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욱 마을사진의 의미
0대 초반에 서울구치소에 교도관을 하였고 고시촌서 공부하며 법관을 꿈꾸었으나 소방관이 되었다. 소방관이었으나 사진에 빠져 사진가가 되었다. 탐진강에 댐이 들어서며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되어 귀향하였다. 물길이 막힐 강과 수장될 마을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담기 시작하였다. 『아, 물에 잠길 내 고향』이라는 수몰마을 사진집을 펴냈다. 부천에서 서울에서 장흥에서 마을 사진전을 여니 기자들이 마을 사진가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다.
탐진강과 고향 마을을 카메라로 담는 작업이 본업이 되었다. KBS 신문학관 ‘나는 집으로 간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였으며, 내가 주인공인 KBS 일요스페셜 ‘탐진강 사람들의 고향 일기’가 특집으로 방영되기도 하였다. 어떤 시인은 줄창 생계는 나 몰라라 사진에만 매달리는 나를 돈키호테라 불렀다.
목포에서 문산까지 한 달간 철길을 걸으며 동행한 이대흠 시인이 글을 써 『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는 사진 에세이집을 엮기도 하였다. 어느 시인과 한 달간 러시아 불라디보스톡으로 건너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횡단하였다 러시아 횡단역 도시에서 한국의 마을 사진전을 열기도 하였다. 러시아 기행 풍물을 담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달린다』는 기행사진문집을 펴내기도 하였다. 한 달간은 미국으로 달려가 도시를 순회하며 한국의 농촌마을 사진전을 열기도 하였다.
절망하고 좌절했던 날들이 얼만큼이었을까
또 얼마나 많은 날이 위태위태했을까
아내는 또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을까
그럼에도 반생을 사진가로 열정을 불사르며
펴낸 사진집이 10여 권
전시회가 30여회
방송 출연이 50여회
마을 사진이 80만여 컷
나는 사진 기록으로
사라져가는 마을의 일그러진 얼굴
아프다 호소하는 가련한 표정
반세기 후쯤이면 아예 사라져갈 마을 속내에 담긴
진득한 아픔과 고독을 담으려고 애썼다
요즘에는 하늘에서도 마을을 담고 있다
하지만 마을의 아픔을 간신히 1할만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전히 마을 사진에만 투신하는 이유이다
하늘에서 본 장흥, 하늘에서 본 강진, 영암 사진집도 펴냈다
하늘에서 본 고흥, 보성도 사진집으로 엮어진다
남도의 모든 마을들도 죄 담아지리라
거칠었던 그 질곡의 시간과 절절한 애환을
빼꼭이 쟁여 담은 남도의 마을들이 죄 사진으로 기록되리라
이제 마지막으로 꾸는 꿈은
마을 사진 1백여 장을 상시 전시할 전시관을 마련하는 일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결코 포기할 수 꿈이다.
2019.10.
-시 ‘ 사진가 馬씨의 꿈’ 전문
위 시는 30여년 간 사진작가 마동욱 곁에서 지켜 본 그의 일(사진)과 삶에 대해 생각하며 쓴 마동욱의 ‘꿈’에 대한 시(詩)다. 필자가 젊은 날 서울에서 있었을 때, 마동욱은 당시 서울 신정동에서 ‘스타 사진방’을 운영하며 상업 사진업을 하고 있었고, 그 후 몇 년이 지나 고향 장흥에서 장흥댐 추진과 관련해서 수몰지역 주민들의 댐 건설 반대운동이 전개되고 있었을 때 같이 고향을 오르내리며 절친한 선후배로 알고 지냈다.
그 후 필자는 귀향하여 장흥에 정착하였고 필자 이전에 귀향한 마동욱도 아예 고향인 장흥을 거점으로 장흥댐 수몰 예정지역과 장흥의 마을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 일에 매달리게 된다. 그로부터 30여 년이다. 그 30여 년 동안 마동욱은 장흥댐 수몰마을 사진과 수몰되는 탐진강 사진부터 시작해서 장흥의 온 마을들을 사진으로 담는 ‘탐진강 사진작가’ ‘고향마을 사진작가’로서 입지하게 된다.
