속을 채워 나가려는 찰나, 이유는 의외로 싱거웠다. 주머니 속에 든 스마트폰이 제멋대로 119에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다. 긴급전화로, 그것도 2통씩이나. 그런데 문제는 전화를 한 이가 아무런 말이 없으니, 119에서는 긴급 상황으로 인식을 했고,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거꾸로 내게 3통의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119가 내게 전화할 당시, 그 지역은 통신 불능 지역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119는 내가 위험에 처했거나 조난을 당한 것으로 인식을 했고, 그 결과 위치 조회를 실시했다. 그간의 사정이 산이 높아지고 통신 가능 지역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내게 닿게 되었다.
어이없는 실수로 안 그래도 바쁜 소방대원분들에게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고 말았다. 한편으론 그 와중에도 나는 뿌듯함을 느꼈으니, 국가가 나의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 p.19

길을 걸을 때, 길이 넓으면 길과 걸음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고, 또 너무 좁으면 길을 헤치고 나가야 하는 수고스러움과 보이지 않는 길에 대한 두려움 내지 긴장감이 생기는 탓에 그 역시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두어 명이 교차할 수 있는 숲길이 그중에서도 최고다. 선자령길이 그랬다.
더위와 햇살에 쫓기듯 걷던 걸음에 여유가 생기자, 간간이 불어와 아는 체하는 바람이며, 간신히 숲을 뚫고 길 위로 내려앉은 조각 난 햇살들과, 그 음영이 그려내는 길 위의 수묵화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산맥의 저편, 아득히 이어지는 수많은 산들의 달음박질과 산을 터전 삼아 뿌리를 내린 숲들, 이따금씩 낯선 이방인의 출현에 놀라 푸드득대는 새들의 지저귐도 생생하다. 그렇게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무심히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떤 의무감으로 행해진 산행일지라도 산 위에 있으면, 어느 곳에 앉아 산이 펼쳐놓는 파노라마를 바라보노라면, 마음은 저절로 가라앉고 또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쩔 때는 잠시 머물러 어떤 풍경 하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유유히 떠가는 구름이며, 첩첩이 잇대어 있는 산들의 깊은 골짜기며, 작은 나뭇잎에 매달려 있는 바람 한 점이며, 무심한 듯 아는 체하는 들꽃들을 만나고 의식할 수 있다는 것은, 잊고 살았던 삶에서 건져 올린 새로운 발견이기도 한 까닭이다. 세계는 어느 한순간, 어느 풍경 하나에도 담겨 있었다.
--- p.43

선자령 가는 길에는 이런저런 나무들이 여행자를 맞는다. 머리를 땅속에 박고 힘겹게 물구나무를 선 듯한 모습의 나무도 있고, 열 갈래가 넘게 촘촘히 들어차 마치 한 그루처럼 떼를 이루며 자라는 단풍나무도 있다. 저마다 스스로 선택하여 살아가는 삶의 다채로움이야말로, 선자령길이 주는 묘미임에는 틀림이 없다.
길도 풍경도 곱고 부드럽다. 서두를 이유도 필요도 없이 발을 떼어놓을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풍경을 눈에 담으며 그저 나아갈 뿐이다. 굳이 멀리 바라볼 필요도 없이 내딛는 발이 닿는 만큼의 앞만 바라보며 걸으면 충분하다. 많은 선지자들이 전하는 진리 중 으뜸 역시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사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실상 산에서 걷는다는 것은 굳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바로 여기 이 순간’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도량이기도 하다. 멀리 바라보기 위해서는 당장 내 발밑, 다음 걸음을 내딛을 그곳을 살펴야 한다. 결국 정상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걸음들 말고 달리 무슨 방도가 있을 것인가. 작은 언덕을 오르자,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아득히 펼쳐지는 산들과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푸르름의 너울들…. 가슴이 뻥 뚫리는 상쾌함이 있다. 그리고 저 멀리에 바다가 있었다.
아득히 펼쳐진 하늘이 힘차게 뻗어가다 어느 순간 툭 하고 바다에 떨어지고, 바다는 그 하늘을 온 힘을 다해 떠받히느라 얼굴마저 시퍼렇게 질린 채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바다의 절박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과 바다 사이에 가로놓인 강릉 시내만은 그저 아늑하고 고요해 보인다. 산 아래 저 멀리 먼 바닷길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고향인 남대천이 보이고,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노래하던 경포호도 지척이다. 설핏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강릉 시내의 어느 커피숍에서 도망 나온 커피향이 동행이라도 했는지, 바람 내음이 고소하고 또 향긋하다.
--- p.44

