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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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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30g | 150*180*20mm
ISBN13 9791189688295
ISBN10 118968829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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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고 게으른 농부는 따뜻한 봄날 호박 모종을 심는다.
게으르지만 열심히 풀을 뽑고 물을 준다.

“절대로 비닐 멀칭, 화학비료는 주지 않을거야.”
“땅도 숨을 쉬어야지.”

하루 또 하루 지나고 호박밭은 풀이 무성하다.
다른 일이 있어 한 번 놓쳤을 뿐인데…
무성한 풀을 보며 올해도 또 풀이 이겼구나.

강아지풀, 바랭이가 사이좋게 지내는 호박밭에
장화를 신고 들어간다.
아! 호박이 숨어있네!
호박 보물을 찾아 풀밭을 누빈다.

풀이 주인인 밭에 당당한 호박을 그린다.
아침을 맞이하는 나팔꽃을 만나고
빨간 동백꽃을 만나고
봄이면 부드러운 새순 나물로 오는 내 키보다 큰 자리공과
바다를 만나는 호박.
풀밭에서 씩씩하게 자란 고마운 호박.

고마운 하늘
고마운 땅
고마운 바다
고마운 사람
고마운 호박
---「작가노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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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500년 전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rer)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뉘른베르크(Nuremberg) 대가의 겸손한 고백 뒤에 평생에 걸친 인체 비례의 연구와 아름다움의 궁극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안혜경은 단색조의 풍경화 연작을 그렸다. 색채와 형태, 빛과 구성의 처리가 모두 단순한 그림들이다. 자연의 일곱 가지 무지개 빛과 세상의 모든 형태는 화가의 팔레트를 거치면서 겸손해진다.

우리의 눈빛은 그림을 구획하는 정사각형의 창문을 지나면서 이성의 밝은 세례를 받는다.
화가의 붓은 수학자의 엄격함과 철학자의 사유를 함께 구사하면서 모든 색채의 영원한 근원인 빛과 어두움의 비밀스러운 요람으로 우리들을 초대한다. 이곳의 풍경에는 물과 바람, 흙과 불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빛과 어둠, 선과 악의 가치도 행복하게 어울린다. 산은 물에게 제 그림자를 강요하지 않고, 물은 산에게 흐름을 뽐내지 않는다. 안혜경의 풍경은 조화로운 떨림으로 가득하다. 물의 시간과 산의 공간이 손을 마주 잡고 춤을 춘다. 이것은 빛나는 겸손이다. 그리고 눈부신 침묵이다. 안혜경의 풍경은 오랜 성찰의 숫돌에 갈아낸 내면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 노성두 (서양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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