마동욱은 ‘다큐 사진가’이다. ‘다큐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담는다는 의미이다. 즉 연출이나 가공된 허구를 전혀 보태거나 하지 않고 실재의 현실, 있는 그대로를 사진으로 담는 사진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사진은 사물이나 어떤 대상체의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담는 예술이고 하여 사진을 ‘사물(대상체)의 정지 화면에 대한 순간적 재생’이라고 불리기도 하듯, 그는 자신의 다큐 사진에서 ‘예술성’을 고민한다. 즉 있는 그대로의 실상이되 그 내면, 속살의 추구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가 한 장면의 사진에서도 정면 시각뿐만 아니라. 사방팔방의 시각이며 다양한 각도며 다양한 명암까지도 고민하며 수십 장을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이유이다. 그의 마을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마을을 정면에서만 보면 단조롭다. 하여 마을을 위에서 보려고 트럭 위에 고가 사다리를 세우거나, 마을 인근의 산 위로 올라가 마을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도 마을을 보다 입체적으로 담는데 한계를 절감하던 중 드디어 드론이 나왔고, 이후부터 드론을 이용하여 마을 골목이며 마을 구석구석이며 이른바 마을의 속살까지도 보다 입체적으로 담을 수 있어 마을 사진을 드론으로 담게 되었고 이런 작업 끝에 『하늘에서 본 장흥』, 『하늘에서 본 영암』, 『하늘에서 본 강진』 등의 마을 사진집을 펴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마동욱이 드론을 담은 마을사진에서 우리는, 그 마을의 입지며 주변부의 논밭이며 개천이며 언덕이며 여러 다양한 형태를 비롯하여 마을 안 곳곳의 골목들, 나무와 텃밭과 쉼터와 공동우물과 마을회관과 정자나무와 참외밭 등 마을 전체의 양태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이른바 마을의 속살까지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여 마동욱의 마을 사진 한 장에서 우리는 어릴 적 추억이 스멀거리고 아련한 그리움이 용솟음치고 할머니의 수런수런거리던 목소리도 떠 올릴 수 있게 된다. 마을의 아픈 내력도 이런저런 역사까지도 고스란히 우리의 눈앞에서 어른어른 거리는 것이다. 이것이 마동욱의 마을 사진의 힘이다. 다른 데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마동욱의 마을사진 존재의 의미다. 마동욱이 장흥, 영암, 강진에 이어 보성과 고흥 마을사진 작업에 이어 남도의 모든 마을사진작업을 추진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을. 산야를 배경으로 생겨나고 수천 년을 이어져왔던 시골의 마을들 …. 이것은 분명히 수천년을 시공을 초월해서 현재까지도 이어져 온 우리의 아픈 역사이다. 우리의 선조, 그 선조의 선조들이 이 땅에서 한생을 애환으로 부대끼며 살았던 절절한 역사이다. 지금 이 역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려고 한다. 그런데 그 역사를 마동욱이 사진으로 담아내고 사진집으로 엮어, 영원한 우리의 역사를 남기려고 하는 것이다.
보성군도 앞으로 최소 반세기쯤 지나면 보성읍이나 벌교읍 등 주요 읍면소재지나 그 부근의 몇몇 마을들을 제외하면 아마 절반쯤은 마을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마을이 사라진 후 마동욱의 『하늘에서 본 보성』 사진집은 아주 귀한 역사 · 문화적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 누구도 쉽게 덤벼들지 못하는 고향마을 사진들, 그러므로 더욱 마동욱의 고향마을 사진작업이, 마동욱의 『하늘에서 본 보성』 사진집이 귀한 가치를 지니는 이유이다.
- 김선욱 (시인, 장흥투데이 편집인)
산천마저 의구하지 않으니... - 마동욱 사진집 『하늘에서 본 보성』 서문여
사진가 마동욱의 『하늘에서 본 보성』은 전남 보성의 여러 마을들 모습을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묶은 사진집이다. 마동욱은 원래 촌에 사는 사람들을 찍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였다. 그 사진들을 보면 그 어떠한 테크닉이나 독특한 시선 혹은 그만의 작품성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그저 특정 장소에서 특정 시각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새삼스럽게 어떻게 읽을 것인지의 문제도 고민할 필요도 없고,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도 고민할 필요 없는 그냥 그대로의 평범한 사진이었다. 이는 그가 촌에 사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그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돌출되지도 않고, 수식하거나 뽐내지도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그 모습을 2015년도 봄부터 하늘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에서 본 장흥』과 『고향의 사계』를 출간하였다. 그 사진집이 나간 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그 책을 통해 고향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리워는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몸. 먹고 사는 것이 우선이라 마음만 보내는 내 고향일 뿐이다. 그 사람들의 아픈 가슴을 위로하고, 치유해주는 역할을 그의 사진이 하였다.
그리하여 해마다 옆의 군(郡)으로 옮겨 촬영을 했다. 그러한 여정이 올해에는 보성으로 왔다. 보성은 전남 동부와 서부의 통로가 되는 교통의 요지 벌교가 있어서 변화가 무쌍해서 그곳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은 가슴이 아리고 저릴 것이다. 변해 버린 고향의 풍경에서 변해 버린 사람들의 풍경으로 마음은 흘러간다.
사진이라는 게 이렇듯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도시 속 빌딩 숲 사이에서 사는 사람들의 흐릿한 잿빛 모습을 찍은 다큐멘터리 사진도 좋지만, 사진가 특유의 시선이 없이 전지자적 시점인 듯 한 드론 사진도 좋다. 그런데 이번 사진집에는 그 안에는 고추 말리는 아낙네들도 있고, 집 지키는 개도 있고, 버스정류장도 있고, 고인돌도 있고, 채소 다듬는 할머니들도 있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무미건조한 마을 풍경만 담지 말고 정겨운 사람들 모습도 담는 게 더 좋지 않겠냐는 주위 사람들의 요구가 필경 있었을 터다.
