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대학교의 키스 시아니 교수는 23명의 대학생에게 퀴즈 15문제를 풀게 했다. 절반 그룹의 시험지 오른쪽 위편에는 ‘문제은행 ID: A’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등록번호가 ‘A’라는 뜻으로, 학생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었다. 반면 나머지 절반 그룹의 시험지 오른쪽 위편에는 ‘문제은행 ID: F’라고 적혀 있었다. 이 또한 등록번호가 ‘F’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 장치는 시아니 교수가 학생들에게 건 암시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A’는 가장 좋은 성적을, ‘F’는 가장 나쁜 성적을 의미한다. 시아니 교수는 설령 ‘A’와 ‘F’가 아무 의미 없는 등록번호라 할지라도 학생들에게 성적을 나타내는 ‘A’와 ‘F’라는 무의식적인 암시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가설을 그대로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시험지에 ‘A’라고 적힌 그룹은 15문제 중 평균 11.08개를 푼 반면, ‘F’라고 적힌 그룹은 9.42개밖에 풀지 못한 것이다. 물론 ‘A’ 그룹에만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시험지에 적힌 ‘A’라는 글자를 보기만 했을 뿐인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본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
--- p.30~32, 「1장 능력 있는 사람은 생각하는 힘, 암시를 사용한다」 중에서
자신에게 암시를 걸 때는 머릿속으로 자기가 잘하고 있는 모습만 그리도록 하자. 다시 말해 긍정적인 생각만 한다. 전 복싱 헤비급 챔피언인 마이크 타이슨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자 중 한 사람이 “복싱을 시작한 후로 한 번이라도 녹다운된 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물론 아무리 무적의 마이크 타이슨이라도 녹다운된 적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트레이너 케빈 루니는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바로 “있을 리가 없죠. 앞으로도 없을 거고요. 타이슨은 절대 쓰러지지 않고, 절대 지지도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나중에 루니는 “타이슨에게 옛날 일을 떠올려서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자신이 녹다운된 모습을 또렷하게 떠올린다면 ‘부정적인 암시’로 작용할 게 뻔하다. 따라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고 있는데도 잘 안 되는 모습만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도 있으리라. 이럴 때는 그 즉시 ‘생각을 멈춘다.’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피해를 조절(damage control)하는 것이다.
--- p.80~81, 「2장 긍정적인 암시는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시킨다」 중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즉, 지위나 직함이 높아지면 그에 따라 자기개념(自己槪念,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개념적인 자기 인지의 총체)도 바뀐다는 말이다. 평소 리더십이 없던 사람도 관리직에 올라 그런 능력이 요구되면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을 드물지 않게 목격한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명함의 직함부터 바꿔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영업부 대리 ○○○’과 같은 흔하디흔한 직함이 아니라 ‘넘버원 세일즈맨 ○○○’ 식으로 직함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잘나가는 영업사원’이라는 자기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존 더레이 교수는 직함을 바꾸면 이미지도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라벨링(labeling) 효과’라고 했다. 어떤 직함이냐에 따라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바뀐다는 뜻이다.
--- p.116~117, 「3장 암시를 이용해 업무 성과를 높이는 비결」 중에서
인간은 일반적으로 ‘권위’에는 큰소리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방에게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정상적인 사고능력이 사라져버리는 듯 맹목적으로 상대방이 하는 말을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의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정말 맞을까?’라고 의심하지 않고 그저 “네, 네” 하고 받아들이지 않는가? 이는 의사가 ‘권위자’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곤란한 문제가 생겨 변호사에게 상담하러 갔다고 치자. 이때 변호사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을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변호사 또한 ‘권위자’기 때문이다. 들어본 적 없는 잡지에 ‘달에 생물이 있다’, ‘깊은 바다 속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등과 같이 황당무계한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고 치자. 대부분은 거짓이라고 여겨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똑같은 기사가 일류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된다면 어떨까? ‘어쩌면 달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에게 암시를 걸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권위에 의지하는 것이다. 권위를 내세우면 상대방은 그 순간 사고정지 상태가 되어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 p.166~167, 「4장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조종하는 기본적인 기술」 중에서
눈앞에 있는 사람의 몸짓이나 행동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생글생글 웃고 있으면 나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흘러나온다. 상대방이 양손을 테이블 위에 얹어놓고 있으면 나도 무릎 위가 아닌 테이블 위에 손을 얹어놓게 된다. 상대방이 머리카락을 만지면 나도 머리카락이 만지고 싶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싱크로니(synchrony, 공시성[동시성])’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암시를 걸 때도 이 싱크로니 현상을 이용하여 최대한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이야기하면 좋다. 자신이 먼저 머리를 끄덕이며 이야기하면 상대방도 이에 이끌리듯 머리를 끄덕이기 시작한다.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이는 것은 ‘받아들인다’, ‘찬성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정말 신기하게도 몇 번이고 머리를 끄덕이다 보면 상대방의 의견이나 제안, 요구를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이러한 행동만으로도 암시에 걸리기 때문이다. 일단 받아들일 자세가 되면 상대방이 어떤 제안을 하든 거부하는 일 없이 “좋아요” 하며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 p.192~193, 「5장 마음을 휘어잡는 암시 커뮤니케이션 실천 기술」 중에서
캔자스대학교의 찰스 슈나이더 교수는 대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불안을 측정하는 테스트를 실시하여 상위 20%와 하위 20%의 120명을 선별해냈다. 전자는 불안감이 높은 그룹, 후자는 불안감이 낮은 그룹이다. 그 후 심리 테스트를 실시하여 엉터리 진단 결과를 보여주고,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지를 9점 만점으로 측정했다. 그러자 불안감이 높은 그룹은 6.22, 불안감이 낮은 그룹은 5.15라는 결과가 나왔다. 즉, 불안감이 높은 그룹일수록 엉터리 내용도 쉽게 받아들였다. 쉽게 불안해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속기도 쉽다고 하니 조심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나는 불안증이 없으니까 괜찮아’라고 안심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시 조심해야 한다. 성격적으로 불안감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도 기분 변화에 따라 불안감이 밀려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요한 상담이나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보통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래저래 걱정하기 마련이다. 또는 시간적인 영향도 있다. 밤이 되어 밖이 어둑어둑해지면 누구나 불안감을 느낀다. 이처럼 인간에게는 많든 적든 불안해질 때가 있어 ‘나는 괜찮아’라고 단언할 수 없다.
--- p.241~242, 「부록_암시를 성공시키는 비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