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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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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시 | 동아 | 2013년 05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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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408g | 128*188*30mm
ISBN13 9791155110249
ISBN10 115511024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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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인은 추락사였다. 허무한 인생만큼이나 허무한 끝으로 그는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 술에 취해 집에 돌아가던 중, 다리를 삐끗해 개천 아래로 떨어져 머리를 박았다고. 늦은 밤이었고 워낙 사위가 어두컴컴했기에 미처 발견되지 못한 아버지는 그 한겨울 시린 물속에 방치 된 채 그렇게 죽어갔다 했다.
장례식은 간단했다. 고인을 애도하는 조문객이랄 것도 없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적막한 장례식장에는 구슬픈 곡소리조차 새어 나가지 않았다. 조금씩 타오르는 향내가 희미하게 식장을 떠다녔고 사진이 없어 젊었을 적 찍었던 사진을 간신히 구해 대체를 했다. 주름기가 마를 날 없이 찌든 아버지와 달리 젊은 날의 영정사진이 그날 처음 보인 웃음기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가 가뿐해 보여 다행이었다. 미련 없이 하늘로 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그에게 동정이 갔던 것은 사실이었다. 누구에게도 죽음이란 것은 동정 받아 마땅한 것이었으니. 신념을 지킨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기특하다고 상을 내리는 것도 아니건만 나마저 없으면 저 불쌍한 남자는 누가 배웅해주나. 누군가의 마지막 길을 지켜봐 줄 때 꼭 많은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냥 나 혼자이면 충분했다. 엄마와 오빠는 훨훨 날아오는 새가 되게. 물론 욕하지 않은 것도 원망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더러운 세상이 이치가 그랬다. 그게 현실이니까. 그렇다고 아버지가 다감한 남편이나 아버지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니.
그런 중에도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가족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원인이자 수단이자 변명이 되어 주었던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그래도 못난 아비라고 붙잡고 있게 해주었던 것. 나는 그의 친딸도 아니었으니.
엄마가 밖에서 바람 난 남자와 사이에 가진 자식이 나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중학생 때였다. 술을 마시고, 폭력을 행사하고, 술을 마시고, 다시 밖을 떠돌아다니고. 나는 조금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일기 시작하면서 이해가 갔던 것도 같다. 그는 엄마를 정말 사랑했을지 모른다고.
참 복도 지지리 없는 인간이지. 아무도 당신을 찾는 사람이 없어…….
그의 영정 앞에서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재혼한 엄마는 불러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떠난 사람이었고 굳이 새 출발을 한 사람의 기분을 흐리고 싶지 않았다. 장례는 나 혼자면 되었. 불러도 올 여자도 아니었다. 그래도 문득 문득 속에서 불길 같은 게 일면서 숨이 가빠졌다.
내 엄마지만 ……그녀는 정말 나쁜 여자였다. 회장 앞에선 연약하고 천상 여자처럼 굴지만 그녀의 본성을 아는 나는 회장에게 항상 죄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가출을 하고 갖고 싶지 않았던 아이를 낳아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살아야 했던 여자의 방황을 자식이 아닌 같은 여자로서 이해하기에 회장에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런 죄를 저지르고서 아무렇지 않게 회장 같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길 꿈꿔선 안 되는 거였다. 모르는 게 때론 약이고 회장이 엄마가 좋다는데 내가 뭐라 나설 종류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얼마쯤 흘렀을까. 꾸벅 꾸벅 병든 닭처럼 졸고 있던 나는 흐릿한 시야 사이로 누군가 와 있는 걸 느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다리가 보였다. 어……. 조문객이 있을 리가 없는데. 놀라 얼른 고개를 든 거기엔 갑갑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조금 화가 나기도 한 표정을 지은 그가 서 있었다. 그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무척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이딴 식으로 밖에 못 살 거면 그냥 집에 들어와.’
심하게 얼굴을 굳힌 그가 내게 말했다. 한창 외국에서 MBA를 밟고 있을 그가 어떻게 여기에 왔을까. 내 엄마도 모르는 일을 그가 알고 수만리 타국에서 날아왔다고? 나는 조금 멍해져선 그를 올려다보았다.
‘존심 때문이야? 그래? 화영 정도면 그깟 존심 좀 굽힌다고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어. 대체 뭐가 문제야. 너만을 위한 방을 만들어주겠다는데, 끼니마다 따슨 밥 챙겨 주겠다는데, 학비도 다 내주겠다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매번 복잡해!’
텅 빈 식장에 그의 외침이 크게 울렸다.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어째서…… 이 사람은 내가 가장 힘들 때마다 나타나서 나를 뒤흔드는 걸까. 나는 당신이 미웠고 다시는 당신에게 돌아갈 마음 따위 눈꼽만큼도 없는데.
그가 과거의 사랑했던 그 남자라는 기억보다 지금의 그가 내게 보여주는 다정함 때문에 나는 더 마음이 아팠다. 과거의 그는 이미 내 안에서 사라진지 오래였으니.
