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품』 속에서 함께 꿈을 꿉니다. 작가로 살아가면서도 글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쉽게 써질 때도 있고, 머리를 싸맬 때도 있지만 언제나 늘 조심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글이란 건 말과 달라서 오래도록 세상에 남아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작가들의 분신과도 같은 글을 접하면 어느 누구의 글 할 것 없이 하나하나가 그토록 소중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은 이 작가와 함께 또 얼마나 많은 밤을 함께 했는지, 얼마만큼 짙은 외로움 속을 함께 걸었는지 말 하지 않아도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작가가 더욱 사랑스럽고, 위대해지는 이유, 정말이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다른 작가들과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 작가를 만나게 되면 더 큰 설렘과 흥분에 가슴이 떨립니다. 이는 마치 튼실한 열매를 수확하는 농부가 그중에서도 더 눈에 띌 정도로 빛나는 열매를 품에 안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매사가 마찬가지지만 그 기분은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잘 모를 겁니다.
제게 있어 홍찬선 시인은 바로 그런 작가입니다. 직접 연이 닿기 전에는 매일 매일 한 편의 시를 올리는 그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분이실까? 어떻게 하면 하루에 한 편씩 빠지지 않고 시를 쓰실 수 있을까? 작품성을 평가하기에 앞서 이미 꾸준함과 성실성으로 제게 최고의 작가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다가 직접 인연이 되었습니다. 시인은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을 군에 보내면서 매일 매일 빠지지 않고 시 한 편을 올리겠다고 약속하셨다는 것입니다. 아들의 군 생활을 응원하고, 아들과 같이 나라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신다는 그 말씀이 37년 째 군복을 입고 있는 현역 군인인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감동과 함께 시에 대한 해설을 부탁받았습니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영롱한 작품들을 손에 쥐었습니다. 먼저 방대한 작품의 수에 놀라고, 천지만물과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시인의 탁월한 식견과 통찰력에 놀랐습니다. 한 편 한 편 넘길 때마다 커다란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엄청난 입체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달리 무슨 해설이 필요하겠습니까? 어떤 말로 시인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음미만 하면, 그냥 받아들이기만 할 일이라는 생각에 시인께 말씀드렸습니다. 달리 해설이 필요 없다고, 그래서 해설을 쓰기 보다는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무엇보다 감동을 받은 것은 『품』 안에 깃들어 있는, 작품 곳곳에 절절히 스며있는 시인의 마음입니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말이 있듯이 작가도 글로 말을 하는 것이지요. 글이 아니고서는 달리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이겠지요.
시인은 참으로 많은 것을 전해주고, 던져줍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사람을 향하는 마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인간이 품어야 할 생각들 입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행해야 할 모습들이 때로는 아주 섬세하게, 또 때로는 휘몰아치는 광풍처럼 쉴 새 없이 건네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세상엔 많은 시들이, 많은 글들이 새로 태어나 전해집니다. 시를 음미하면서 가슴이 벅차다는 느낌을 받기가 쉽지는 않은 일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시인을 만나는 일은 참으로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인이 전하는 그 엄청난 시어들 속에는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전편에 절절이 흐르는 나라사랑, 사람사랑의 마음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픈 과거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잊힌 사람들의 모습을 들추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것이 어떤 길이었는지 몰랐던 사람은 알게 되고, 알았던 사람은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정말이지 뜨거운 사랑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시인의 시를 음미하는 일은 한 편의 장대한 서사를 접하는 일이요, 쉼 없이 이어져 온 유구한 역사를 만나는 일입니다. 매일 매일 아들과 함께 군 복무를 한다는 마음으로 담은 시어들 속에는 과연 어떨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인이 전하는 그 찬란한 시어들 속에는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다른 일을 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글을 쓴 것도, 시를 노래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많은 아들들에게, 이 세상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이 땅의 아들들에게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작가로서 시인 같은 분과 함께 글을 쓰면서 자연을 향하고, 세상을 품고, 사람을 보듬을 수 있음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그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음이 기쁘고 또 기쁩니다. 부디 바라기는 우리 독자님들의 마음속에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자리 잡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시인의 그 멋진 꿈을 응원합니다. 시인이 꿈꾸는 세상은 제가 꿈꾸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시인의 꿈이, 저의 꿈이, 그리고 수많은 독자님들의 꿈이 뜨거운 마음으로 모인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감사합니다.
- 김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