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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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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제국

: 음식은 어떻게 문명의 흥망성쇠를 지배해왔는가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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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2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950g | 158*235*30mm
ISBN13 9788925548142
ISBN10 8925548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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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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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인류의 생존은 거칠고 밋밋한 곡물에 많이 의존해왔다. 곡식이 1만 년 동안 인류를 생존시켰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지 살아남기 위함만은 아니다. 음식은 혀를 만족시키고 배를 부르게 하는 것인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기도 하다. 음식은 동료애와 추억에 관한 것이며,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에 관한 것이다. ---p.8

우리 인간 사회, 곧 식품 제국은 반드시 세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첫째, 농부는 자신이 먹는 것보다 더 많은 식품을 길러내야 한다. 둘째, 이러한 잉여 식품을 구매자에게로 운반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셋째, 운송 도중에 식품이 썩어 경제적 가치가 사라지지 않도록 잘 저장할 방법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전제가 함께 들어맞을 때 도시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p.10

잉여 식품, 보관·운송, 교환은 고대 이집트부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 이르는 모든 식품 제국의 기둥이었다. 음식 없이 인간의 삶은 없다. 마찬가지로 식품 제국 없이는 어떤 문명도 있을 수 없다. ---p.28

금융 위기는 삶을 망치지만 식량 위기는 삶을 끝장낸다. 지난 금융위기 때 증발된 미국 퇴직연금 401K 때문에 아이가 괴혈병에 걸려 이가 빠지지는 않았다. 반면 식품 제국의 붕괴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p.33

20세기에 도시가 거대하게 성장한 밑바탕에는 역시 거대하게 자라난 국제 식품 생산 및 교역망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기후가 오랫동안 호의를 보여서 따뜻했던 기간 동안에 이 엄청난 팽창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먼지 폭풍’(제1장 참조) 이후로 1990년대 전까지 가뭄 발생은 거의 없었다. 지난 20세기의 대부분 기간 동안 평균 기온은 중세 및 로마 식품 제국이 정점에 있었을 때와 흡사했다. 이들 두 문명은 모두 날씨가 나빠지면서 몰락했다. 수도승과 로마인들은 한랭화를 경험했지만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것은 온난화이다. 온도계의 어느 쪽 끝이건 간에 농부들로서는 암울한 온도이다. ---p.115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시대를 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식품 제국은 오직 자신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만큼만 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수입과 수출의 상호 의존적 연결망으로 이어져 있을 때 농장의 흉작은 도시의 폭동을 부를 수 있다. 속주에서 발생한 이른 서리로 인하여 농부들이 굶주리는 것은 물론, 왕도 쫓겨날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과 사회적 세계는 동일한 연약한 체계의 일부이다. ---p.145

이러한 모든 우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이 꼭 불가능한 환상은 아니다. 자연 환경을 파괴하거나, 군대를 앞세워 새로운 땅을 점령하거나, 지평선 끝까지 단일 작물 재배를 하지 않고도 충분한 식량 공급에 성공한 몇 개의 사회가 있다.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다. 그 한 예가 바로 남태평양의 섬 발리다. 그곳 주민들은 새로운 산업 문명과 농업 기술이 들어와서 땅을 망쳐놓기 전에 오랫동안 계단식 논을 주의 깊게 관리하며 조밀한 인구를 먹여 살렸다. ---p.151

농경 사회에서 가뭄이란 존재론적 문제이다. 처음 시작부터 그래왔다. 변덕스러운 비구름은 심지어 현대 문명도 뒤흔든다. 그러니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에서 고기압과 저기압의 변덕에 적응하는 문제가 문명의 근간이었던 것은 당연하다. ---p.174

《아트라하시스》의 신화는 농업의 본질에 관한 중요한 암시를 준다. 쉽게 말해 농사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업과 도시 문명이 생겨났다고 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더 나아진 것은 아니다. 사실은 그럼으로써 수명이 줄고, 만성적 질병과 영양실조의 고통을 겪고, 거의 전 인류가 죽도록 일해야 한다는 아담의 저주를 받은 셈이다. 고지대에 살면서 자급자족 작물을 조금 기르고, 버섯을 따고, 가끔 야생 염소나 사냥하는 편이 분명히 더 매력적인 삶이었
을 것이다. ---p.186

고대 메소포타미아만큼 먼 옛날부터 국가는 농업을 통제했다. 식품도 사람의 입에 들어감으로써 정치의 연속이 된
다. 캘리포니아 토마토는 이 사실을 멋지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토마토는 캘리포니아가 강력한 추진력으로 20세기 과일·야채 비즈니스의 정상에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역시 그 과정에는 정치가 엮여 있었다. ---p.253

