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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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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인간이 버리고, 줍고, 묻어온 것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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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62g | 153*224*30mm
ISBN13 9788998439088
ISBN10 8998439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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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카트린 드 실기 Catherine de Silguy
농학 전문가 카트린 드 실기는 프랑스의 여러 농업 전문기관과 ‘환경과 에너지 관리원 ADEME’에서 연구했다. 농학 기사인 저자는 환경보호에 관련된 영역, 특히 유기농, 바이오매스 에너지(생물 에너지), 공공쓰레기처리 분야의 전문가이다. 지은 책으로 《유기농업》(1991)과 《자연의 지혜와 인간의 광기》(2005) 등이 있다.

역자 : 이은진
이화여대, 서울대, 파리3대학에서 프랑스문학을, 파리7대학에서 예술경영학을 전공했다. 환경재단 그린페스티벌에서 6년간 영화 제작, 영화제, 전시, 공연 등을 총괄했다. 2012 여수엑스포 유엔관 공동관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문화와 기업사회공헌 컨설팅사 플랫폼C 대표이다. 옮긴 책으로 《일상 예찬》, 《다시 읽는 드레퓌스 사건》, 《나는 세계의 배꼽이다!》, 《유럽문화사》(공역) 등이 있다.
역자 : 조은미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및 같은 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통역과 번역을 하면서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세상의 아이야, 너희가 희망이야》, 《도구와 기계 250 백과》, 《청소년을 위한 경제학 교실》, 《프랑스 문헌학자 모리스 쿠랑이 본 한국의 역사와 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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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도시 사람들은 “물 조심!”, “머리 조심하세요!” 하고 외친 후 대문과 창문을 통해 쓰레기와 배설물을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그렇게 소리쳐 경고한다고 해서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이 불행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당시 길 가던 사람들이 오물벼락을 맞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밤 산책에 나섰던 루이 11세는 어느 대학생이 던진 요강 물을 머리에 맞았지만, 죄인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밤늦게까지 공부하던 학생을 격려하고자 금일봉을 내렸다고 한다.(31~32쪽)

19세기 북미 도시에서는 구대륙의 전통을 고집하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돼지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양돈은 싼값에 고기와 뼈를 장만하여 내다 팔 수 있는 좋은 ‘사업’이었다. 번식력이 대단히 강한 암퇘지는 1년에 두 번에 걸쳐 약 열 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새끼 돼지는 몇 달만 지나면 몸무게가 100여 킬로그램에 달했다. 속담에도 있듯이 “돼지는 어디 하나 버릴 데 없이 다 좋았다!”(67쪽)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 시기에는 만성적인 퇴비부족으로 농부들은 읍내나 도시에서 뱉어낸 배설물을 재활용했다. 그들은 경험으로 아는 모든 것을 거둬들였다.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모든 물질, 즉 재, 혈액, 뼛가루, 가죽공장 폐기물 또는 톱밥이나 양모조각, 굴 껍데기, ‘애니멀 블랙’으로 불리던 골탄 등을 수거했다. 그중에서도 농부들이 특히 좋아한 것은 화장실에서 퍼낸 사람의 똥오줌, 고인 물, 생활쓰레기, 말똥, 돼지똥, 가금류의 똥이 뒤섞인 거리의 진흙이었다.(73쪽)

작가 비르메트르Virmaitre는 1840년 《사라져가는 파리Paris qui s’efface》에서 여러 등장인물에게 넝마주이를 떠올리게 하는 별명을 붙였다. “운 나쁜 놈” 장 페르탱, “벼룩 천지” 쥘 마르탱, “달타냥” 피에르 비두아, “술로 뒈질 놈” 쥘리앙 뒤보르, “발싸개” 아갈레 퀴트뢰 등등…….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메달을 물려받은 사람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거나 거의 닮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이를테면 젊고 건장한 청년이 노인의 별명인 “산송장”으로 불린다든지 빼빼 마른 사람이 “비곗덩어리”로 불리는 웃지 못할 일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그러나 넝마주이들이 의기투합한 공모작전 앞에서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117~118)

실제로 쓰레기는 ‘환경 마피아’들에게 돈벌이가 좋은 사업이어서 이들은 싼값에 공터를 사들여 공모자들과 함께 쓰레기처리장을 지었다. 쓰레기 한가운데에는 이탈리아 반도 전체와 다른 유럽 국가에서 들여온 독성 산업폐기물이 묻혀 있다. 마피아가 운영하는 기업들과 부패한 행정관료들, 부정행위가 개입한 경쟁입찰은 합법적인 쓰레기관리 체인을 무너뜨린다.(157~158쪽)

1893년 파리 근처 자벨Javel이라는 지역에 프랑스 최초의 소각장이 세워지면서 쓰레기소각을 두고 기나긴 찬반논쟁이 시작되었다. 위생학자들은 불의 정화기능을 역설했고, 농학자들은 토양에는 천상의 만나manna나 다름없는 귀한 유기물의 보고를 태워 없애는 것에 격분했다. 전반전의 승리는 농학자들에게 돌아갔다. 농업에서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소각처리를 금지한 것이다. 1896년 최초의 쓰레기분쇄 작업장이 파리 북쪽 생투앙에 생긴 후 이시레물리노, 로맹빌, 이브리에도 하나씩 세워졌다. 그러나 농학자들의 승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역 당국이 1906년 생활쓰레기의 소각을 다시 허용하였던 것이다.(177~178쪽)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 지침의 이면에는 커다란 경제적 이해관계가 숨어 있었다. 원대한 재활용 목표 뒤에, 어떤 나라는 통상과 자유로운 경쟁을 막으려는 의도를 숨긴 채 의심스러운 정책을 펴기도 했다. 덴마크는 자국에서 재활용할 수 없는 용기포장재의 수입을 금지하려 했고, 독일 술집들이 보증금제도를 시행하는 포장용기를 선호한 탓에 외국 양조업자들은 빈 병을 수거하여 자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불이익을 겪었다.(255쪽)

우리 조상은 물건을 아껴 썼다. 소유한 물건을 잘 관리하고 고장이 나면 고치고 붙여서 되도록 오래 썼으며, 자손에게도 장난감을 잘 간수하도록 가르쳤다. 또 물건이 귀하고 구하기 어려운 만큼 소중하게 다뤘다. 요새는 가구나 세탁기, 시계나 구두를 고쳐서 다시 쓰는 일이 흔하지 않다. 이제는 물놀이 튜브나 자전거 바퀴에 구멍이 나면 접착고무로 메워 다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버린다. 물건이 비싸지 않고 쉽게 살 수 있으므로 수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276~277쪽)

창작의 재료로서 쓰레기가 지닌 매력은, 훼손과 더러움에 관한 강박관념, 편집증을 닮은 제거행위, 그리고 인간성 말살로 이어지는 처절한 소독제일주의에 대한 반발심에서 나온다. 쓰레기를 예술로 승화함으로써 늘 새것만을 좇으며 낡은 것은 쉽게 버리는 이 사회를 비판하는 것이다. 안토니 타피에스Antoni Tapies는 “더럽고 망가진 물건은 때로 부르주아들의 위생적인 상품보다 훨씬 더 고결해 보인다.”라고 설명한다.(333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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