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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낯선 사람

안녕, 낯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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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234g | 128*188*10mm
ISBN13 9791189052195
ISBN10 118905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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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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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복잡할 때 구석방에 오래 머문다. 넋 놓고 멍하니 지친 몸을 놓으면 품속에 꼬옥 안긴 듯 편안하다. 몇 날 며칠 게으름을 부려도 잔소리 없이 지켜봐 주는 곳.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나만의 색깔이 필요할 때 구석방의 힘을 빌린다. 가끔 그곳에 널브러진 자신과 마주할 때가 있다. 구석구석 물건으로 가득차 있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그윽하게 눈을 맞춰 준다. 많은 말을 쏟아내도 무릎을 낮추고 온몸으로 경청해 준다. 삶에 지쳐 돌아누우면 새로운 온기를 채워주고, 혼돈으로 방황하고 고독이나 우울감에 빠져 있을 때 새로운 의지를 안겨준다.
뿌리내리지 못한 생각을 발효시키기 좋은 온도를 가지고 있다. 복잡한 생각이 종횡무진 질주해도 행간이 짧아 정리하기 좋은 곳이다. 묵언 수행자처럼 은근한 기다림으로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후회나 반성이 넘쳐도 궤도를 이탈하지 않게 막아주는 힘이 있다.
생각을 정리하기에 이보다 좋은 적소가 있을까. 과거에 묶여 있던 나를 해체해 현재로 이끈다. 흔들리는 눈빛과 심장을 안정시켜주고 단단하게 여민 가슴도 무장해제 된다. 여유로 넓혀진 공간은 미래까지 꿈꾸게 한다. 이곳에선 어린아이처럼 엉뚱한 상상을 즐겨도 좋다. 꿈꾸는 방에서는 새로운 도전에 겁먹지 않는다. 기억을 풀무질하고 참담함을 보고도 한숨짓지 않으며 현실과 미래 사이를 저울질하지 않는다. 비바람이 날을 세워도 끄덕하지 않는다.
결별한 시간이 모여 있지만 너른 세상에서 갖지 못한 다른 촉감을 느낄 수 있다. 막막한 대상을 향해 새로운 호기심으로 이끌어준다. 구석방은 거절을 몰라 계절이 바뀌어도 늘 한결같다. 제빛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림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계급이나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막살다간 사람의 뒤를 캐지 않는다. 무수한 계절 앞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원동력은 초심이라고 속삭여 준다.
모시는 것보다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 낮은 자세로 대한다. 각이 선 날카로움보다 부드럽고 유연함이 있어 권위나 체면을 구길 염려가 없다. 언제나 같은 몸짓으로 화려함을 갈구하지 않는다. 늘 한결같이 겸손하고 부드럽다. 잘남보다 부족함을 더 반기는 수더분함은 무모한 도전도 꿈꾸게 한다. 스스로 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전과 편안함으로 예를 갖춘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지루해도 먼저 하품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구석방은 작지만 초라한 이름에도 의연하고 품이 넓다.
커피 한 잔의 향에도 쉽게 취해 화를 삭이는 데 안성맞춤이다. 사방에 책이 있어 헐렁한 생각의 뼈대를 단단하게 조이기도 하고 허기진 가슴을 채우기에 좋다. 그래서 그곳에선 친밀감이 형성되고 나만의 진솔한 화법이 통한다.
지금은 이곳의 단골이다. 뒤틀린 내 삶의 구조 변경도 언제든 가능하다. 서릿발 같은 감정의 경계를 허물고 나올 때는 이미 봄이 닿아 있다. 낭비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뻣뻣한 어깨가 풀리고 봄바람처럼 몸이 가벼워진다. 낯선 풍경을 말없이 품고도 늙을 줄 모르는 아지트. 추억의 창고이며 내 삶의 온도를 조절하는 곳이다.
변덕이 심해도 너그러이 바라봐 주는 곳. 허기진 마음이 기대어 살아가는 이 방은 구조 변경 주문으로 늘 분주하다. 생각을 쉬게 하고 헝클어진 삶을 가지런하게 다듬을 수 있는 곳에는 나만의 비밀이 빼곡하다. 생의 무게에 눌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아지트. 출입이 자유로워 언제든지 찾아가 머물 수 있는 곳에는 꿈을 꾸는 나만의 수다가 아직도 두런거린다.
--- 「꿈꾸는 다락방」 중에서

바닥이 넌지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편안하게 주저앉아도 될 만큼 내 마음자리는 안온하다. 가만히 있어도 멀미처럼 다가오던 바닥이 그때의 내 체온을 기억이나 할까.
오래전 일이다. 아픔이라는 물살에 밀려 바닥에 부려졌다. 나는 거기까진 닿고 싶지 않았는데, 더 나아가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친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병마가 바닥과 한통속이 되라고 떠밀지만, 우린 서로 통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마음은 딴 곳에 두고 그를 침대 삼아 하루하루를 견뎠다.
