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상한 변화의 생애를 글로 소중히 담아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소개하기로 하였다. 이것이 진실한 자서전이 되도록 기도하는 중에 85세 된 이 늙은 사람이 이 글을 쓰게 되었으니 좀 늦은 감이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구약의 요셉을 말씀으로 단련시키시고 신약의 사도 바울을 말씀으로 붙잡으셨던 하나님이 주신 그 말씀이 박윤선 목사님을 통해서 나에게 임한 줄로 나는 확실히 믿고 기쁨으로 내 생애의 발자취를 회고하는 것이다. 나의 평생 삶의 발자취는 하나님의 은혜 날개 아래에서 깊은 사랑으로 살아온 발자취이다. --- p.84
나는 1931년 음력 4월 5일에 은율군 남부면 석천리에서 아버지 정재구 씨, 어머니 김석우 씨 사이에서 10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큰형 정서호, 둘째로 누나 정부전, 그리고 나의 바로 위에 누나 정순애, 이 네 사람만 생존하고 여섯 자녀는 일찍이 빛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런 환경 가운데서 하나님의 섭리가 이루어졌다. 어머니는 자녀들이 계속 여섯이 죽는 것을 보시고 예수님을 믿어야 되겠다고 교회에 자발적으로 찾아가셔서 비로소 신실한 교인이 되신 것이다. 아버지는 불신자로 예수님을 믿는 어머니를 몹시도 핍박하셨다. 그러니 나는 디모데와 같은 형편에서 어머니 따라 열심히 교회에 다녔다. --- p.88
목사님이 나의 머리를 손으로 치셨다. 그때부터 나의 마음이 순간에 변화가 온 것이다. “나는 목사다, 나는 훌륭한 목사다.” 이 말을 입버릇같이 외치며 기도하기에 힘썼고 성경 보기에 힘썼고 책을 보기에 힘썼고 심지어는 밤에 산에 가서 산기도, 정치보위부원의 눈을 피하여 교회 지하실에 숨어서 내 친구 김웅주와 함께 기도하기를 힘썼다.
이 목사님이 오셔서 외치는 시간 시간마다의 설교의 주제는 “회개하라”였다. 특별히 한국 교회 목사, 장로들이 회개하여야 한국 교회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제시대에 목사, 장로가 신사참배를 하는 우상숭배의 죄를 범하였기 때문이다. 이 부흥회 후 은율읍교회 교인들의 의견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이기선 목사님의 주장을 반대하는 편과 지지하는 편으로 갈라졌는데 신사참배를 한 목사, 장로들은 6개월 동안 강단에 서서 설교도 말고 대표기도도 말고 근신하라, 그리고 신사참배를 하지 않은 집사들이 예배를 6개월 동안 인도하라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때 청년들과 고급중학교 학생들은 이기선 목사님의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나도 이기선 목사님의 주장을 앞장 서서 지지하였다.--- p.102
내가 이렇게 날마다 찬송을 부르니(그때 아마 나는 성령이 충만했던 모양이다) 그들은 내 손을 뒤로 해서 쇠고랑을 채워 밥도 못 먹고 소변도 제대로 못 보게 했다. 그때 당시는 눈물이 나지도 않았는데 지금 생각
하니 감정이 복받치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며칠 후 나를 불러서 조서를 꾸미는데 그 담당자가 검사였다. 한참 조서 내용을 보더니 말했다.
“너 예수에 미쳤구나, 너 성경 로마서 13장 1절에 무슨 말씀이 있는 줄 아냐”
“모릅니다.”
아마 그 검사는 교회에 다니는 집사쯤 되었던 것 같다.
“거기에 이런 말씀이 있다.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이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리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리나니…. 이 말씀이 있어. 우리 김일성 장군도 하나님이 권세를 주셔서 이 북한 땅을 다스리는 거야, 예수 믿는 사람도 김일성 장군의 권세에 순종해야 예수 잘 믿는 거야, 너는 예수를 잘 못 믿는다.”
이렇게 큰 소리를 치면서 나를 훈계했다. 나는 그때 이 성경 말씀을 몰랐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권세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선한 권세가 있고, 공중의 사탄이 주는 악한 권세가 있습니다. 선한 권세를 받은 사람은 예수 믿는 사람을 보호하고 신앙을 장려합니다. 그러나 악한 권세를 받은 사람은 예수 믿는 사람을 핍박하고 예수를 못 믿게 하는 권세입니다. 만약에 김일성 장군님이 예수 믿는 나를 선하게 다스리지 아니 하면 마귀의 권세를 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야 새끼야! 너 죽었다.”
그는 취조를 하다가 도중에 나가버렸다. 밖에 있던 순경 둘이 나를 양쪽에서 붙잡았다.
“야, 미친 새끼야!”
그들은 나를 감방으로 끌고 갔다. 며칠 후 정원섭, 이 사람이 은율읍의 정치보위부원이었는데 해주로 옮겨왔다. 그는 나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나를 불러 시말서라고 쓴 종이를 내 주었다.
“여기 도장 찍어라 그리하면 너 나간다.”
자세히 보니까 이러했다.
첫째, 나가면 민청에 가입한다.
둘째, 공산당의 명령을 순종한다.
셋째, 교회에 안 나간다.
넷째, 예수를 안 믿는다.
나는 대답했다.
“첫째, 둘째, 셋째는 도장 찍을 수 있으나 넷째, 예수를 믿지 않고는 살지 못합니다. 그런고로 도장 찍을 수 없습니다.”
--- p.1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