제3차 체제의 밑바탕에 깔린 전제는, 사람들이 빵 한 덩어리를 2.99달러에 살 때 여기에는 수질 오염, 삼림 벌채, 지구온난화, 사회의 파멸 같은 추가 비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히 대부분의 소비자는 쇼핑 영수증에서 이러한 ‘유령 달러’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식품이 싸다고 착각한다. ---p.260

“황제는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 다시 말해, 백성은 황제 위에 있고, 음식은 백성 위에 있다는 것이다. 황제가 백성의 먹을거리를 무시한다면 하늘에 거역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 산업 식품 제국에는 황제가 없다. 이것은 시장의 인도를 받는다. 시장은 인간과 하늘에 진실하지 않을뿐더러 앞을 내다보는 지혜도 없다. ---p.278

21세기의 핵심적 질문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 농법을 쓰는 작은 농장들만으로 과연 도시 인구를 먹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도시와 문명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우리의 도시, 경제, 식생활, 건강, 그리고 산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달려 있다.---p.300

식량은 상품인가 아니면 도덕적 잣대의 대상인가? 곡물가격이 오르는데 곡물을 수출해도 되는 것일까? 편지를 쓴 신사는 식량 문제에 경제 논리를 대입하는 데 본능적인 불편함을 느낀다. 이러한 18세기의 다툼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익숙하다.---p.309

생태 붕괴의 재앙이 임박했을 때 나타나는 세 가지 경고 신호를 파악했다. 첫째, 생태계의 생물량이 너무 많은 상태이다. 둘째, ‘연결성’과 관련이 있다. 만약 식물이 마구잡이 덤불숲에서 엉망진창으로 섞인다면 화재와 벌레는 더 빨리 퍼질 수 있다. 셋째, ‘단일성’이다. 만약 덤불숲이 양치식물의 단일 품종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 양치식물을 먹는 벌레는 단지 운이 없는 몇 개 개체가 아니라 숲 전체를 먹어버릴 것이다.---p.348-349

카슨의 책과 오일쇼크 때문에 초창기 유기농 농부는 주로 화학 약물을 쓰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유기농법이란 공장에서 만든 질소 비료를 쓰느냐 아니면 소똥 거름을 뿌리느냐의 문제, 항상 그 이상이다. 대중은 유기농을 ‘지속가능성’ ‘자연 존중’ ‘다양성’ ‘균형감’ 등의 단어로 이해한다. 이것을 다 포괄하는 말은 아마도 ‘자연적 온전함 holistic’일 것이다. 유기농은 새로운 융합이 아니다.---p.370

지역 식품, 이것은 슬로푸드가 꿈꾸는 ‘새로운 시골’의 핵심이다. 소비자는 유기농 제철 청과물과 생태 농장의 고기를 구매한다. 그럼으로써 땅의 환경 수용력을 넘지 않고 자족할 수 있다. 이러한 이상은 인류가 길게 꼬아온 식품 교역 역사에 대한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p.382

우리의 식품 제국도 어느 정도는 이러한 이상을 받아들였다. 관련 법률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도 있다. 하지만 변화의 진폭은 미약하다. ‘유기농’과 ‘자연산’의 법적 기준은 만족스럽지 않다. 슬로푸드가 그 대안이 된다. 식품을 생산하고 구입하고 먹는 것은 정치적 행위이다. 만약 충분한 숫자의 인구가 슬로푸드의 개념을 받아들여서 본인의 소비 생활에 반영한다면 현대 식품 제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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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중국은 오로지 세계의 공장이면서 시장이었다. 중국산 먹거리가 지천에 깔린 21세기 초입의 한국인 입장에서 중국은 긴요한 텃밭임에 틀림없다. 당신은 오늘날 중국인의 포식이 가져올 전 지구적 식품 위기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가? 저자들은 이 문제를 파고든다. 세계사에서 식품의 제국이 겪었던 포식과 멸망, 환경 위기를 식품 체계로 묶인 전 지구적 관점에서 살피며, 중국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 식품의 제국이 만들어낸 지구의 위기, 이것은 21세기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주영하(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음식인문학》저자)
명확히, 잉여 식품이 문명을 만들었다. 넉넉하고 행복한 삶의 문명만이 아니다. 식민과 약탈의 문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잉여 식품으로 인간이 문명을 조직해나간 궤적을 살핀다. 여기까지이면, 식품 문명사이다. 저자들은 인간 문명을 자연 앞에 세워놓고 그 가녀린 운명을 되짚으며 앞날을 걱정한다. 그러니, 식품 문명 비평이기도 하다. 식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는 지구적으로 조직되었다. 이 거대 식품 제국은 내 일용할 양식을 담보해주지 못한다. 책을 덮고 받는 저녁상이 우울하다. 이 우울은 문명에 대한 반성 또는 사색에서 오는 것인데, 제국의 신민이면 마땅히 이 우울의 바닥까지 가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을 어찌 먹고 살아야 하는지.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미각의 제국》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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