그것은 고향 마을이 원래 모습을 잃어가듯,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어쩔 수 없이 달라지고 변하고 사라지니 그 둘을 같이 기록에 남겨둬야 할 것이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꾼 포맷으로 보인다. 사진이란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그 내용은 물론이고 구성도 달라져야 한다. 사진가 마동욱의 『하늘에서 본 보성』 사진집을 보면서 사람들이 시조 하나를 읊조렸으면 좋겠다. 경쟁과 돈과 승리에 찌든 삶에서 조금 벗어나 학교 다닐 때 외우고 다녔던 그 시절로 돌아가,
오백 년 도읍지(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 이광수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 교수)
마동욱과 드론 그리고 보성
Ⅰ
마동욱 작가는 마을사진을 찍어온 지 벌써 수십 년이 되었다. 그간 수몰지역 등 눈앞에서 곧 사라져버릴 모습들을 비롯하여 온갖 마을의 진풍경을 사진에 담아왔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돈을 줘서도 아니었다. 다만 내 고향이었고 이웃이었으니 사진 기록자로서 당연한 일로 여겨왔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하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회의도 품게 되었으리라. 또 더 급박한 생계의 현실은 어쩌란 말인가? 분명 말 못 할 역경과 좌절도 많았으리라. 사진이라는 자체가 돈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카메라를 비롯하여 사진인화, 출판비용, 또 전시비용은 더 큰 부담이다.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가 다 쉽지 않았을 터인데 수십 년을 용케도 버티어왔다.
그래도 서울에서는 사진 인구도 많고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다.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강의를 하거나 기업체의 용역을 받아서 사진 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수도권에 몰려있다. 서울에서도 근근이 버티어가는 작가들이 서로 어려운 현실을 아는 지라 전시 뒤풀이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십시일반 보태고 거두어서 계산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방에 사는 작가들은 이도 저도 아니니 어쩌란 말인가?
서울 전시장에서 십여 년 째 보아온 마동욱 작가는 언제나 당당했다. 우선 하는 일이 보람 있는 작업이고 마을로부터 인정을 받으니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또 드론 사진을 일찍 시작한 탓에 전시회나 사진집출간 등 그간의 실적으로만 보아도 한국의 드론 사진 일인자이다. 이제는 서울에서도 모르는 작가들이 없다. 하지만 늘 뒤풀이 중간에 용산역으로 KTX열차를 타러 서둘러 떠나는 뒷모습은 아쉬움도 많았다. 필시 다음 날 마을에서 찍어야 할 일이 있거나 밀린 일을 남겨둔 사정을 아는 지라 잡을 수는 없었지만 건강을 기원하며 헤어지곤 했다.
Ⅱ
마동욱 작가는 진짜 건강해야 할 사람이다. 장흥, 영암, 강진, 보성 등등 남도 의 일대를 사진으로 기록하겠다는 원대한 꿈과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어온 작업을 보면 대표적인 마을을 중심으로 모양만 갖추는 게 아니라 里까지 마을 전체를 찍으니 얼마나 중노동인가? 또 한 계절에 몰아서 찍지 않고 좋은 계절을 찾아 사계절을 찍은 후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적당한 장면을 골라서 편집을 하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디지털 사진이라고 해서 찍으면 바로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컴퓨터에서 후 작업을 해야 비로소 한 장의 이미지로 탄생 한다. 직접 찍은 작가만이 아는 장면들이 많으니 순서를 잡거나 중요도를 정하여 지면에 앉히는 편집도 직접 해야 할 몫이다.
그리고 이번 보성 작업에는 드론 사진만 있지 않고 눈높이로 근거리에서 찍은 사진들도 상당한 양이 들어가 있다. 하늘에서 찍으면 사람이라 해봐야 점만 하겠지만 우리 이웃 아짐, 할매, 할배들의 정겨운 모습들이 담기니 책이 훨씬 따뜻하다. 또 거기에 정자나 특정한 장소까지 넣었다. 보는 이한테는 보너스 같은 존재여서 많이 풍성해진 셈이다. 거기에 상세한 해설과 글이 보태어지니 사진집을 넘어 마을을 기록한 역사서가 되었다. 대동여지도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이 작업이 바로 현대판 대동여지도가 아니겠는가?
흔히 하는 말로 ‘보성 가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 ‘여수 가서 돈 자랑하지 말라’, ‘순천 가서 인물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 이어 ‘장흥 가서 글 자랑하지 말라’는 금기어가 있다는데 글 청탁을 받았다. 걱정이 앞섰지만 인간 마동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마형! 늘 건강하시오! 알제?”
- 엄상빈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