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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생 날씨, 차차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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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B 산문 시리즈 '쓰는 존재'-02이동
이의진 | 행성B | 2020년 04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4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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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288g | 130*188*16mm
ISBN13 9791164710966
ISBN10 1164710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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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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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하루 세 끼 식사에 집착한다. 국과 찌개, 서너 가지의 반찬이 예쁜 식기에 정갈하게 담겨 있는 아침 식탁을 이십 년째 고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일 밤 12시 가까이까지 재료를 다듬고 새벽 5시가 좀 넘으면 일어나서 밥을 짓는다. 피곤하고 지칠 때도 있지만 아직까진 괜찮다.
--- p.19

나의 사교육 도전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받고 싶었지만 한번도 받아 보지 못한 채로.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나만큼이나 아버지 역시 간절히 내 바람을 들어 주고 싶었으리라는 걸. 내 요청을 거절할 때마다 아버지 마음이 얼마나 쓰라렸을지. 철없던 딸은 몰랐다. 열 명의 대가족 생계를 온전히 혼자 짊어지고 묵묵히 걸어가고 계시던 아버지의 쓰라린 등을.
--- p.29

이 말을 듣는 순간 어머님의 삶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부모가 제대로 신경 써 주지 못했는데도 공부 잘해 사교육 한번 없이 남들은 수천만 원씩 쏟아부어야 들어가는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생각이 반듯하고, 그 주관으로 세상을 살아갈 줄 아는 한 명의 인간을 길러 냈다는 데에 감동했다. 엄청난 부를 이루거나 명예나 지위를 얻는 것 따위는 명함을 내밀 수 없는 성공인 것이다.
--- p.50

당연히 그가 내 말에 정신을 차리고 재빠르게 뭐라도 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뜻밖의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놔둬. 사랑싸움이야. 그리고 뭐, 여자가 맞을 짓을 좀 했겠지. 남인 우리가 끼어들 필요 없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 p.71

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매일 저녁 라면 가락을 말아 올리며 앞으로 어른이 되면, 돈을 벌게 되면, 죽어도 라면 따위로 주린 배를 채우지는 않을 거라고, 예쁘게 차려진 식탁에 앉아 아름다운 식기에 담긴 음식을 조금씩 덜어 가며 천천히 우아하게 식사할 거라고, 결코 버림받은 개처럼 굶주림에 허겁지겁 먹지는 않을 거라고 다짐하며 울음을 참던 스무 살 나의 마음을.
--- p.78

대여섯 번 가서 어느 정도 얼굴을 익히게 된 어느 날이었다. 치료받은 후 주차된 차에 올라타는데 다시 반말로 묻는다. 다음에는 언제 오느냐고. 지난번처럼 일찍 좀 오라고 퉁을 놓으려는 줄만 알고 변명하듯, 직장에 눈치 보여 조퇴는 어렵고 그러니 또 늦은 이 시간에 올 수밖에 없노라 대답하는데, 할아버지 표정이 평소와 좀 달랐다. 눈빛에 안쓰러움이 배어 있었다.
“아프지 마. 아프면 자기 손해야. 거 사는 것도 팍팍해 보이는데 왜 사고까지 당해서 그래. 얼른 나아.”
무심결에 흘려듣고 운전대를 잡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p.89

예전엔 죽음이 두려웠는데, 이젠 ‘망가짐’이 더 두렵다. 공포를 느낄 정도다. 종국에는 내게도 다른 누군가의 선의와 친절에 기대야만 하루가 연장되는 삶이 닥칠 터인데, 아직 ‘사라지는 삶’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나 보다. 사라지는 삶에 대한 공포는 너무나도 섬뜩해서 차라리 죽음이 더 자비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를 보더라도 이미 내 삶은 ‘늙음’이 지배하는 영토로 들어선 것이리라.
--- p.96

산다는 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결국 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진다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삶의 불가역적인 모습이라면, 이 새벽 쓰린 속을 부여잡고 잠 못 이루는 정도는 차라리 ‘살아 있음’을 증명하려는 가엾고 애처로운 몸부림은 아닐까. 산다는 것이, 앞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저 슬플 뿐이다.
--- pp.97

나는 죽음이 아니라 ‘자살’을 견디지 못하는 거였다. 특히 그 자살이 사회적인 악의와 연결되어 있을 때 그랬다. 그런 죽음을 볼 때면 내 뇌 속에선 붉은색 경고등이 켜지고, 심장 세포에 잠겨 째깍거리던 시한폭탄이 굉음을 내며 터지는 거였다.
--- p.115

그때 한 사람이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직업도 가지고 있고, 사회적인 체면도 있는데 화장품은 좀 이름 있는 걸 쓰세요.”
난 한번도 그들에게 비싼 화장품을 쓴다고 뭐라 한 적이 없다. 비싼 화장품을 쓰니 속물이라고 욕한 적도 없다. 그냥 남들이 쓰는 화장품이 뭔지 아예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내게 충고를 한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사회적 체면을 생각해서 좀 이름 있는 제품을 쓰라고 한다. ‘사회적 체면’이라는 개념은 자기들 것이지 내 것이 아닌데 말이다. 왜, 어찌하여, 이들은 내게 이리도 무례한 걸까!
--- p.141

놀라서 바들바들 떠는 코코를 안아 올리며 대꾸조차 하지 않는데, 그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떠들어 댔다.
“병신이잖아~ 아이고! 사람도 병신은 성격이 이상한 법인데, 왜 하필 병신 고양이를 길러. 에이그~ 쯧쯧. 이쁘고 건강한 애들도 많은데 왜 하필~”
그 말에 그예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 더는 목울대에 걸려 있는 그 불덩이를 누를 수가 없었다.
--- p.231

절에서 나와 도로로 접어들었다. 길 양쪽의 벚나무들에선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마치 길을 사이에 두고 꽃 터널을 만들어 놓은 듯했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아름다운 벚꽃을 본 적이 없다. 살아 있었지만 늘 죽음에 닿아 있던 내 의식을 처음으로 삶의 한복판에 가져다 놓은 순간이었다. 나는 온전히 벚꽃만 바라보았다. 그때 생애 처음으로 다음 해 벚꽃이 피는 순간까지 살아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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