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세케레스는 『한나 몬타나』 안에 존재하는 역설을 지적한다. 그 이야기가 암시하는 바는 성공하기 위해서 거짓된 삶을 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마일리(즉, 한나)에 대해서 칭찬할 만한 점은 양가적인 가치 체계의 세계에서 성장하며 어린 소녀가 느끼는 상충된 감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그녀는 ‘평범한’ 소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모를 중시하는 세상에 내던져진다. 그러므로 그녀는 이 둘 사이를 헤쳐 나가야 한다.
---「제1장 소녀 되기」중에서
데이트를 주로 다룬 로맨틱 코미디 영화 대부분이 자기계발 장르에 긍정적이라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기]의 여자 주인공 자신이 [컴포저 매거진Composure Magazine]의 방법론 담당으로서 자기계발서 작가이듯이 로버트 루케틱Robert Luketic의 2009년 작인 「어글리 트루스」의 주인공인 애비(캐서린 헤이글Katherine Heigl)는 영화 초반부터 자기계발서의 열혈 독자로 그려진다. 다른 영화들처럼 「어글리 트루스」도 제목이 보여주듯이 성공적인 남녀 교제를 위해 배워야 할 ‘진실’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 ‘진실’의 끝에는 각 젠더에게는 타고난 내적 특성이 있다는 가설이 남는다. 이러한 전반적인 메시지는 이 영화의 홍보용 포스터만 봐도 분명해진다.
---「제3장 젠더화된 자기계발 영화」중에서
500년 정도 지난 요즘의 결혼 조언서에는 벼룩 없애는 법 같은 내용은 없지만 예상과는 달리 로라 슐레징어가 쓴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결혼 제대로 관리하기The Proper Care and Feeding of Marriage』(그녀의 또 다른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인 『남편 제대로 관리하기The Proper Care and Feeding of Husbands』의 속편)는 과거의 책들과 매우 유사하다. 책 제목에 여성성을 언급할 때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돌보기care’와 ‘먹이기feeding’라는 단어를 넣은 것만 보더라도 슐레징어는 결혼을 여성 중심의 일로 여기는 듯하다.
---「제5장 사랑, 미국 스타일」중에서
임신을 공포와 연결 짓는 일은 드물지 않을뿐더러 새롭지도 않다. 임신 기간 동안 비명을 지르고, 고함을 치고, 약을 달라고 요구하고, 배우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는 모습으로 임산부를 묘사하는 수많은 문화 텍스트를 예로 들어보자. 「소녀처럼 출산하기Giving Birth Like a Girl」란 제목의 논문에서 카린 마틴Karin A. Martin은 「ER」, 「시카고 호프Chicago Hope」, 「프렌즈Friends」, 「머피 브라운Murphy Brown」, 그리고 「결혼 이야기Mad About You」 같은 프로그램에서 실제 제시되고 있는 예를 여러 개(코믹한 것과 심각한 것 가리지 않고) 열거했다.
---「제6장 아홉 달 동안의 공포와 평생 동안의 편집증」중에서
쿠거와 퓨마라는 용어는 자녀가 있든 없든, 미혼이든 기혼이든 상관없이 모든 여성에게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히 어머니를 성적애화 하는 또 다른 용어가 있다. ‘내가 섹스하고 싶은 엄마mom I’d like to fuck’를 의미하는 약어 밀프MILF는 몇 가지 이유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으로 ‘밀프’는 선함과 순결의 상징으로서 어머니를 종종 성적 매력이 없는 대신에 성스러운 권한을 가진 인물로 여기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제까지는 여성이 어머니가 되면, 그녀의 몸은 성적 관심사에서 종종 멀어지고, 태아를 보관하는 장소로서 또는 영아의 영양 공급지로서 존중받는다. 어머니와 섹슈얼리티와 병치시키는 이 용어는 이런 사고 유형을 수정해 어머니를 성의 구별이 없는 무성으로 묘사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게끔 한다.
---「제9장 세상에! 퓨마, 쿠거, 밀프」중에서
‘소셜 미디어가 페미니스트 운동을 민주화했다. 트위터 계정이 있고 가부장제와 싸울 욕망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믿는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우리는 행진을 하고, 의회에 편지를 보내고, 손으로 쓴 청원서에 서명을 받는 등 과거 여성들의 방식을 이용해 미디어와 싸울 수 있다.
우리가 생애주기마다 부딪치는 이런 모순된 메시지를 해독하고 저항한다면, 즉 왜곡된 이미지가 우리 앞에 나타날 때마다 유령의 집 거울을 내려친다면, 결국에는 변화를 만들게 될 것이다. 조금씩 내리치다 보면 거울이 깨질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마도 우리가 쌓여 있는 거울 조각을 뛰어 넘어 영원히 유령의 집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유령의 집에서 빠져나오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