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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다 가요, 려군

쉬었다 가요, 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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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364g | 128*188*22mm
ISBN13 9791187342151
ISBN10 118734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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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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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신이 그에게
신성한 제물이 되기를 요구하지 않을 때는
시인은 온갖 허황된 세상 근심에
휘둘려 마음 졸인다.
-푸슈킨
이 소설은 사실에 기초한 허구다.
허황된 세상 근심 속에 사실은 허구화되었고
휘둘려 마음 졸인 나머지 사실의 허구는 환상과 결합했다.
-김영종
--- p.5

“난 그래. 집에 불이 난 상탠데 불부터 꺼야 하는 거 아냐? 마침 쓰고 있는 소설이 1920년대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하는데, 러시아혁명 때 논쟁이 됐던 좌익소아병 문제가, 보니까 이번 조국 사태에도 적용이 돼. 재밌게 말하면 얼굴에 붉은 칠을 한 난쟁이도깨비를 처치하는 문제야. 묘구인데, 무덤을 파헤치는 도둑 말이야.”
--- p.31

이러한 빅픽처 아래 문재인 탄핵과 퇴진을 목표로 정교한 기획을 만들고, 그 스케줄에 따라 작전을 실행하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 탄핵까지 안 될 경우에도 전 언론의 융단폭격에 의해 식물정부로 만들고, 그 연장선에서 총선과 대선 둘 다 승리해 보수에 의한 분단의 항구적 구조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 p.79

조국을 약한 고리로 공격하는 검찰, 언론, 야당의 3각 편대를 만드는 것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과 진보진영 일부를 협력군―이들에게 적진 교란의 역할을 기대한다―으로 하는 작전을 짠다.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검찰이 본 기획의 입안자이자 실행자가 되게 하되 이 모든 활동을 CT에서 컨트롤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일본선(線)과 CIA선을 전부 가동시키는 것이다.
--- p.81

범수영이 아무 대답이 없자, “무슨 소리예요?”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걱정하지 마.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냐.”
침묵이 흘렀다. 이상하게 다시 마음이 편해졌다. 허수분은 눈을 감고 국곰을 떠올렸다.
“수분아. 믿고…….”
침묵의 바다가 파도를 몰고 왔다. 거센 파도 위로 국곰이 서 있었다.
--- p.171

서초벌 촛불에서 국곰 이미지를 본 범수영은 게임은 이제부터라고 확신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확실해진 것이다. 쓰고 있는 항일혁명가 ‘박진순’ 소설 원고를 중단하고, 국곰에 대한 소설 작업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진짜. 대단해. 허수분…….
--- p.186

“하나 된 촛불시민의 신체는 기관 없는 신체다, 그리고 그것은 마그마 때문에 기관 없는 신체다, 촛불시민에게 이 마그마는 억압하는 모든 기관들을 쓸어버리는 자연력이다. 검찰청이고 법원이고 국회고 재벌이고 청와대고 군대고 모든 걸 쓸어버리고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기본적으로 혁명적 에너지다.”
--- p.208

그는 매체와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평소의 지론을 밝히면서, 편집인 역할을 수락했다.
“회색지식인들이 이 시대를 다 말아 먹는다. 말은 다 날아가는데, 글은 살아남아서 역사기록으로 남는 거야. 불행히도 먹물들이 정리한 게 정사가 돼. 수천 년 우리 역사도 민중의 말은 다 사라져 버리고 사대부들의 말만 기록으로 살아남았잖아. 이제, 범 작가님이 말씀했듯이 붉은 도깨비가 장난치지 못하게 우리 기록을 남기고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가 보자.”
--- p.259

범수영 눈에 높은 산정이 보였다. 땅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수많은 촛불이 그 산정으로 올라갔다. 산정에 어떤 형상이 보였다. 거탑이었다. 국곰이 허리에 찬 보검을 빼드니 그 광휘가 하늘을 갈랐다. 그 보검을 하늘 높이 들어서 내리쳤다. 사악한 거탑이 무너지고 절대반지를 가진 고도가 도망쳤다. 산정에 도착한 촛불시민들은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국곰의 우렁찬 목소리가 하늘을 찢어놓았다. “내가 너를 반드시 요절낼 것이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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