지겹지도 않은지 바닥은 나를 송두리째 가지고 놀았다. 뒤척일 때마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받아주었지만, 판가름 날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포기와 좌절이 온몸을 감쌌다. 바닥과의 줄다리기는 하루, 이틀 아니 몇 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함께 가는 거야.” 날마다 무엇에 홀린 듯 조금씩 바닥의 유혹에 젖어들었다. 한없이 받아주는 그의 등이 어느새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았고, 안개 지역으로 기운 몸은 긴 밤을 헤매다 지친 사람처럼 기진맥진해져 그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류머티즘 관절염! 내 삶을 바닥에 머물게 한 원인 제공자다. 한창 젊은 나이에 병명도 생소하고 낯선 병을 얻으면서 난 바닥과 한몸이 되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단단하던 자존감도 내팽개쳤다.
가족들이 즐겁게 먹어주던 맛있는 음식도, 일곱 개의 도시락을 싸며 억척을 떨던 엄마도, 아내의 자리도, 나의 손에서 멀어져간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오히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바닥에서 일어나려 안간힘을 써보기도 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폈다가 접으며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내가 했던 일들, 내 손을 거쳐서 건너갔던 것들이 이제는 내 손을 떠나 의지하고 부탁해야 하는 처지로 바뀌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참으로 어이없고 참을 수 없는 날들이었다.
그 많던 군식구들도 제자리 찾아 떠나고 아무도 나의 아픔에 동참할 수 없음을 실감할 때 가장 힘들었다. 몸과 마음이 함께 무너졌다. 삶이란 그렇게 발버둥친다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비웃기라도 하듯 황금시간을 날려 보내며 얼마나 흘렀을까. 외부와 단절된 두께가 점점 두꺼워질수록 나는 더 간절하게 냉기 가득한 바닥 깊숙이 찾아들었다.
거만하고 꼿꼿하던 그의 등에서 어느 날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다가왔다. 고요한 정적에는 세심하게 마음 가닥이 정리되어 있었다. 부정보다 긍정의 힘이 느껴졌다. 차가운 것을 싫어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등의 온도를 높여 따뜻함으로 일관성 있게 대했다. 한결같은 그의 무표정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무 때나 나를 눕혀도 외면하지 않는 그의 등이 편안했다. 바닥과 한몸이 되면서 그곳에서 아늑함을 느낄 즈음. 의사는 안타깝다는 듯, 애처로운 나의 처지를 다독여주었다. 본인이 미치도록 하고 싶은 것을 잡아보라는 간절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학교 마치고 온 아들이 서툰 손으로 쌓아 놓은 설거지를 하고 서둘러 학원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엄마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바닥의 부름을 거절해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저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될 뭔가를 찾아주자고 수없이 다짐했다. 허무하고 부질없이 느껴지던 삶. 새싹 하나가 바닥의 틈새를 뚫고 나오며 고개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때부터다. 바닥도 서서히 나를 놓아주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자신에게 의지하던 나의 변심에도 말없이 무거운 나를 일으켜 주었다. 한없이 다정다감한 엄마처럼,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고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때부터 바닥은 나를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더는 내려갈 곳도 없는 현실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쥔 내 의지를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것도 바닥이었다. “조금이라도 힘과 용기가 될 수 있다면.” 하고 작은 희망의 불씨에 용기가 싹텄다. 해보는 거다. 그리고 맞서는 거다. 언제까지라도 해보자. 혼자서 하는 속말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지만 내겐 호소에 가까운 다짐이었다.
체온을 기억하는 바닥은 엎드려 토해내던 나의 낙서를 보았을까. 꿈처럼 간절한 나의 희망을 조용히 지켜보았던 걸까. 집요하게 밀어붙이듯 나에게 글을 쓰게 만들었다. 난 문학이라는 끈을 붙잡고 서서히 걸음마를 시작했다. 바닥에서 견딘 고통의 시간이 선물처럼 나의 꿈에 다가서게 해주었다.
등단은 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바닥이 없었다면 난 어디서 아픔을 견뎠을까. 생각해보니 아득하다. 바닥은 어머니처럼 포근하게 안고 있다가 때가 되면 일어나라고 등을 민다.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도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조건 없이 받아주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게 하는 것도 바닥이다. 세상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태연하게 때가 되면 알아서 일어나라고 손을 잡아 준다. 바닥의 특권이다. 모두 바닥이 시킨 일이다.
--- 「바닥이 시킨 일이다」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허정열의 언어는 “여러 겹”의 결이 있다. 나뭇잎의 잎맥처럼 섬세하거나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힘차다. 실크처럼 또는 리넨처럼 이중성으로 버무려진 독특한 문체는 저마다 높은 격(格)을 지니고 있다. 허정열은 수시로 사물이나 자신의 내면까지 들어가 세련된 필법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의 호흡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이때 선택한 낱말은 파문처럼 번지며 확장되고 깊이 있는 문장으로 완성된다. ‘바닥’이나 ‘구석방’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자신의 고통에 침몰되지 않고 다양한 각도로 “삶의 자세”를 조명한 『안녕, 낯선 사람』은 생각의 임계점을 넘는 즐거움이 있다. 사소함 속에서 발견한 참신하고 특별한 인식들은 오랜 시간 단련된 허정열의 필력일 것이다.
- 마경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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