햇살에 번득번득 빛을 흩는 억새의 하얀 이삭들은 그들의 씨앗주머니다. 씨앗들을 멀리 퍼져 나가게 하기 위해 그들은 그곳에 아름다운 날개를 달았다. 그렇게 그들은 바람에 흔들리면서, 바람을 이용해 종족 번식이라는 대업을 완성한다. 억새에게 ‘흔들림’이란 스스로를 드러내는 아름다움의 원천이면서,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그래서 힘을 힘으로 받지 않고 비껴설 줄 아는 지혜가 그들이 온전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셈이다. 끝없이 밀려드는 바람이건만, 억새는 인내와 끈기로 얼굴 한 번 붉히는 법 없이 살랑살랑 춤이라도추듯 바람을 유인하고, 또 비껴낸다.
지금은 온통 억새들의 차지가 되어버린 이 땅의 원래 주인은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산에 불을 내서 밭으로 일구며 살던 화전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화전민들이 산 아래의 마을로 떠난 이후, 이곳은 억새들의 낙원이 되고 만다. 주인 없는 땅은 먼저 차지하는 놈이 임자라는 사실을 억새들은 어디선가 들었던 것이다. 억새들은 곧장 잡풀은 물론이고 뿌리 깊은 나무들과 기나긴 생존 투쟁을 시작했고, 기어이 이 땅을 차지하고 말았다.
억새들의 지난한 투쟁의 역사를 알 리 없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이뤄낸 승리의 역사 앞에서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억새 입장에서도 굳이 산을 올라 그들의 승리를 축하해주는 인파에 흐뭇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사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한 분투의 결과가 남에게도 즐거운 일이 몇이나 있었던가. 그래서일까. 억새는 바람이 불어도, 사람들이 몰려와 탄성을 터트려도 그저 가만히 흔들리며 미소만 지을 뿐이다.
그렇게 느긋함으로 긴 세월 동안 단련된 그들의 춤사위는 유연했고, 또 부드러웠다. 서로서로 어깨를 걸고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로 단체 줄넘기를 하듯, 또는 강강술래 춤이라도 추는 듯, 바람과 더불어 어우러지고, 또 너울대고 있었다.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고 결국 무언가를 아는 시점이 되면, 그렇게 부대끼던 악연도 결국 인연이 된다는 사실을 바람도 억새도 알고 있었나 보다.
--- pp.59-60

지금까지 본 단풍과는 그 규모나 결이 달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이 단풍을 능멸했더란 말인가. 단풍이야 어디에서건 볼 수 있는 풍경이겠으나, 설악산이라는 웅장한 골골의 봉우리와 어울리는 모양새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비경이었다. 그러니 행렬의 이동은 더디고 또 더뎠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달라지는 비경 앞에서 사람들은 쉽사리 발걸음을 떼어놓지 못한다. 차례를 기다려 비경을 담고, 충분히 찍고, 찍혔을 만도 한데, 그럼에도 그들은 굼뜨다.
머지않은 곳에서 쏟아지는 물소리. 용소폭포다. 용소폭포를 홀린 듯 바라보다 퍼뜩 깨닫는 것은, 흐르는 물조차도 붉다는 사실이다. 단풍이 계곡물도 물들였더란 말인가. 용소폭포의 물줄기가 실로 붉었다.
주전골이라는 이름은 그 옛날 워낙 외지고 골이 깊어 도적들이 이곳에서, 지금으로 치면 위폐, 즉 가짜 엽전을 만들던 장소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이야 가을 단풍철이면 사람들로 홍수를 이루지만, 옛날에는 도적의 소굴로 안성맞춤이었을 듯도 싶다. 운 나쁘게도 신관 사또의 행차를 모르고 쇠망치질을 한 게 그들에게는 불운이라면 불운이었을 것이다. 그 쇠망치질 소리가 그들의 은거지가 드러나는 빌미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수려한 비경을 품고 살았던 그들이 고작 도적질로 연명을 했더란 말인가. 언감생심 시인 묵객이 되었어야 한다고 말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정신조차 혼미해지는 이 황홀한 풍경 아래에서 고작 도적질에 가짜 엽전이나 만들고 있었다니 그저 애석할 따름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 삶의 전부였을 그들에게 흐드러진 단풍이 다 무슨 소용이었더란 말인가. 배가 고픈 그들에게는 이 풍경조차도 사치였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밥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도둑들이 엽전을 만들던 그날처럼, 주전골에는 눈물 나게 고운 단풍이 서럽도록 붉게, 산을 불사르고 있었다.
--- pp.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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