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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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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에세이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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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262g | 128*170*17mm
ISBN13 9791189249281
ISBN10 1189249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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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과 아메리카노의 차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보통 롱블랙은 아메리카노보다 진하다. 하나의 샷을 기준으로 아메리카노에 들어가는 물보다 롱블랙에 들어가는 물이 더 적기 때문. 하지만 이 설명에도 의문은 있다. 롱블랙이 너무 진하다 싶어 물을 더 타게 되면 ‘짠’ 하며 그때부터 아메리카노로 변하는 것일까? 커피의 농도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크게 좌우되는 부분이 아니었던가.
역시 세상에는 명확히 알 수 없는 일투성이다. 차라리 두 단어의 관계를 ‘지역 방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더 속 편할 수도 있겠다.
--- p.67

크림 빠진 크림티는 소스 없는 돈가스, 식초 없는 냉면에 비유되고는 하지만 본래 홈카페란 그런 것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대체품을 사용하거나 그마저도 없으면 그저 없는 대로 꾸린다. 그렇게 상을 차린다고 해서 감자가 이게 뭐냐며 이의를 제기할 것도 아니고 이 짓도 못해먹겠다고 스콘을 집어던질 것도 아니니 아무 상관없다. 내 입에 충분히 맛있고 이 시간이 행복하면 됐지, 대충 사는 게 뭐 어때서!
--- p.83

이 모든 관문을 무사히 통과해 오븐까지 갔다고 해도 굽다가 깨지거나 들러붙거나… 정말이지 너무 예민해서 “이렇게 정신력을 소모하느니 그냥 몇천 원 주고 사먹는 게 낫겠다” 소리가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보통의 세상일은 한 가지가 잘못되어도 만회할 만한 다른 수가 생기거나 혹은 아예 다른 길이 생기는 등 약간의 여지라는 게 주어지지만 마카롱은 그렇게 양해해주는 법이 없다. 그냥 안 된다. 만약 마카롱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응, 안 돼, 돌아가, 이렇게 세 마디만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를 일. 너무 단호해서 야속할 지경.
--- p.120

아포가또에 ‘끼얹다’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왜 굳이 ‘빠지다’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빠지다’ 쪽이 훨씬 정감 있게 다가온다. ‘끼얹다’의 활용이 한정적인 데 반해 ‘빠지다’라는 말은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니까.
우리는 곤경에 빠지는 일이 연속되는 매일을 살며 너덜너덜해진 몸뚱이를 간신히 누이면 기절하듯 잠에 빠진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무언가의 매력에 빠져 한숨을 돌리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정신 빠진 인생을 산다. 삶이 우리에게 한결같은 고난을 줄지라도 우리들 대부분은 순해 빠진 인간이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또 한 번 삶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이쯤 되면 커피에 아이스크림이 빠졌든 아이스크림 위에 커피를 끼얹었든은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런 일은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 p.136

누군가는 아무 때나 실컷 연어 초밥을 먹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고 했다. 짜증나는 일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연어로 배를 채우고 나면 모두 잊게 된다고. 나에게는 슈크림이 그런 존재이건만 마음만 그러할 뿐 한 번도 왕창 먹어본 적이 없다. ‘살 좀 찌면 어때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걸 빼는 과정은 너무 괴롭기 때문에 애당초 먹는 일을 포기하는 편이 더 쉽다.
아무튼 살찔 걱정에 슈크림을 양껏 먹을 수 없다는 건 몹시 아쉬운 일이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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