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파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 이유로 드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같다. 바로 그녀의 독설이다. 도로시 파커는 사람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했다. 시니컬하고, 냉정하고, 배배 꼬인 그녀의 독설은 유머까지 곁들여져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준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독설을 사랑한다. 그녀가 나를 대신해 힘들고 어렵고 껄끄러운 말을 해주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그래서 이젠 도로시 파커를 닮아 독설을 날리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성격 더러운 인간이 되어야 한다면 하고 싶은 말을 담아두고 내 안에서 썩어 들어가는 상처와 모멸감을 참을 필요는 없다.
물론 독설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도로시 파커처럼 풍자와 유머를 적당히 섞어 농담처럼 하고 싶은 말을 해보자. 살살 웃으면서 말이다. 웃는 사람에겐 침 못 뱉는다니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독설을 할지 미리 준비하기 위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후련해지지 않는가?
--- 본문 중에서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을 모르는 냉정한 여자”라고 평가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살로메가 교제한 사람들은 모두 한 분야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전문가였다. 또한 살로메는 당시 여성을 받아주는 몇 안 되는 대학 중 하나였던 취리히대학에 다니기도 했다. 이런 점으로 보아 살로메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지식’과 ‘배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 본문 중에서
내가 살로메의 삶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그 화려한 인간관계나 탁월한 지적 능력이 아니다. 쉰 살에 프로이트 밑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바로 그 점이 날 매혹시켰다. 당시의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살로메는 용감하게도 새로운 뭔가를 시작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정말 나는 루 살로메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녀가 뒤늦은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낙천적인 성격 때문인지 모른다. 말년에 유방암에 걸려 유방절제수술을 받고도 그녀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니체가 옳았어. 지금 이렇게 가짜 가슴을 달고 있잖아.”
--- 본문 중에서
오노 요코는 정말 제멋대로 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제멋대로 산 게 맞다. 아마 본인도 인정하지 않을까? 전남편과 이혼을 끝내기도 전에 항상 다음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는 여자라니! 오노 요코에게는 법이나 관습, 윤리나 도덕, 의무와 책임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언제나 비난과 조롱을 몰고 다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만의 사생활로 치부할 수도 있다.
--- 본문 중에서
어쨌든 난 오노 요코의 그 망설임 없는 결단력이 부럽다. 현재 남편과 이혼하기도 전에 다음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는, 조금의 망설임조차 용납하지 않는 그 결단력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 본문 중에서
누구나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이 상드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짧은 기간,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연애 횟수, 헤어질 때의 태도를 빌미삼아 사람들은 상드의 사랑을 폄하하곤 한다. 아니, 조르주 상드라는 인간 자체를 비난한다. 그렇게 조르주 상드는 악녀라 불렸다.
--- 본문 중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의 최선을 닮으려고 애쓰는 것은 나를 고문하고 학대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 그저 여기서 나의 최선만 다하면 된다. 그래도 상드의 한 가지 점만은 닮으려 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 따위는 버릴 것이다. 어쨌든 그 순간 나는 내 선택에 최선의 노력을 했으니까.
--- 본문 중에서
측천무후의 삶에 너무 몰입해서일까(원래 드라마는 주인공 위주의 서사이긴 하다), 측천무후가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에도 난 측천무후를 나쁜 어머니라 생각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연민의 감정까지 느꼈다.
--- 본문 중에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동화 속 세상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는 것을. 계모의 구박에 시달려도 나를 도와주는 요정 할머니 따위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마녀에 의해 탑에 갇힌 나를 구하러오는 왕자 따위는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예카테리나가 애인 그레고리 오를로프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표트르 3세는 즉위 반년 만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으며, 6일 뒤 알렉세이 오를로프에게 살해당했다. 예카테리나가 남편을 죽이라고 명령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표트르 3세를 살해한 알렉세이와 네 명의 근위대 장교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예카테리나는 여제로 등극한다.
--- 본문 중에서
그렇다고 예카테리나처럼 무력을 사용하는 복수는 법의 테두리에 걸린다.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복수가 될까 생각했는데, 역시 잘 사는 게 복수다. 그 말이 맞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고 했다. 우리에게 심술을 부리는 사람은 인성이 올바르지 못할 테니 남 잘되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들 보란 듯이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예카테리나처럼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 본문 중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역시 죽음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에 대해서는 안토니우스와의 동반자살설, 독가스 자살설, 음독자살설, 타살설, 에이즈 감염에 의한 병사설 등 수많은 설이 있다. 옥타비아누스가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했다는 설도 있다.
--- 본문 중에서
나도 이왕이면 클레오파트라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분히 죽음을 준비해야 했다. 일단 유언장을 작성했다. 상처받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편지도 썼다. 인터넷으로 장기기증서약서를 등록하고, 건강의료보험공단을 방문해 사전연명치료거부서도 등록했다.
--- 본문 중에서