‘진짜 그게 끝이야……?’
그가 멈칫했다. 내 입에서 나직이 쉰 목소리가 끄집어졌다.
‘그게 끝은 아니지. 처음엔 간섭하지 않겠다고 하겠지. 근데 그 댁에 빚지는 게 늘어날수록 난 갚아야 한다는 마음에 무거워지고 그쪽들은 해준 만큼 권리를 행사하려 들겠지. 그러다 보면 가족 행사에 참여 해야겠지. 회장님 생신이니 선물을 준비하라고 하겠지. 오늘은 가족끼리 식사하는 날이니 저녁에 늦지 말라고 하겠지. 내일은 또 뭔가로 자유를 보장 받지 못하겠지. 그러겠지.’
나는 초연하게 말을 이었다.
‘내 자유 외에 세상에 더 중요한 게 어디 있어.’
‘그럼 그까짓 거 못 참아?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제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도 보이지 않는 채무란 게 있는 거야. 죽어서 제사를 지내줘야 하는 의무. 대를 이어줘야 하는 직분.’
‘그러니까 난 안 한다고. 하기 싫다고.’
‘내가 안 돼!’
나는 조금 놀라서 굳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화를 내는 건 처음이었다. 그도 좀 놀랐는지 뒤로 주춤 물러서는 몸짓에 혼란이 묻어났다. 한층 누그러져선 내 시선을 회피하며 그가 단정 짓듯 말했다.
‘들어와.’
나는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차는 한강 대로변을 지나가가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육중한 침묵과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의 어둠 같은 막막함이 사위를 짓눌렀다. 호텔을 떠난 후부터 지금까지 쭉 운전을 하며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 역시 무엇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두터운 침묵을 지켰다. 그 진득함을 깨고 먼저 운을 뗀 건 나였다.
“좋은 아이에요. 참하고 때가 안타서 예뻐요. 그 집안에서 바라는 내조는 잘하겠어요.”
그는 다른 사내에게 위협을 당할 뻔한 나를 위해 달려왔고 그는 약혼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약혼녀는 내가 아니었다. 애매모호한 우리의 관계엔 선을 그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일이나 당하고 다니면서 약혼녀 얘기를 꺼내는 것이 맘에 안 들었는지 재신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리고 과거가 여러 개인 여자지.”
“그런 때 말고요. 영혼말이에요.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굴뚝으로 들어온다고 하면 비웃는 게 보통인데 걘 그래도 세상이 아직은 재미있는 곳이란 거 믿고 싶어 하는 눈치던데요.”
“너도 아직 젊어.”
“그에 비해 그쪽은 늙다리고.”
그는 어이없던지 코웃음 쳤다. 다시 적막이 들어찼다. 가만히 있다 나직이 입을 떼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나는 언제 제대로 하늘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웃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거 있죠. 온전히 아이로서 살 수 있었던 시절이 너무 오래 전이라…….”
나는 그를 똑바로 직시하며 말했다.
“나는 민수연이 아니에요.”
“…….”
“민수연처럼 약하지 않아요.”
당신이 지켜야 할 여자는 민수연이라고. 민수연이 아닌 나한테 이제 신경 끄라고. 민수연처럼 온실 속 화초도 아니고 보호 받지 않아도 나는 살아 갈 수 있다고.
당신 없이도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고…….
앞뒤 재지 않은 너무나 성급한 행동이 아니었다. 어째서 그가 거길 찾아왔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 같은 남자가. 그런 싸움에 휘말리려고 작정했는지 어떻게. 김 대표가 경민에게 입만 뻥끗하기라도 하면 금세 내가 누구인지 기억해 낼 건 분명했다. 회장의 귀에 들어가는 거야 시간문제였다. 차라리 회장의 귀에만 들어간다면 나았다. 세상에 발가벗겨지듯 소문이라도 나면 큰일이었다.
갑자기 차가 급정거 했다. 그가 핸들을 붙든 손을 겨우 억누르며 음산하게 읊조렸다.
“건방 떨지 마.”
단호하고 예리한 말이 살갗에 비수처럼 꽂혔다.
“널 다른 누군가로 착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어.”
차는 출발했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안에는 고요함이 들어찼지만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약혼녀를 두고 다른 여자를 구하러 찾아오는 그에게 내가 해 줄 말이 없었다.
장례식에 찾아온 날, 지금보다 한참이나 풋풋했던 그의 모습이 생생히도 기억난다. 내가 스물 한 살이었고 그가 스물여섯이었을 때. 그가 지금보다 덜 어른이었을 때. 그렇게 말하지만 그는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사람이었고 책임져야 할 두려움이 컸고 짊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책임들이 많았다. 내가 겪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해가 몰려왔고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갔던 나날들.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해 혼란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스스로에 대한 화를 삭이던 그의 풋풋했던 모습들.
아마 그때부터 나는 그의 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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